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연금시장 선점 경쟁…퇴직연금·절세계좌 고객 잡기 총력

박선영 기자 / 기사승인 : 2026-08-06 16:52:25
고령화·연금시장 확대에 장기 고객 확보전 본격화
이벤트 경쟁 넘어 수익률·자산관리·디지털 서비스로 승부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연금은 더 이상 절세상품이 아니라 평생 고객을 확보하는 자산관리의 출발점이다."


주요 증권사들의 연금사업 전략과 시장 대응 방향을 종합 분석한 결과, 퇴직연금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둘러싼 경쟁은 이벤트와 수수료 중심에서 장기 수익률과 자산관리(WM), 디지털 플랫폼 경쟁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민연금만으로는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준비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퇴직연금 적립금이 5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증권사들은 연금을 단순한 절세상품이 아닌 미래 성장사업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사업자별 수익률과 수수료 공시를 확대하면서 고객들의 선택 기준도 가입 혜택보다 운용 성과와 자산관리 서비스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이미지 제작


◊ 증권사들 연금 고객 공들이는 이유 '장기 고객' 


증권사들이 연금시장에 공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장기 고객'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일반 투자계좌는 시장 상황에 따라 자금이 유출될 수 있지만, 연금계좌는 적립부터 운용, 연금 수령까지 수십 년 동안 거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객과의 접점이 장기간 유지되는 만큼 투자상품은 물론 세무와 상속·증여, 은퇴설계 등 다양한 자산관리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업계에서는 연금을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자산관리 사업 전체를 확장하는 '앵커(Anchor) 상품'으로 평가한다. 한 번 확보한 연금 고객이 장기적인 자산관리 고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함께 공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ISA는 여러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서 운용하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절세계좌다. 최근에는 만기 자금을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이전해 절세 효과를 이어가는 사례가 늘면서 증권사들도 두 계좌를 하나의 장기 자산관리 체계로 연결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 이벤트에서 운용 경쟁으로 무게중심 이동


초기 연금시장 경쟁은 신규 계좌 개설과 다른 금융회사에서의 자금 이전을 유도하기 위한 이벤트가 중심이었다. 모바일 상품권과 투자지원금, 경품 등이 대표적인 마케팅 수단이었다.

그러나 시장이 성장하면서 경쟁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연금은 20~30년 이상 운용하는 장기 투자상품인 만큼 가입 당시 받는 일회성 혜택보다 장기간 누적되는 수익률 차이가 최종 연금 자산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도 단순한 계좌 확보보다 장기 운용 성과와 자산관리 역량 강화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와 타깃데이트펀드(TDF), 펀드 등을 활용한 자산배분 서비스와 투자 성향에 맞춘 포트폴리오 제안, 연금 컨설팅 등이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의 사업자별 장기 수익률 공시 확대도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투자자들이 금융회사별 운용 성과와 수수료를 비교하기 쉬워지면서 브랜드나 이벤트보다 실제 운용 역량이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 AI·디지털 플랫폼 경쟁도 본격화


디지털 자산관리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연금계좌를 개설한 뒤 장기간 방치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모바일을 통해 수익률과 자산 구성을 확인하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인공지능(AI)과 로보어드바이저(RA)를 활용한 맞춤형 자산배분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고객의 투자 성향과 연령, 은퇴 시점 등을 반영해 포트폴리오를 제안하고 시장 상황에 맞춰 리밸런싱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디지털 서비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은퇴 시기와 생활비, 세금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전문가 상담과 디지털 서비스를 결합한 관리 체계가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 투자자는 장기 운용 역량 먼저 살펴야 


전문가들은 연금계좌를 선택할 때 이벤트보다 장기 운용 역량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최근 1년 수익률보다 3년과 5년 등 장기 성과를 확인하고 운용관리와 자산관리 수수료를 함께 비교할 필요가 있다. ETF와 펀드, TDF 등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는지, 가입 이후 정기적인 포트폴리오 점검과 리밸런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도 중요한 기준이다.

특히 금융회사를 옮길 계획이라면 이벤트 혜택뿐 아니라 기존 상품을 그대로 이전할 수 있는지, 사후관리 서비스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연금계좌를 개설한 뒤 장기간 방치하는 것이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 상황과 투자자의 연령은 계속 변하는 만큼 포트폴리오를 정기적으로 점검하지 않으면 기대했던 노후자산을 마련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남은 과제는 '가입'보다 '운용'


연금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여전히 상당수 가입자는 원리금보장형 상품 위주로 운용하거나 계좌를 개설한 뒤 별도의 운용 지시 없이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장기적으로 자산 증식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또 수익률 경쟁이 과열되면서 단기 성과에 치우친 운용이 이뤄질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자의 성향보다 높은 수익률만 앞세운 상품 추천이 늘어날 경우 장기 노후자산 관리라는 연금의 본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연금시장의 경쟁이 신규 가입자 확보보다 가입 이후 자산관리와 연금 수령 단계의 인출 전략, 절세 컨설팅까지 포함하는 종합 자산관리 경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 하나증권 "연금은 WM 출발점"…현대차증권 "AI 기반 자산관리 강화"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맞춰 주요 증권사들도 연금사업 전략을 바꾸고 있다.

하나증권은 메가경제에 "IRP와 ISA는 고객 확보를 넘어 WM 사업의 탄탄한 기반을 다지는 핵심 수단"이라며 "고객 생애주기 자산관리의 출발점으로 보고 장기 수익률 관리와 맞춤형 자산관리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경쟁은 적립금 유치보다 연금 수령 단계의 자산관리와 절세 솔루션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증권은 "퇴직연금시장이 수수료와 영업력 중심에서 수익률과 운용 역량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적극적인 자산배분과 수익률 관리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와 AI 2.0 프로젝트를 통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으며,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통해 디지털 경쟁력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공통적으로 연금시장의 승부처가 가입 단계가 아니라 가입 이후 자산관리와 연금 수령 단계의 서비스 경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증권사 연금사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고객을 확보했는지가 아니라 고객의 노후 자산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불리고 은퇴 이후까지 관리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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