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넘어 데이터센터까지…SK·엔비디아, 동맹 수위 높인다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 치킨집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났다. 격식 없는 ‘치맥 회동’이었지만 대화의 무게는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6세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공급 협의는 물론 차세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적 협력 논의가 오갔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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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GPT4가 최태원 회장(왼쪽)과 젠슨황 엔비디아 CEO가 치맥 회동을 하는 이미지를 구현한 모습[사진=챗GPT4] |
10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의 한 한국식 치킨 전문점에서 젠슨 황 CEO와 회동했다.
이 자리에는 최 회장의 차녀인 최민정 인테그랄헬스 대표와 젠슨 황 CEO의 딸 매디슨 황 엔비디아 로보틱스부문 시니어 디렉터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회담이 아닌 사적 만남이었지만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시선은 이 ‘치맥 회동’에 쏠렸다.
최 회장이 엔비디아,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경영진과의 연쇄 회동을 위해 지난 3일부터 미국에 체류 중인 가운데 이뤄진 만남이기 때문이다.
◆ HBM4 넘어 소캠·낸드까지
업계는 이번 회동에서 SK하이닉스의 HBM4 공급 논의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을 것으로 본다. 엔비디아가 2026년 하반기 선보일 차세대 AI(인공지능) 가속기(AI연산 처리에 특화된 반도체)인 ‘베라 루빈’에는 개당 288GB 용량의 HBM4가 적용될 예정이다.
HBM은 생산부터 패키징까지 최소 6~7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엔비디아로서는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필수적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 HBM4 수요의 55% 이상을 공급하기로 협의한 상태인데 최 회장이 이번 만남에서 ‘차질 없는 공급’을 직접 약속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HBM뿐 아니라 차세대 서버용 메모리 모듈인 소캠(저전력 D램 모듈), AI 서버용 낸드플래시와 eSSD(기업용·데이터센터용 초고성능 저장장치) 공급 협력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소캠은 AI 서버의 전력 구조 자체를 바꾸는 핵심 부품”이라며 “HBM 이후 AI 인프라 경쟁의 새로운 전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AI 컴퍼니' 구상…데이터센터까지 확장
이번 회동은 최 회장이 구상 중인 미국 AI 투자법인 ‘AI 컴퍼니’(가칭)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해당 법인은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중심으로 AI 스타트업 투자와 육성을 병행하는 구조로 SK그룹의 AI 사업 전진기지 역할을 맡게 된다.
SK는 연내 북미 지역에서 AI 데이터센터 실증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단순한 반도체 공급 관계를 넘어 데이터센터 설계·서버·스토리지·AI 솔루션을 아우르는 ‘종합 AI 인프라 파트너십’으로 확장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 회장과 젠슨 황 CEO의 만남이 주목받는 이유는 과거 전례 때문이다. 2021년 두 사람은 엔비디아 본사에서 회동한 이후 SK하이닉스, 엔비디아, TSMC가 ‘AI 3각 동맹’을 구축하면서 글로벌 AI 반도체 생태계가 급변했다.
특히 이번 만남을 계기로 SK하이닉스의 HBM4 납품이 본격화되는 것은 물론 SK의 실리콘밸리 자회사 AI 컴퍼니를 통한 eSSD 공급과 AI 데이터센터 솔루션 협력이 가시화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SK 관계자는 “두 분이 만난 것 외에는 별도로 파악되는 내용은 없다”고 답했다.
◆ 치열해지는 HBM 경쟁…최 회장의 승부수
HBM 시장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HBM4 양산·출하에 나서며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을 본격화한 가운데 SK하이닉스는 공정 미세화 경쟁 대신 성능 최적화와 대량 생산 능력을 앞세워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최 회장이 이번 회동에서 2027년 이후 본격화될 7세대 HBM(HBM4E)과 맞춤형 HBM(cHBM)에 대한 중장기 협력 방향까지 논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은 그룹의 미래를 단순 반도체 공급사가 아닌 ‘AI 종합 솔루션 제공사’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력에 SK텔레콤의 AI 서비스 역량, AI 컴퍼니를 통한 투자·플랫폼 기능을 결합해 AI 인프라 전반을 책임지는 구조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치맥 회동이 SK의 전략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며 "글로벌 AI 산업의 판을 흔들 수 있는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될지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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