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첼·게즈 “은하 중심부 초대질량 블랙홀” 발견
게즈, 역대 네 번째 여성 물리할상 수상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블랙홀과 은하의 가장 어두운 비밀(Black holes and the Milky Way's darkest secret)’을 밝혀 우주의 수수께끼를 푸는데 새로운 지평을 연 영국·독일·미국의 세 천체물리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202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블랙홀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증명한 영국의 로저 펜로즈 교수(89·옥스포드대)와, 별의 관측으로부터 은하의 중심에 ‘보이지 않는 극히 무거운 물질'(초대질량 블랙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독일 막스플랑크 외계물리학연구소 라인하르트 겐첼 소장(68·UC버클리)과 미국의 앤드리아 게즈 교수(55·UCLA) 등 3명이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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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노벨상 수상자 캐리커쳐. 왼쪽부터 로저 펜로즈, 라인하르드 겔츠, 앤드리아 게즈 교수. [출처= 노벨상 홈페이지] |
노벨위원회는 수상자 3명 중 펜로즈 교수는 일반상대성이론이 블랙홀 형성을 이끈다는 것을 입증했고, 겐젤 교수와 게즈 교수는 은하계 중심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지만 거대한 질량의 물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등을 수상 이유로 꼽았다.
펜로즈 교수는 수학적 계산을 통해 블랙홀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의 직접적인 결과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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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홀의 단면. [출처= 노벨상 홈페이지] |
펜로즈 교수는 스티븐 호킹 박사(2018년 사망)와 함께 '펜로즈-호킹 특이점 정리'(Penrose-Hawking singularity theorems)를 발표, ‘특이점(singularity)’ 이론을 정립한 것으로 유명한 수학자이자 천체물리학자다.
그는 또 수학자였던 아버지와 함께 고안한 '펜로즈의 계단'(2차원 평면에 구현된 3차원의 계단으로 실현 불가능함)으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과학자이기도 하다.
펜로즈는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중력이 매우 강해 빛마저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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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하 개념도. 중심부에 궁수자리가 있고 외곽에 태양계가 있다. [출처= 노벨상 홈페이지] |
노벨위원회는 아인슈타인조차 블랙홀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면서 펜로즈는 아인슈타인이 세상을 떠나고 10년 뒤인 1965년 블랙홀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으며, 이는 아인슈타인 이후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가장 중요한 공헌으로 인식된다고 평가했다.
겐젤 소장과 게즈 교수는 보이지 않고 극도로 무거운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compact object)이 우리 은하의 중심에 있는 별들의 궤도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노벨위원회는 설명했다.
노벨위원회는 겐첼과 게즈가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 있는 '궁수자리(Sagittarius) A*'라는 곳에 몰두했고 이를 통해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 가까운 별들의 궤도가 정밀하게 배치됐으며, 별들을 잡아당기는 '보이지 않는 극도로 무거운 초대질량 블랙홀'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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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질량 항성 블랙홀. [그래픽= 연합뉴스] |
두 교수는 1990년대 초반부터 오랜 세월에 걸쳐 은하의 중심부를 칠레(유럽남방천문대)와 미국 하와이(케크천문대)의 망원경으로 따로 관측해, 주변의 별들이 빠른 스피드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스피드는 매우 강한 중력원이 없으면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은하의 중심에 태양의 약 400만 배에 달하는 거대 질량을 가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천체가 있음을 이끌어냈다. 초대형 블랙홀인 ‘궁수자리 A*’의 발견이었다. 이 연구는 블랙홀 존재를 확인하는 데 결정타가 됐다.
노벨위원회는 "올해 수상자들의 발견은 초질량 고밀도 천체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이 신비한 천체들은 여전히 많은 질문을 갖게 하며 미래 연구에 동기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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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하 중심부에 가장 근접한 별들.' 궁수자리 A*(Sagittarius A*)에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다. [출처= 노벨상 홈페이지] |
펜로즈 교수는 1931년 영국 콜체스터에서 태어났으며,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 과학에 공헌한 공로로 기사 작위를 받았다. 현재 옥스퍼드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1952년 독일에서 태어난 겐젤 소장은 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막스플랑크 외계물리학연구소장이자 미국 UC버클리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1965년 뉴욕시에서 태어난 게즈 교수는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은하 중심의 블랙홀 연구를 해왔다. 2000년부터 UCLA 교수로 있다.
게즈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4번째 여성학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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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노벨 물리학상 발표 모습. [출처= 노벨상 홈페이지] |
게즈는 "다른 젊은 여성들에게 동기부여가 됐으면 한다. 많은 즐거움이 있는 분야다. 여러분이 과학에 열정적이라면 이룰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마리 퀴리가 라듐 발견으로 1903년 여성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 이후 마리아 메이어(1963), 도나 스트리클런드(2018) 등이 뒤를 이었다.
메달은 오는 12월 10일 수상자 국가에서 수여된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0만 크로나(약 13억원)가 주어진다. 상금의 절반은 펜로즈에게, 나머지 절반은 겐첼과 게즈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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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3년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그래픽= 연합뉴스] |
그동안 노벨상 시상식은 매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상식이 열리지 않고 TV중계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상자는 자국에서 메달과 상장을 받게 된다.
전날 생리의학상으로 시작된 올해 노벨상 발표는 이날 물리학상에 이어 7일 화학상, 8일 문학상, 9일 평화상, 12일 경제학상 등의 순으로 이어진다.
지난해에도 캐나다계 미국인 제임스 피블스, 스위스의 미셸 마요르, 디디에 쿠엘로 등 3명의 천체 물리학자가 우주 진화의 비밀과 우주 내 지구의 위상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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