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자연을 치유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외침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재패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는 아름다운 영상미에 심오한 환경 메시지를 담은 수작이다.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을 넘어, 현재 우리가 직면한 기후 온난화 문제와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일부 정치인들의 위험한 선동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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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포스터 [자료=네이버 영화] |
‘불의 7일’ 전쟁으로 현재의 문명이 멸망한 먼 미래의 지구, 거대한 곰팡이 숲 ‘부해’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 가스와 거대 곤충들이 살아남은 인류를 위협한다. 이 암울한 시대, 나우시카 일족이 다스리는 바람 계곡은 기적처럼 맑은 바람과 깨끗한 물을 간직한 채 평화롭게 살아간다.
그 중심에는 자연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신비로운 소녀, 나우시카가 있다. 그녀는 인간과 곤충, 심지어 부해마저 이해하려 노력하며, 파괴된 세계를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색한다.
어느 날 군사대국인 트로메키아의 비행기가 오무들의 습격으로 바람 계곡에 추락한다. 비행기 잔해속에는 과거 세계대전의 최종병기 '거신병'의 알이 발견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영화는 폭염 및 열파, 극심한 가뭄, 홍수, 산불, 태풍, 쓰나미 등 기후 온난화가 불러오는 자연 재난에 시달리는 현실 속에서 더욱 강력한 울림을 던진다. 부해의 창궐은 극심한 환경 파괴와 그로 인한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를 상징한다. 잦은 이상 기후, 해수면 상승, 사막화 등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겹쳐진다.
나우시카는 자연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부해’와 거대 곤충들의 존재 이유를 파악하려 노력한다. 그녀는 맹목적인 파괴와 대립이 아닌, 이해와 공존을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이는 기후 온난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그린피스 등 환경 운동가들과 대다수 과학자들의 목소리와 궤를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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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한장면 [자료=네이버 영화] |
반면 트로메키아 인들처럼 현실 세계에서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는 이들이 존재한다.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일부 정치인들은 기후 온난화의 심각성을 부정하거나 축소하며, 화석 연료 산업의 이익을 옹호하는 주장을 펼쳐왔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 뒤에는 초거대 에너지 재벌들의 그림자가 드리웠다고 의심한다.
영화 속 강대국들의 이기적인 행동과 대립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국제적인 환경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반영한다. 영화속 대다수 국가들이 ‘부해’를 단순한 오염 물질로 여기고 파괴하려 했던 것처럼, 이들은 기후 변화를 ‘거짓’으로 치부하며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나우시카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하며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녀의 헌신적인 노력은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 즉 연대와 공감,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삶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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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한 장면 [자료=네이버 영화] |
동시에 거대 곤충 오무의 분노와 정화 능력은 자연의 강력한 힘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잠재력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는 우리가 자연을 존중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파괴된 환경도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는 단순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을 넘어, 기후 온난화라는 거대한 재앙 앞에서 인류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멸망을 향해 질주하는 열차에 올라탈 것인가, 아니면 나우시카처럼 자연 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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