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뒤 생산 재개 논란…조성현·김현욱 HL만도 대표 리더십 시험대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8-05 15:37:50
인터락 미설치·TBM 부실 의혹 속 외부 물량 반입·관리자 투입…노조 "재가동 강행"
유가족·산재피해자 단체, 노동부에 철저한 감독 촉구…사측 "노사 실무협의로 진행"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국내 자동차 전문 부품 회사인 HL만도의 평택공장에서 청년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숨진 중대재해 사고 이후 사측이 노사합동점검과 인터락 설치 등 재발 방지 대책보다 생산라인 재가동을 서둘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생산 재개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조성현 대표이사(부회장)와 김현욱 대표이사로 구성된 HL만도 경영진의 위기관리 능력과 안전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챗GPT4]

 

노조 측은 외부 대체 물량 반입과 관리자 투입, 휴가철 특근 모집이 잇따랐다며 사측의 생산 우선주의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에 회사 측은 “노사 간 실무 협의를 통해 진행된 사항”이라며 “유가족과 동료 여러분께 깊은 애도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과 전국금속노동조합 만도지부(이하 노조)는 5일 오전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김승모 씨 사망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노동 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 김승모 씨 유가족을 비롯해 고 이한빛 PD, 태안화력 고 김용균 씨, 쿠팡 고 장덕준 씨, 아리셀 화재참사 희생자 유가족 등이 참석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중대재해 사고 발생 직후 기업이 안전조치와 생산 정상화 가운데 무엇을 우선했는지를 둘러싼 경영 판단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사고 설비의 안전장치 미비와 작업절차 부실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산 재개 시도가 이어졌다는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원청의 안전 책임과 중대재해 대응 체계 전반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표이사는 중대재해 발생 이후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 체계 구축, 현장 안전문화 개선을 이끌어야 하는 최종 경영 책임자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에 대한 조성현 부회장과 김현욱 대표의 대응은 단순한 노사 갈등 수습을 넘어 HL만도의 안전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 인터락 미설치·TBM 미실시 의혹…노조 “휴가철 특근까지 생산 재개 강행”

 

앞서 지난 7월 22일 김승모 씨가 금속 부품을 절삭·가공하는 기계인 MCT(머시닝센터) 설비 작업 중 숨졌다.

 

노조는 고인이 작업하던 MCT 12호기에 설비 가동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인터락 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다며 위험작업 중단과 노사합동점검, 인터락 설치 등을 포함한 6대 요구안을 사측에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와 민주노총 측은 사측이 재발 방지 대책에 합의하지 않은 채 생산라인 가동을 지속적으로 시도했다고 질타했다.

 

사측은 지난 7월 28일 외부 생산 대체 물량을 공장에 반입한 데 이어 29일 새벽에는 관리자들을 생산라인에 투입해 설비를 가동했으며,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이어지는 휴가 기간에도 특근 인력을 모집했다는 점을 노조 측은 강하게 지적했다.

 

노조 측은 휴가철마다 설비 전원을 차단하고 점검하던 기존 관례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사합동점검 이후 진행하려 했던 인터락 설치 작업 역시 사측이 이달 1일부터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주말에도 외주업체를 불러 무리하게 라인을 가동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노조가 이를 막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사고 현장에는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노조에 따르면 ‘MCT 설비 내부에서의 유지·보수 및 수리 등 작업 일체’에 해당하는 설비는 가동할 수 없지만, 사측의 가동 시도에 대해 노동 당국이 충분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만도지부는 외주업체 투입과 관련해 지난 3일 고용노동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사고 당시 원청의 안전관리 체계를 둘러싼 의혹도 이어지고 있다. 현장감독자와 안전관리자의 입회 여부를 비롯해 TBM(작업 전 안전회의) 실시, 가동정지 안전표시줄 설치, 작업구역 접근통제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공식 도급계약 없이 하청업체에 상시적인 작업 지시가 내려졌다는 주장과 작업허가서·위험성평가서의 적정성을 둘러싼 의혹도 제기됐다.

 

이러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현장 단위의 관리 부실을 넘어 대표이사 산하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실제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조성현 부회장과 김현욱 대표가 사고 수습 과정에서 생산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경영 기조를 명확히 제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얼마나 구체화하느냐가 향후 사태 수습과 시장 신뢰 회복의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다시는’ 측은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라는 유가족과 사회의 요구에도 회사는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며 노동청이 작업중지 명령 이행 여부를 철저히 감독하고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이후 참석자들은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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