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하락에 은행 탈출한 자금, 채권과 고배당 ETF로 급격히 이동
'K-밸류업' 바람 타고 국내 고배당주 재조명…환리스크 없는 국내 월배당 상품 인기
[메가경제=박성태 기자] 직장인 B씨는 최근 만기가 돌아온 5000만 원짜리 정기예금을 재예치하려다 발길을 돌렸다. 지난해 연 4%를 넘나들던 금리가 이제는 연 2.4% 수준까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B씨는 “여기에 이자 소득세 15.4%를 떼고 나면 물가 상승률도 못 따라갈 것 같다”며 조금 위험하더라도 매달 배당이 들어오는 상품이나 채권 투자를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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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연합뉴스] |
◇ 예금 금리 ‘심리적 저항선’ 3% 무너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주력 상품 금리는 연 2.0~2.5%대로 내려앉았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 예금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정기예금 유입세가 눈에 띄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적금으로 쏠리던 ‘머니무브’가 멈추고, 이제는 은행 밖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시중 자금은 이제 ‘원금 보장’보다 ‘금리+α’를 낼 수 있는 투자처로 향하고 있다. 특히 금리 하락기에는 자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채권과 매달 현금이 발생하는 배당주가 대안으로 급부상 중이다.
◇ “금리 인하에 베팅” 미국·한국 장기채 ETF
은행 예금의 가장 강력한 대체재로 떠오른 것은 채권 ETF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향후 금리가 본격적으로 내려가기 시작하면 높은 이자 수익은 물론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매매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4월 초 집계한 장외채권 매수 동향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액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장기채뿐만 아니라 환율 변동 부담이 없는 국내 30년 만기 국고채 ETF에도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금리 정점론이 확산되면서 하락장에서의 방어력과 상승장에서의 수익성을 동시에 갖춘 장기채 상품으로 자금이 쏠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K-밸류업’ 수혜 입는 국내 고배당주와 월배당 ETF
미국 증시 외에도 국내 증시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으로 국내 고배당 상품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배당 수익률이 높은 우량 기업들을 모은 ‘KRX 고배당 50’ 지수나 ‘코스피 고배당 5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들이 예금 금리를 상회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 정책이 강화되면서 국내 주식형 월배당 ETF가 새로운 대안으로 안착했다.
국내 배당주에 투자하면서 매달 현금을 지급하는 이들 상품은 환전 비용이 들지 않고 국내 장 중에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은행, 보험 등 전통적인 고배당 업종에 집중 투자하여 연 5~7% 수준의 분배율을 목표로 하는 상품들이 예금 이자에 실망한 자금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 “제2의 월급을 찾아서”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
은퇴 세대뿐 만 아니라 2030 젊은 층까지 사로잡은 상품은 미국 배당 성장주에 투자하는 월배당형 ETF다.
과거 연 1회나 분기별로 주던 배당을 월 단위로 쪼개면서 ‘매달 현금 흐름’을 원하는 수요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공시한 펀드 동향에 따르면, 월배당 ETF의 순자산 규모는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높은 성장성을 기대한다면 미국형 상품을, 안정적인 원화 수익과 세제 혜택을 중시한다면 국내형 고배당 상품을 선택하는 분산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단기 대기 자금의 이동 ‘파킹통장’
당장 투자처를 정하지 못한 ‘눈치 보기’ 자금은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주는 파킹통장으로 몰리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자료를 보면, 시중은행 예금 금리는 낮아졌지만 일부 저축은행은 여전히 연 3% 안팎의 금리를 유지하며 단기 자금을 유치 중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기에는 무조건적인 예금 재예치보다 자산 포괄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전체 자산의 일부는 변동성이 적은 단기 자산(파킹통장)에, 나머지는 금리 하락 수혜를 입는 장기 자산(채권·배당주)에 분산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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