"돈 주면 형사처벌 면제?"…환자단체, 의료사고 형사특례 법안 강력 반발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6-03-15 09: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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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논의 없이 법안소위 통과…절차적 정당성 훼손"
필수의료 범위 '응급·외상·분만·중증소아'로 법률에 명시 요구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담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자 소비자단체와 환자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한 특례 조항이 위헌 소지가 크다며 법안 재검토를 촉구했다.

 

소비자단체와 환자단체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정부와 국회가 약속했던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건너뛰고 의료사고 형사특례 규정을 포함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법안소위에서 통과시켰다”며 “이는 입법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사진=연합]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 해소와 의료사고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를 목적으로 발의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심의·통과시켰다. 해당 개정안에는 필수의료행위 범위 규정과 함께 의료사고 발생 시 형사처벌 특례를 적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손해배상금 지급을 조건으로 검사의 공소제기를 금지하는 ‘공소제기 불가 형사특례’ 조항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조항은 필수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의 경우 의료인이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면 형사 기소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환자단체는 “사망 사고까지 포함될 수 있는 의료사고에서 손해배상만으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제도는 국내 법체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와 평등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당 제도가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진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의 비교도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통사고의 경우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입증 책임이 전환되는 등 별도의 법적 구조가 존재하며, 중상해 사고에 대한 공소제기 금지 규정은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은 바 있다는 설명이다.


환자단체는 또한 의료사고 형사특례 적용 대상이 되는 ‘필수의료행위’ 범위도 지나치게 넓다고 비판했다. 개정안은 응급·외상·분만·소아뿐 아니라 ‘중증’이라는 포괄적 표현과 함께 ‘등’이라는 문구를 포함해 향후 하위 법령을 통해 적용 범위를 확대할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이들은 필수의료행위를 실제 의료현장에서 기피 현상이 심각한 응급, 중증외상, 분만, 중증소아분야로 한정하고, 그 범위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또 “암이나 희귀질환, 심혈관질환 등 일반적으로 고위험 의료행위가 수반되지 않는 질환까지 ‘중증’이라는 이유로 필수의료행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료계가 주장해 온 ‘과도한 사법 리스크’ 논리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의료계는 의사 기소 건수가 연평균 700건 이상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보건복지부 연구 결과 실제 1심 형사재판에 회부된 의사 기소 건수는 연평균 34건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환자단체는 “잘못된 통계를 근거로 의료인의 형사 책임을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가 확산됐다”며 “그 전제가 무너진 만큼 형사면책 특례 도입 논리 역시 설득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국회와 정부가 의료사고 형사특례 도입과 관련해 공청회 또는 의료혁신위원회 등을 통한 공론화 절차를 거쳐 피해자와 유가족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필수의료행위 범위를 응급·중증외상·분만·중증소아로 한정하고 ▲적용 범위 확대 여지를 두는 표현을 삭제하며 ▲위헌 소지가 큰 공소제기 불가 형사특례 조항을 법안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필수의료행위에서 발생한 단순 과실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조정·중재를 통한 손해배상 시 반의사불벌 특례를 적용하거나, 조정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법원이 형을 임의 감면하는 수준이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형사특례 범위”라며 “현행 법안의 공소제기 금지 조항은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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