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에 잔지바르 난민 출신 탄자니아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10-08 03:54:30
"관습과 단절 토착민의 관점 강조 위해 식민주의 시각 뒤집어"
난민 자격으로 영국 체류하며 작품 활동...대표작은 '파라다이스'.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아프리카의 제3세계 작가에게 돌아갔다. 탄자니아 잔지바르섬 출신의 난민 소설가인 압둘라지크 구르나(73)가 그 영광의 주인공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7일(현지시간) “식민주의가 가져온 영향, 그리고 다른 문화와 대륙 간에 가라앉은 난민의 운명을 타협하지 않고 연민 어린 천착(compassionate penetration)”을 한 공로로 구르나를 올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1948년 아프리카 동해안이자 인도양 서쪽에 위치한 잔지바르섬에서 태어난 구르나는 1960년대 말에 난민 신분으로 영국에 도착했다.
 

▲ 노벨문학상 수상자 압둘라자크 구르나 [노벨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잔지바르에는 수세기 동안 많은 다른 언어, 문화, 종교가 나란히 존재해왔지만 헤게모니를 위해 서로 싸웠다.

영국의 식민 통치가 끝난 1963년에 잔지바르는 혁명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아랍계 시민들에 대한 억압과 박해, 그리고 대량학살이 일어났다. 희생된 민족 집단에 속한 구르나는 학교를 마친 후 가족을 떠났다. 18세 때였다.


이후 구르나는 1984년이 돼서야 비로소 고향인 잔지바르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버지가 사망하기 직전에 만날 수 있었다. 잔지바르는 1964년 탕가니카와 연합해 탄자니아 공화국이 됐다. 

구르나는 난민 자격으로 영국에 체류하며, 모국어는 스와힐리어이지만 영어로 작품 활동을 했다. 


21세부터 집필을 시작한 그는 장편소설 10편과 다수의 단편소설을 펴냈다. 최근 은퇴하기 전까지 영국 켄트대 교수로 영어와 탈식민주의 문학을 가르쳤다.

그는 1987년 아프리카의 재능 있는 젊은 주인공의 삶을 주제로 한 데뷔작 '떠남의 기억'(Memory of Departure)을 출간했고, 1988년엔 두 번째 작품인 '순례자의 길'(Pilgrim's Way)을 발표했다. 여기서는 영국의 인종차별주의적 풍토 등 망명 생활의 다면적인 현실을 묘사했다.

1994년 출간한 네 번째 소설 '낙원'(Paradise)은 1990년 전후 동아프리카에서의 탐구 활동을 토대로 쓰여졌으며,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는 등 작가로서 비약적 성장의 계기가 됐다.

구르나는 의식적으로 관습과 단절하며 토착민의 관점을 강조하기 위해 식민주의 시각을 뒤집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0년대 초기 작품부터 주로 난민이 처한 혼란스러운 상황(disruption)을 주제로 삼아 집필 작업을 했다.

그는 오염되지 않은(pristine) 식민지 이전의 아프리카에 대한 아주 흔한(ubiquitous) 향수를 작품에 담는 것을 피했다. 19세기 후반 동아프리카의 식민지화에 대해 폭력적이고 상세하게 묘사했다. 난민 경험을 정체성과 자아성에 집중했다.

구르나의 작품 배경은 인도양에 있는 문화적으로 다양한 섬이다. 그 섬에는 노예 무역의 역사와 식민지 강대국(포르투갈, 인도, 아랍, 독일, 영국 등)의 다양한 형태의 억압이 있고, 전 세계와 무역으로 연결됐다. 잔지바르는 세계화 이전에는 국제 사회였다.

구르나의 글은 망명중에 나왔지만 그는 자신이 떠난 장소와 관계를 지속한다. 이것은 그의 작품의 기원에 있어서 기억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림원은 구르나의 진실에 대한 헌신과 단순화에 대한 혐오는 놀랍다고 분석한다. 이것은 그가 큰 연민과 굽히지 않는 헌신으로 개인의 운명을 따르게 하는 동시에 그를 암울하고 단호하게 만들 수 있다.

구르나의 소설들은 틀에 박힌 묘사로부터 움찔하고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고 문화적으로 다양한 동아프리카에 시선을 갖게 한다. 그의 문학 세계에서는 기억, 이름, 정체성 등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그의 프로젝트가 어떤 결정적 의미에서도 완성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지적 열정에 의한 끊임없는 탐구는 그의 모든 책에도 나타나 있으며, 그의 여생에서도 마찬가지로 두드러진다. 그가 21세의 난민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처럼 말이다.

구르나의 떠돌이 등장인물들은 문화와 대륙 사이의 공백기, 존재했던 삶과 떠오르는 삶 사이의 공백기, 그것은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태를 발견한다.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수상자는 자국에서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는다. 상금은 1천만 크로나(약 13억 5천만원)다.

스웨덴 한림원은 칼 구스타프 3세 국왕이 1786년 설립한 왕립 학술원으로, 1901년부터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해왔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는 지난 4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까지 4개 부문 주인공이 가려졌고, 이어 8일 평화상, 11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잇따라 발표된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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