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은정 노무사의 바른산재 길잡이] ⑦범죄행위에 따른 재해가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되려면

곽은정 / 기사승인 : 2021-06-10 19:00:22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상 사유로 부상, 질병,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한다. 한편 업무 수행 중에 발생한 재해이더라도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재해’의 경우 업무상의 재해로 볼 수 없다는 규정 또한 두고 있다.

단순히 범죄행위를 행하였다고 하여 바로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재해의 원인이 범죄행위인지 여부, 업무 수행과의 연관성 등 여러 사정에 따라 업무상 재해 여부가 결정되기에 재해 경위를 올바르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범죄행위라 하면 형법에 의하여 처벌되는 행위를 떠올리지만 이에 한정되지 않으며 특별법에 의하여 처벌되는 행위도 포함한다. 따라서 도로교통법 위반에 따른 범칙행위도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예컨대 출퇴근이나 출장 중에 운전을 하던 중 신호위반이나 중앙선 침범과 같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한 경우이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범죄행위를 저지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업무수행성이 부정되나, 예외적으로 업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최근 대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근로자가 승용차로 출근 중 신호를 위반하여 교차로에 진입하였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더라도 산재보험법에서 규정하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하였다.

법원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된다는 것’을 오로지 또는 주로 자기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해당 사례에서는 교통사고가 오로지 또는 주로 망인의 신호위반 운전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교차로 내의 신호등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상당한 원인이 되어 발생하였기에 망인의 과실이 일부 있었다고 하더라도 업무상의 재해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이다.

신호위반 뿐만 아니라 업무 수행 중에 음주를 하고 운전을 하다가 발생한 사고라도 업무수행성을 부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음주운전은 범법행위이기에 원칙적으로는 해당 사고는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빙판길에서 주행을 하거나 기상악화로 인하여 시야장애가 있는 경우와 같이 운전 자체에 통상 수반되는 위험이 현실화된 사고라면 예외적으로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배달기사나 출장 중에 운전을 자주 하는 근로자의 경우 여러 이유로 신호위반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때에는 범법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무조건 업무수행성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가려내야 한다.

오로지 범법행위만이 사고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업무와 사고 간 상당인과관계를 밝혀 산업재해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곽은정 노무법인 한국산재보험연구원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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