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분석, 금리 인상 후 연체율 반응 약 15개월 뒤 최대
금융지주 실적 호조 전망 속 신규 연체·충당금 관리 관건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국내 은행의 연체율이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다시 상승하면서 하반기 실적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금리 상승은 은행의 이자이익을 늘리는 요인이지만 차주의 상환 부담을 높여 대손비용 증가로 돌아올 수 있다.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이 시차를 두고 취약 부문의 부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 당장의 실적 호조와 중장기 건전성을 구분해 살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22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은행 연체율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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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체율 상승 이미지. [사진=챗GPT] |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7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63%로 전월보다 0.07%p, 전년 동월보다 0.06%p 상승했다. 7월 기준으로는 2016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6월 말 부실채권 정리로 낮아졌던 연체율이 한 달 만에 반등했다.
신한투자증권의 7월 은행 연체율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연체율 상승에는 분기 말 이후 채권 정리 규모가 줄어드는 계절적 요인과 신규 연체 증가가 함께 작용했다. 7월 신규 연체 발생액은 3조2000억원으로 전월보다 6000억원 늘었다. 반면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5조3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연체채권 잔액은 한 달 새 1조8000억원 증가한 1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분기 말 정리 실적에 따른 변동을 감안하면 전월 대비 반등만으로 부실 확산 속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5월 연체채권 잔액은 17조1000억원으로 7월보다 많았다. 다만 7월 신규 연체율이 0.12%로 전월보다 0.02%p, 전년 동월보다 0.01%p 높아졌다는 점은 새로 발생하는 부실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보여준다.
부담은 가계보다 기업 부문에 집중됐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78%로 전월 대비 0.10%p 상승했다. 대기업은 0.36%로 0.14%p 뛰었고,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는 각각 0.91%, 0.77%로 0.09%p와 0.08%p 올랐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전년 동월보다도 0.09%p 높았다.
대기업 연체율 급등에는 개별 기업집단의 영향이 컸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앙그룹 계열사의 기업회생과 워크아웃에 따른 신규 연체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해당 그룹에 대한 은행권 여신 상당 부분이 담보로 뒷받침돼 업권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연체 발생 규모가 은행의 최종 손실로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가계대출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연체율은 0.42%로 전월보다 0.02%p 상승했지만 전년 동월보다는 0.01%p 낮았다. 주택담보대출은 0.29%로 전년 동월과 같았고, 신용대출 등 기타 가계대출은 0.84%로 0.02%p 하락했다.
문제는 최근 금리 인상의 영향이 현재 연체 지표에 모두 반영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은행의 잔액 기준 대출금리는 약 5개월, 연체율은 약 15개월 뒤 가장 크게 반응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실증분석에서 나타난 시차로, 앞으로 연체율이 특정 시점에 반드시 정점을 찍는다는 예측과는 구분된다.
한은은 기업의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이 대체로 장기평균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연체율과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과거 금리 인상기보다 높다고 진단했다. 금리 상승이 취약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가계 역시 전반적인 부채 지표 개선과 별개로 취약차주의 상환 여력을 살펴야 한다고 봤다.
다만 한은의 평가는 금리 인상의 부정적 영향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다.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 누증과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금융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고, 기업 부문에서는 경기 개선과 기업대출 가산금리 부담 완화가 충격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시스템 전체의 안정과 취약차주의 부실 위험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증권가에서도 금리 상승이 실제 충당금 부담으로 이어지는 속도와 규모가 핵심 쟁점이다. 신한투자증권은 금리 상승 기조를 고려하면 연체율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은행권 건전성 부담에도 대형 금융지주의 실적 전망은 견조하다. 하나증권은 지난 14일 KB금융의 3분기 순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22.2% 증가한 2조6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은행 순이자마진 하락 부담을 대출 성장과 일회성 비용 소멸 등이 상쇄할 것으로 봤다. 환율 하락에 따른 보통주자본(CET1)비율 개선 가능성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취약차주의 연체 증가와 금융지주의 이익 확대는 함께 나타날 수 있다"며 "금융지주 실적에는 차주의 상환 상황뿐 아니라 대출 규모와 마진,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 일회성 비용 등이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의 이익 증가가 향후 충당금 부담까지 해소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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