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파크 브랜드 달았지만 끝내 회생절차"…HDC, 20년 비건설 확장 실험 멈추나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5-14 15: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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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리테일로 넓힌다던 HDC 브랜드 전략…아이파크영창 회생절차로 '일단 멈춤'
해외사업 실패·중국법인 자본잠식·차입 급증…"계열 지원 공식도 통하지 않아"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HDC그룹이 아이파크 브랜드를 앞세워 주거를 넘어 리테일·문화·레저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비(非)건설 계열사이자 악기 회사로 알려진 아이파크영창이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면서 그룹의 브랜드 전략과 사업 현실 사이의 간극이 드러난 거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이파크영창(이하 영창)은 지난 4월 16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으며 법원은 회사 재산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영창은 법원 관리 아래 구조조정과 채무 조정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상황까지 왔다.

 

▲[사진=챗GPT4]

 

하지만 투자업계와 재계에서는 이번 회생절차를 단순 개별 계열사의 부실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그룹이 20년간 추진해 온 비건설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이 결국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실패 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그룹은 지난 4월 13일 ‘아이파크’ 브랜드를 기존 아파트 중심에서 리테일·문화·레저 등 생활 전반으로 확장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지 불과 사흘 만에 영창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점에서 그룹의 브랜드 전략과 비건설 계열사 운영 사이의 현실적 괴리가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그룹 관계자는 “회생절차 신청은 영창 경영진의 독립적 판단이며 그룹은 그동안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해당 신청은 브랜드 리뉴얼 선언과는 별개의 사안으로 영창 경영진의 독립적인 의사 결정과 판단에 따라 회사 정상화를 위해 추진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 자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으며, 영창이 한계 상황에 봉착한 시점에서 이해관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경영진 판단을 존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회생절차를 통해 이해관계인의 피해 최소화와 회사의 정상화를 도모하겠다는 영창 경영진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회생절차 수행에 성실히 협조해 대주주로서 필요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그룹 "영창,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 

 

그룹 측은 영창이 HDC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과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0.4%, 0.2% 수준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상호 연대보증도 존재하지 않아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영창은 삼익악기와 함께 국내 악기 산업의 대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1956년 ‘신향피아노’로 출발해 1971년부터 ‘영창’ 브랜드로 본격적인 악기 수출을 시작했고 한 때 글로벌 피아노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1990년에는 미국 전자악기 브랜드 ‘커즈와일(Kurzweil)’을 인수해 디지털 악기 시장에도 진출했다.

 

◆ 문화사업 꿈, 결국 적자로…영창, 20년 확장 전략의 실패

 

이후 2006년 HDC그룹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상황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그룹은 건설 중심 사업구조를 넘어 문화·예술·유통 분야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고, 정몽규 회장이 사내이사에 이름이 등록되는 등 사업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그룹 내부에서는 건설과 문화 콘텐츠, 레저 사업 간 시너지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또 최근에는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사명까지 ‘아이파크영창’으로 변경해 그룹 브랜드 통합 전략에도 힘을 실었다.

 

그러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영창 인수 후 장기간 수익성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재무 구조가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영창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본총계는 2014년 말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는데 당시 자본총계는 –28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2015년 365억 원 규모 유상증자(유증)와 인천공장 토지·건물 매각 등을 통해 약 236억 원의 자금을 수혈받아 일시적으로 재무 구조를 개선했지만 근본적인 수익성 회복에는 실패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2022년 다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재차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진입했다.

 

영업실적도 심각했다. 2014년 114억 원, 2015년 138억5000만 원, 2016년 180억5000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3년간 누적 영업손실만 약 433억원에 달했다. 

 

이후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일시적으로 흑자를 내며 반등 기대감을 키웠지만, 2020년 다시 적자 전환한 후 현재까지 부진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삼익악기는 수익성 둔화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흑자를 유지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해외 사업 전략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창은 미국 판매법인 ‘앤드 뮤직 코퍼레이션(AND MUSIC CORP.)’을 통해 글로벌 시장 확대를 시도했지만 지속적인 적자와 시장 수요 감소로 인해 2017년 결국 해당 법인을 청산했다. 

 

◆ 20년 실험, 결국 회생절차로…영창에 멈춘 HDC 비건설 확장 전략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그룹이 인수 당시 기대됐던 글로벌 악기 브랜드 전략이 사실상 좌초된 사건으로 평가한다.

 

수출 역시 빠르게 악화됐다. 악기 및 원부재료 수출에 대한 매출은 2023년 91억 원에서 2024년 76억 원, 2025년 56억 원으로 감소했다. 

 

주력 생산 거점인 중국 법인들도 심각한 재무 부담을 안고 있다. 중국 현지 법인인 영창악기(중국)유한공사는 지난해 순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자본총계는 여전히 -1092억원 수준의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또 다른 중국 법인인 천진영창강금주건유한공사 역시 자본잠식 상태에서 순손실을 이어갔다.

 

실적이 약화되면서 그룹 지원 의존도도 커졌다. 영창은 지난해 말 기준 HDC현대산업개발에서 90억원, HDC랩스에서 30억원 등 총 120억원을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입금의존도는 2021년 12.4%에서 지난해 72%까지 급등했고, 유동비율은 같은 기간 117.9%에서 22.6%까지 추락했다. 자산 규모는 줄어드는 반면 단기차입금 부담은 커지며 재무 안정성이 급격히 훼손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생절차 신청이 최근 상법 개정 논의와 맞물린 그룹 경영 환경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고 본다. 과거처럼 오너 의사만으로 부실 계열사를 장기간 지원하긴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육성훈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되면서 계열사 지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배임 이슈나 주주 반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단순한 계열 관계보다는 사업적·재무적 긴밀성과 전략적 중요성이 계열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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