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아이돌까지 만든다…카스·삼성증권·LG전자, ‘엔터 마케팅’ 전쟁

심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6-10-29 14:14:18
제품 설명 대신 음악·세계관으로 소비자 공략…브랜드 경험 확장
카스 올제로, AI 아이돌 ‘3pm’ 음원 공개…차량 오디오 플랫폼 활용
삼성증권 AI 걸그룹 뮤비 250만뷰…LG전자는 음악방송 무대까지 진출

[메가경제=심영범 기자]식음료 기업이 AI 아이돌을 기획하고, 증권사가 AI 걸그룹의 데뷔곡을 선보인다. 가전기업은 실제 아이돌 그룹을 제작해 음악방송 무대까지 진출시켰다. 제품의 기능과 브랜드 메시지를 음악과 캐릭터, 세계관에 녹여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이른바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이 기업들의 새로운 브랜드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광고 모델을 기용해 제품을 홍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이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가 음악과 영상을 즐기는 과정에서 제품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AI 기술을 활용한 가상 아이돌부터 실제 인물로 구성한 프로젝트 그룹까지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 [사진=카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무알코올 음료 카스 올제로, 삼성증권, LG전자 등은 각각 브랜드 특성에 맞춘 아이돌 콘텐츠를 선보이며 마케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카스 올제로는 주류업계 최초로 자체 기획한 4인조 AI 가상 아이돌 그룹 ‘3pm’을 선보였다. 제품의 특징을 직접 설명하는 대신 음악과 캐릭터 콘텐츠를 통해 무알코올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일상 속 순간을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그룹명은 점심 이후 나른함이 찾아오는 오후 3시에서 착안했다. 무알코올 음료를 일상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선택지로 제안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카스 올제로가 추진해 온 오피스 샘플링과 세차장 제품 체험 행사 등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줄인 마케팅을 음악 콘텐츠로 확장한 셈이다.

 

3pm의 세계관에는 카스 올제로의 ‘4무(無)’ 콘셉트가 반영됐다. 리더 겸 메인 댄서 클로하는 알코올, 서브 보컬 루넷은 글루텐, 메인 보컬 로세리아는 칼로리, 메인 래퍼 에스거는 당류를 상징한다. 제품의 특징을 멤버별 캐릭터와 연결해 소비자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메시지를 접하도록 설계했다.

 

음원 공개 채널도 차별화했다. 일반 음원 플랫폼 대신 모빌리티 라이프 AX 전문기업 오비고가 운영하는 차량 특화 AI 오디오 플랫폼 ‘픽클’을 첫 공개 채널로 선택했다. 이동 중 음악을 듣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지난 23일 타이틀곡 ‘3pm’과 ‘Drive Me All ZERO’를 공개했으며, 30일 ‘ZEROOOO%’, 11월 6일 ‘새로고침(F5)’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AI 걸그룹을 활용해 투자 메시지 전달에 나섰다. 삼성증권이 직접 제작한 4인조 AI 걸그룹 ‘루미나(LUMINA)’는 금융과 투자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젊은 소비자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루미나는 ‘빛나는’을 뜻하는 루미너스(Luminous)에서 이름을 따왔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네 멤버가 하나의 스펙트럼을 완성한다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데뷔곡 ‘오버라이드(OVERRIDE)’에는 기존의 한계와 선입견을 넘어 스스로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간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콘텐츠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공개한 데뷔곡 뮤직비디오는 일주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만회를 기록했으며, 지난 21일에는 250만회를 돌파했다. 삼성증권은 루미나를 금융교육과 광고 콘텐츠의 진행자로 활용하는 한편 후속 뮤직비디오와 숏폼 챌린지 등을 통해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LG전자는 실제 인물로 구성한 5인조 프로젝트 그룹 ‘에이아이돌(AI-DOL)’을 통해 제품 기능을 음악과 퍼포먼스로 풀어냈다. 올인원 세탁건조기 ‘AI 워시콤보’를 알리기 위해 기획한 그룹으로, 아이돌 활동 경험자와 연습생 출신 등이 멤버로 참여했다. 그룹명 때문에 가상 아이돌로 오해받기도 했지만 멤버들은 모두 실제 인물이다.

 

제품 기능은 멤버별 캐릭터와 연결했다. 완벽주의자 캐릭터인 모아에는 AI 타임센싱 기능을, 세심하게 주변을 챙기는 수아에는 미니워시 기능을 각각 반영했다. 음악과 안무, 비주얼에도 제품의 특징을 녹여 소비자가 콘텐츠를 즐기는 과정에서 세탁건조기의 기능을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했다.

 

활동 방식도 실제 아이돌의 데뷔 과정을 따랐다. LG전자는 지난 7월 티징 영상과 SNS 안무 챌린지를 선보인 뒤 8월 말 해당 프로젝트가 자사 마케팅 활동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데뷔곡 ‘아이워시(I WASH)’는 인스타그램 인기 상승 오디오 1위에 올랐으며, 안무 영상도 릴스 인기 순위 4위를 기록했다.

 

이후 에이아이돌은 지난 9월 Mnet ‘엠카운트다운’과 MBC ‘쇼! 음악중심’ 등 음악방송 무대에도 올랐다. 음원은 멜론과 스포티파이를 비롯한 50여개 음원·SNS 플랫폼에 공개됐다. 초기 반응을 바탕으로 활동 기간과 범위도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의 기능을 직접 나열하기보다 음악과 캐릭터, 팬덤 문화에 익숙한 소비자의 콘텐츠 소비 방식에 맞춰 브랜드를 노출하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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