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에 여성듀오 샤르팡티에·다우드나 공동수상...유전자 편집기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개발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0-10-07 23: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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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택환 교수"수상 못했지만 노벨상급 반열 올라 자부심"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올해 노벨 화학상은 유전체 편집(genome editing) 기술을 개발한 여성 학자들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사르팡티에(51)와 미국의 제니퍼 A. 다우드나(56)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2020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genetic scissors)라 불리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개발한 샤르팡티에와 다우드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샤르팡티에와 다우드나의 수상으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여성 학자는 7명으로 늘어났다.

 

▲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프랑스의 에마뉘엘 사르팡티에와 미국의 제니퍼 A. 다우드나를 선정했다. [출처= 노벨상 홈페이지]


노벨위원회는 2명의 여성 학자가 세균이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구조를 규명해 게놈(genome·유전체) 편집 기술로서 응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바지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태생인 샤르팡티에는 현재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병리학 교실에 재직 중이며, 다우드나는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 교수다.

상금은 10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원)으로 둘이 절반씩 나눈다.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메달은 오는 12월 10일 자국에서 각각 수여된다.

유전자 편집은 동식물 등의 유전자를 목적에 맞게 변형하는 기술이다. 비정상적인 유전자를 잘라 없애거나 변형 시켜 유전병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연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된다. 

 

▲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제니퍼 A. 다우드나(왼쪽)와 프랑스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오른쪽)가 지난 201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만나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 [사진= dpa·AP/연합뉴스]

이들이 주도적으로 연구해 지난 2012년 개발된 유전자(DNA) 교정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생명과학과 의학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신기술로, 기존 기법보다 훨씬 쉽고 정확해 분자생명과학에 혁명을 가져왔다.

노벨위원회는 "이 기술을 이용해 연구자들은 동·식물과 미생물의 DNA를 매우 정교하게 변형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 기술은 생명과학에 혁명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과 유전병 치료의 꿈을 현실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노벨화학상 부문 심사위원장인 클라에스 구스타프손은 보도자료에서 "이 유전자 도구에는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엄청난 힘이 있다"면서 "기초과학에 혁명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혁신적인 결과들을 내놓았으며 앞으로 새롭고 획기적인 의학적 치료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개발된 이후 농학자들은 이 기술을 활용해 병충해와 가뭄에 강한 작물들을 잇달아 개발했고, 의학 분야에서도 새로운 암 치료법들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이 유전자 가위들은 많은 분야에서 생명과학을 새 시대로 이끌었으며 인류에 지대한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 최근 3년간 노벨 화학상 수상자. [그래픽= 연합뉴스]

 

세균은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바이러스의 DNA 일부를 자르는 가위를 갖고 있다. 이 가위가 캐스(Cas)라고 불리는 효소다.

바이러스에 공격을 받으면 캐스가 DNA를 잘라내고 세균은 그 정보를 크리스퍼라고 불리는 DNA의 영역에 기억한다. 다시 같은 바이러스가 침입해 오면, 기억과 일치하는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절단할 수 있다.

샤르팡티에는 이날 스톡홀름에서 기자들과의 전화 회견에서 "이번 수상이 과학의 길을 걷고자 하는 소녀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줄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워낙 획기적인 신기술이라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샤르팡티에 교수는 지난 2016년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정기학술대회에 기조강연 연사로 초청돼 방한한 바 있고, 다우드나 교수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관해 쓴 책 '크리스퍼가 온다'는 국내에도 번역·출간돼 있다.

 

▲ 연쇄상구균의 천연 면역 시스템; 크리스퍼/캐스나인. [출처= 노벨상 홈페이지]

한편, 올해 노벨 화학상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던 서울대 현택환 석좌교수(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장)는 수상하지 못했다.

현 교수는 모운지 바웬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크리스토퍼 머리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와 함께 물리학, 생물학, 의학 시스템 등 광범위한 응용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나노결정(Nano Crystals) 합성에 기여해 수상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안타깝게 수상하지 못한 현 교수는 서울대에서 취재진과 만나 "노벨상 후보로 거론된 것 자체가 우리나라 과학자가 노벨상급 반열에 들어갔다는 좋은 지표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그만큼 수준이 올라갔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담담히 소회를 밝혔다.

 

앞서 지난달 정보분석업체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는 국내 과학자 가운데 유일하게 현 교수를 노벨화학상 수상 유력 후보로 점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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