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진료 체계 가동,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전공의들이 '집단 사표'를 제출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집단행동 시 공공의료 기관의 비상 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자들에 대해선 구제나 선처는 없을 것이며, 명백한 법 위반 시 구속도 염두에 두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지금의 3058명에서 2000명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발표가 나오자, 일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대생들이 동맹휴학 계획을 발표하는 등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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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들의 집단 행동 시 정부가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사진=연합] |
당장 20일부터 의료공백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의사 집단행동 대응 관계 장관회의'에서 "집단행동이 본격화하면 의료공백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해 비상 진료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중증 수술을 최우선으로 대응하고, 필수 의료 과목 중심으로 진료가 이루어지도록 체계를 갖추며, 상황 악화 시 공보의와 군의관을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정부가 의대 증원 방침을 절대 꺾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 총리는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에 의사 협회가 파업을 결정할 경우, 정부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국 대학병원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 입장을 내놓으며, 파업 대신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는 방향으로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행동은 서울의 빅5 대학병원은 물론 지방의 대학병원들까지 이어지며, 응급수술을 제외한 예약 수술 환자들은 후 순위로 밀리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병원에 사직서를 전달하고 20일부터 진료 현장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자칫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의사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각 병원에 공문을 보내 전공의들의 근무 상황을 매일 보고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자들에 대해 구제나 선처는 없을 것이며, 엄격한 법 적용을 통해 강력히 처벌한다는 입장이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의료인은 의료법상 1년 이하의 자격정지, 3년 이하의 징역, 3천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명령 불복해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판결이 나오면 면허 취소도 가능하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수사기관에 고발됐을 때 정해진 절차 내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할 것"이라며 "명백한 법 위반이 있고 출석에 불응하겠다는 확실한 의사가 확인되는 개별 의료인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전체 사안을 주동하는 이들에 대해선 검찰과 협의를 거쳐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의사가 정부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한 사례는 해외에서는 볼 수 없는 행동이다"라면서 "현재 우리나라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해외 사례처럼 단순히 임금을 올려 달라는 게 아니라 의사 부족으로 인한 환자의 피해를 전제로 돈을 더 벌겠다는 것"이라며 의사들의 집단 행동에 명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일본 후생노동성·의사협회와 면담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의사협회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할 당시 의사 수 부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 의사협회에서도 반대가 없었다.
일본을 비롯해 선진국들이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의대 정원을 늘리고 있다. 독일은 공립 의대 정원을 9000여명에서 15000명 가량으로 늘리기로 했으며, 영국도 현행 8천여 명 수준의 의대 정원을 오는 2031년까지 15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OECD 통계로 보면 한국의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6명에 불과해 스웨덴 4.3명, 스페인 4.5명, 그리스 6.5명에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은 SNS를 통해 '정부가 의사들을 이길 수 없는 7가지 이유'를 들며 의대 증원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 전 회장은 ▲ 정부는 국민에게 의사가 부족하다는 거짓말을 했다 ▲ 정부는 진단 오류를 범함에 따라 처방 오류를 범했다 ▲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국가적 재앙을 초래한다 ▲ 정부는 과학적으로 풀어야 할 의대증원을 정치 아젠다로 들고 나왔다 ▲ 정부는 의사가 목숨처럼 지키는 가치를 간과했다 ▲ 정부는 의사들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자존감을 훼손시켰다 ▲ 여론의 화살 향배는 바뀌게 되어 있다 등의 7가지 주장을 펼쳤다. 그는 의사가 정부를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의학의 본질을 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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