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카'로 별풍선 막 못 긁는다...불법 자금세탁 통로 '깡'도 막아

이석호 / 기사승인 : 2021-03-17 11: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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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월 결제한도 설정...보호조치 강화
별풍선 수수료로 이득 챙겨온 사업자도 비상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미성년자들이 인터넷개인방송 BJ(진행자)에게 과도한 별풍선을 보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감독당국이 뒤늦게나마 대응 마련에 나섰다. 별풍선 수수료로 이득을 챙겨온 사업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 이하 방통위)는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실과 함께 인터넷개인방송플랫폼의 이용자 피해 등을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일부 개인방송 BJ들이 금전 관리에 대한 판단이 미숙한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유료아이템 지급 결제를 유도해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여전히 줄지 않고 있어 업계의 자정 노력에만 기댄 채 국회와 방통위가 사실상 손 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나왔다.

방통위는 지난 2019년 1월 1일 '인터넷개인방송 유료후원아이템 결제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사업자들의 자율규제 준수를 권고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해 한 초등학생이 실시간 인터넷방송을 진행하는 BJ들에게 부모의 동의없이 약 1억 3000만 원어치 유료아이템을 결제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초등학생 A 양은 시각장애가 있는 어머니의 휴대전화에 연동된 카카오페이로 여러 BJ들에게 유료아이템을 보냈으며, 이를 뒤늦게 알게 된 A 양의 아버지가 BJ들에게 환불을 요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A 양이 결제한 금액이 전세 보증금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안타까움이 더했던 사건이었다.

BJ들도 딱한 사정을 듣고 환불에 나섰지만 4000만 원 가량을 챙긴 한 BJ가 돈을 이미 써버려서 환불이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A양을 비롯해 BJ, 간편결제업체, 플랫폼사업자 등 관련자들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도 논란이 됐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인터넷개인방송플랫폼 이용자의 권익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 결제한도 설정 조치 ▲ 미성년자 보호 강화 ▲ 이용자 보호창구 운영 ▲ 불법 거래 방지(일명 ‘별풍선 깡’) 등 의무를 인터넷개인방송플랫폼에게 부과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하게 됐다.

앞으로는 현행 부가통신사업자인 인터넷개인방송을 '특수한 부가통신사업' 유형(신고 의무)으로 신설하고, 인터넷개인방송플랫폼 사업자에게 유료아이템의 결제한도 설정 및 설정된 결제한도를 우회하기 위한 비정상적인 거래행위 등 방지조치 의무를 부과한다.

특히, 미성년자의 월 결제한도 설정, 미성년자 결제 시 법정 대리인 사전 동의 등 미성년자 보호조치가 마련된다.

또한 일정한 요건(이용자수, 매출액 등)을 갖춘 인터넷 개인방송 사업자는 이용자의 불만, 분쟁해결 등을 위하여 이용자보호 창구를 마련해야 하며, 유료아이템을 구매하도록 한 후 이를 할인 매입해 현금화하는 행위(깡)도 금지된다.
 

▲ 하태경 의원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아프리카TV 방송 도중 배달원이 음식을 훔쳐먹은 것 같다며 회사명을 노출시키는 등 관련 영상을 조작해 물의를 일으켰던 BJ에 대한 아프리카TV의 재심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업계에서 자정 의지를 밝히지 않은 건 아니다. 아프리카TV는 지난 2018년 6월부터 하루 결제한도를 100만 원까지로 정하고, 미성년자의 경우 충전 가능 한도를 월 22만 원으로 제한해 이미 자율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별풍선을 통해 고소득을 올리는 BJ들이 쏟아져 나오는 반면 사회적 부작용 역시 발생하고 있어 업계의 자율성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인 미디어 플랫폼 시장이 점차 확대되면서 관련 업체들의 실적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음지든 양지든 가릴 것 없이 스타 BJ들의 탄생이 플랫폼 업체에 이익을 안겨주는 구조에서 법적 테두리 내에 이뤄지는 반사회적 문제에 대한 묵인이 어느 정도 통용되고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BJ들이 인기를 끌기 위해 조작 방송을 서슴지 않는 사례도 발생해 왔다. 최근에는 한 BJ가 지적장애인을 이용해 '벗방(옷을 벗어 성적 자극을 주는 방송)'을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처럼 갈수록 선정적인 내용으로 별풍선을 받아 금전을 챙기는 BJ가 늘어나고, 사업자들은 별풍선 유통으로 수수료만 챙기면서 사회적 책임에는 도외시하는 합법적 방조 행위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해에는 경찰 수사 결과 일부 BJ들이 별풍선 깡으로 불법 자금 세탁을 해온 정황이 포착되기도 하는 등 불법적 행위에 대한 단속 필요성도 일각에서 제기돼 업계의 자정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어 왔다.

이번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면 방통위는 인터넷개인방송플랫폼의 건전한 거래환경 조성을 위해 인터넷개인방송플랫폼 운영‧관리 및 이용자보호 창구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코로나19 등으로 비대면 사회 진입이 가속화되고, 인터넷개인방송플랫폼 등 1인 미디어 이용이 증가하면서 인터넷개인방송플랫폼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이용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지속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건전한 1인 미디어 이용환경을 조성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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