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박인서 기자] 지난해 9월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은 공공기관 전기차 운영 실태에 대해 지적했다.
손 의원이 63개 정부·공공기관으로부터 구매한 전기차 운행거리 현황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정부·공공기관 전기차의 연평균 운행거리는 4994km로 일반자동차의 평균치 2만km에 견줘 4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는 2012년부터 모두 1150대의 전기차를 구입하는데 총 475억원을 투입했다.
이에 손 의원은 “전기차용 충전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금처럼 강제적인 구매정책이나 보조금 정책만으로는 민간의 자발적인 구매를 이끌어낼 수 없는 만큼 정부가 전기차용 충전 인프라 구축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공공기관 전기차 의무구매가 예산 낭비가 안 되려면 충전 인프라 확충이 중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정부는 공공기관 전기차 의무구매는 예정대로 늘리되 올해 비상 충전에 필요한 급속충전기 2600여기를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 전국 대형마트 등에 설치하고, 집 또는 직장에서 필요한 완속충전기 2만여기를 구축하기로 했다. 28일에는 친환경차 충전 인프라 구축방안 발표를 통해 수소·전기차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충전과 휴게소 기능을 융합한 복합휴게소를 2025년까지 200개소 늘리고 오는 9월부터는 수소·전기차량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50% 감면하기로 했다.
이 같은 충전 인프리 확충과 지자체의 전기차 보조금 적용 확대, 금액인상 등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된 전기차 보조금 신청 접수는 밤새 대기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면서 전기차 보조금 열풍을 불러왔다.
이제 공공기관 전기차 또는 수소차 의무구매 비율도 지난해 25%에서 올해 40%로 높아졌다. 28일 정부는 "다음달 말까지 지난해의 전체 공공기관 전기차 구매 실적을 집계해 공개하고 이를 공공기관 평가에도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자체의 전기차 보조금 추가예산 확보 계획과 올해 3월까지의 전기차 보급실적을 토대로 오는 4월 중에 지자체별 국고보조금 예산을 재조정하는 것처럼 평가와 인센티브 요소를 도입했다. 이 같은 선의의 경쟁은 민간과 공공부문의 전기차 보급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씨줄과 날줄이 될 수 있다.
지자체 중에서 제주도와 서울시가 전기차 보급에 의욕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카본 프리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통해 지구촌에서 가장 깨끗한 섬의 하나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전방위로 기울이고 있다. 1%대의 제주도 내 전기차 비율을 올해 공공부문 10%, 2020년 대중교통 40%, 2030년 상용차 100%를 모두 53만대의 전기차로 대체한다는 구상 아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제전기차엑스포도 열고 전기차레이싱대회까지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시도 올해 200면 이상의 공영주차장에 급속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한편 산하 공공기관까지 신규차 구매시 100% 전기차로 대체하도록 하는 등 친환경차 보급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인 정책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는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해 보이는 사례다.
외국의 경우 중국은 지난해 2월부터 지방정부와 공공기관 전기차, 신에너지차 의무구매 비율을 30%에서 6개월 만에 50%로 늘려 적용하기 시작했다. 2015년 기준으로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전년 대비 3배가 증가한 33만대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선 만큼 공공기관 전기차를 전위병 삼아 보급에 가속도를 붙이는 동시에 신수종 사업으로서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전기차 시장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우리 정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는 1만1794대에서 25만대로, 수소차는 126대에서 1만대로 보급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우리나라도 전기차 보조금 신청 열풍에서 보듯이 충전 인프라가 확대되면서 불편함이 점점 해소되고 구입 부담이 줄어들게 되면 친환경 교통문화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전기차가 긴 거리의 출장 등으로 운행률을 높이면서 그 과정에서 충전 인프라나 편의성이 부족한 요인들을 찾아 정책에 반영한다면 전기차는 새로운 클린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을 날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공공기관 전기차가 시민들과의 길거리 소통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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