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NEXT 10년, 7대 SEED③] 태양·바람도 'K산업'으로…중국과 진검승부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6-08-19 14:12:12
한화큐셀, 차세대 탠덤셀로 효율 경쟁…씨에스윈드, 글로벌 풍력 공급망 확장
LS전선·LS마린솔루션, 해저케이블·HVDC 공략…가격경쟁·전력망 확충 관건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재생에너지가 정부의 미래성장동력 '7대 SEED' 가운데 가장 빠르게 기업 실적과 연결될 수 있는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이미 글로벌 시장이 형성된 데다 에너지 전환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까지 급증하면서 발전설비뿐 아니라 송전망과 해저케이블 등 후방산업으로 시장이 빠르게 넓어지는 모습이다.


정부도 태양광과 풍력을 단순 발전산업이 아닌 차세대 제조업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태양광에서는 발전효율 35% 이상을 목표로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셀 상용화를 추진하고, 풍력에서는 20MW 이상 초대형 터빈과 부유식 해상풍력 핵심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 태양광 풍력 산업이 미래성장동력 7대 산업에 꼽혔다. [사진=AI]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 차세대 태양전지, 씨에스윈드가 풍력 공급망, LS전선과 LS마린솔루션이 해저케이블과 초고압직류송전(HVDC) 분야에서 각각 경쟁력을 높이며 'K재생에너지 밸류체인'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한화큐셀, 중국과 가격 아닌 '효율' 승부

태양광 분야의 핵심 변수는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이다.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생산능력과 공급망을 앞세워 범용 태양광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국내 업체들은 고효율 차세대 기술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한화큐셀이 공을 들이는 분야가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셀이다. 서로 다른 파장의 태양광을 흡수하는 두 종류의 셀을 적층해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효율 한계를 끌어올리는 기술이다.

한화큐셀은 2024년 산업용 크기인 M10 규격 탠덤셀에서 발전효율 28.6%를 기록해 독일 프라운호퍼 ISE 산하 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연구용 소형 셀이 아닌 실제 상용화에 가까운 대면적 셀에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탠덤셀은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발전소 부지와 구조물, 케이블 등 시스템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가 35% 이상 효율을 전략 목표로 제시한 것도 중국 업체와 범용 모듈 가격 경쟁을 벌이기보다 고효율 기술에서 격차를 만들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양산성이다. 연구개발 단계에서 확보한 효율을 대규모 생산에서도 유지하면서 수율과 제조원가를 동시에 잡아야 실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한화큐셀의 차세대 태양광 전략은 '기술 우위'를 '원가 경쟁력'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느냐에 달렸다는 평가다.

◆씨에스윈드, 20MW 해상풍력 시대 '몸집 키우기'

풍력에서는 씨에스윈드가 글로벌 공급망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미국과 베트남 등 해외 생산거점을 기반으로 글로벌 터빈 제조사에 풍력타워를 공급해 왔으며 최근에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해상풍력 시장이 20MW급 이상 초대형 터빈 중심으로 이동할 경우 타워와 하부구조물 역시 대형화·중량화가 불가피하다. 조선과 철강 산업에서 대형 구조물 제작 경험을 축적한 국내 기업들에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씨에스윈드는 주요 시장에 생산거점을 확보해 물류비와 현지조달 요건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초대형 해상풍력 설비는 크기와 무게 탓에 장거리 운송비 부담이 큰 만큼 생산시설의 현지화 여부가 수주 경쟁력과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풍력산업은 프로젝트 인허가와 착공 일정에 실적이 크게 좌우된다. 생산능력을 늘려도 해상풍력 사업 자체가 지연되면 수주 인식과 매출 발생 시점도 뒤로 밀릴 수 있다. 공급망 경쟁력 못지않게 각국의 인허가 속도와 정책 지속성이 중요한 이유다.

LS전선, 재생에너지의 '전기 고속도로' 깐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이 늘수록 함께 커지는 시장은 전력망이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소비지까지 보내지 못하면 발전설비를 늘려도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해상풍력에서 생산한 전기를 육지로 끌어오고, 서남권 발전지역과 수도권·산업단지를 장거리로 연결하려면 초고압 케이블과 HVDC 기술이 필수다.

LS전선은 525kV급 HVDC 해저케이블을 비롯한 초고압 케이블 기술을 앞세워 국내외 전력망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S마린솔루션 역시 해저케이블 시공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포설선 'GL2030'의 적재능력을 4000톤에서 7000톤으로 키웠고 1만3000톤급 차세대 포설선도 건조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가 본격화할 경우 대규모 태양광과 해상풍력 투자 확대가 케이블과 전력기기 수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LS전선이 한전과 HVDC 케이블 자산관리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단순 케이블 공급을 넘어 전력망 운영·관리 시장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최대 변수는 '중국 가격'과 '전력망'

재생에너지 산업의 가장 큰 벽은 여전히 중국이다. 중국 업체들은 태양광 모듈과 풍력 기자재에서 압도적인 생산능력과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 기업이 범용 제품만으로 정면 승부할 경우 가격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들이 탠덤셀과 초대형 풍력 구조물, HVDC와 해저케이블 등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로 사업의 중심을 옮기는 이유다. 단순히 발전설비를 많이 만드는 것보다 고부가가치 기술과 공급망을 선점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력망 확충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발전소 건설 속도를 송전망 구축이 따라가지 못하면 재생에너지는 생산해도 쓸 수 없는 전기가 된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케이블과 변압기, 전력기기 투자를 동시에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세 번째 SEED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은 태양광 설치량이나 풍력터빈 숫자만이 아니다.

한화큐셀이 고효율 태양전지를 만들고, 씨에스윈드가 글로벌 풍력 구조물 공급망을 넓히며, LS전선이 생산된 전기를 산업 현장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 같은 'K재생에너지 밸류체인'을 국내에서 완성한 뒤 해외시장까지 수출할 수 있느냐가 향후 10년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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