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공방] 협력사까지 포섭했나?...대한전선 '조직적 기술 탈취' 정황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5-29 11:34:06
경찰, 대한전선·설계업체 등 검찰 송치…해저케이블 핵심 설비 설계 유출 의혹
LS전선 "설계도 뿐만 아니라 턴케이블·수직연합기 기술까지 빼갔다"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대한전선이 국내 전선업계 1위 LS전선의 공장 레이아웃(설계)은 물론 협력업체(밴더)를 상대로 핵심 장비 설계 기술까지 탈취한 혐의가 경찰 조사로 밝혀졌다. 

 

공장 설계를 포함한 해저케이블 생산의 핵심 설비인 턴케이블과 수직연합기 설계 정보까지 유출됐다는 것이다. 

 

▲[사진=챗GPT4]

 

경찰이 대한전선과 설계업체 등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양사의 갈등이 설계 도면 분쟁을 넘어 국가 핵심기술을 둘러싼 법정 공방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턴케이블이란 해저케이블은 수십㎞ 길이의 초대형 제품인데 생산 과정에서 케이블을 감고 이동시키는 각도와 속도, 장력 제어가 품질을 좌우한다. LS전선 측은 해당 설비의 설계 방식이 오랜 기간 축적된 생산 노하우의 집약체라고 설명한다.

 

수직연합기는 케이블 절연층을 입힌 뒤 고온·고압 환경에서 절연체(전기누출 막는 물질)를 가교(Cross-linking)시키고 냉각하는 설비이다.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져야 수백 kV(킬로볼트)급 초고압 전류를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며, 해저케이블은 수십 년 동안 바닷속에서 버텨야 하기 때문에 절연 품질이 매우 중요하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은 이번 사건이 공장 설계 유출을 비롯해 해저케이블 생산에 필요한 핵심 설비와 운영 노하우가 조직적으로 유출된 사안이라고 주장해 향후 형사 소송 규모로 커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루 전인 28일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대한전선과 가운종합건축사무소, 설비 제작업체 등 법인 3곳과 관계자 16명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대한전선이 충남 당진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LS전선 동해공장의 설계 정보와 생산 노하우를 부정하게 활용한 것으로 판단한다.

 

회사 측은 건축 설계안 일부가 활용된 수준이 아니라 수십 년간 축적된 핵심 생산기술과 설비 설계 정보까지 경쟁사로 유출된 정황이 확인됐다고 주장한다.

 

LS전선 관계자는 "해저케이블은 국가 핵심기술이자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의 기반"이라며 "임직원들의 수십 년 노력과 막대한 투자를 통해 축적한 기술과 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해 기술 탈취 행위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공장 두뇌를 빼갔나"…턴케이블·수직연합기 둘러싼 해저케이블 기술탈취 의혹

 

경찰과 LS전선이 특히 문제 삼는 부분은 핵심 설비와 협력업체(밴더)를 통한 기술 유출 의혹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것이 '턴케이블(Turn Cable)'과 수직연합기 설비다. LS전선은 대한전선 측이 관련 설비 제작업체와 접촉해 핵심 설계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의심한다.

 

수직연합기는 초고압 해저케이블 생산의 핵심 공정 설비로 외관상 8층 건물 규모에 달하는 대형 구조물이다.

 

경찰은 대한전선 당진공장에 설치된 수직연합기 구조가 LS전선 동해공장의 설계와 상당 부분 유사한 것으로 판단하는 상황이다. 단순 외형뿐 아니라 내부 철골 구조와 설비 배치, 구조물 단차까지 유사성이 확인했기 때문이다.

 

해저케이블 업계에서는 생산 기술보다 오히려 생산 과정의 운영 노하우가 진입장벽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저케이블은 수천 톤에 달하는 제품을 손상 없이 생산·보관·운송해야 하는 특성상 케이블을 감는 방식과 적재 높이, 곡률 관리, 장력 제어 등이 모두 품질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LS전선은 이러한 세부 공정들이 수십 년간 축적된 영업비밀이며 경쟁사가 단기간에 모방하기 어려운 핵심 자산이라고 여긴다.

 

최근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 확대와 전력망 투자 증가로 해저케이블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LS전선과 대한전선이 시장 선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LS전선은 2007년 세계 네 번째로 초고압 해저케이블 개발에 성공했으며 2009년 국내 최초 해저케이블 전용공장을 구축했다. 이후 수조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확대해 왔다.

 

반면 대한전선은 충남 당진공장을 거점으로 해저케이블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전선 측은 "검찰 송치는 수사기관의 1차 판단일 뿐 위법성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검찰 및 법원 절차에서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을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최신기사

1

휴온스랩, ‘하이디퓨즈’ 외연 확대…항체 11종 SC 특허 확보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휴온스랩이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플랫폼 ‘하이디퓨즈(HyDIFFUZE)’의 적용 범위를 항체의약품 11종으로 넓혔다. 항체별 비임상 약동학(PK) 평가를 진행한 데 이어 관련 조성물에 대한 국내 특허 등록과 국제특허출원(PCT)을 마쳤다. 1일 휴온스랩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하이디퓨즈를

2

‘혈관 재개통=끝’ 아니었다…제이엘케이 AI, 뇌경색 진행 포착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급성 뇌경색 환자의 막힌 혈관을 완전히 재개통한 뒤에도 뇌경색 병변이 며칠간 확대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치료 전 CT 관류영상에서 손상 범위가 크게 나타난 환자일수록 이후 병변 증가 폭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1일 제이엘케이에 따르면 제이엘케이의 뇌졸중 AI 솔루션을 활용한 연구가 미국심장협회(AHA) 학술지인

3

온코닉, 네수파립 美 특허 확장…2036년→2042년 권리 연장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차세대 항암신약 후보물질 네수파립의 미국 지식재산권 보호 범위를 넓힌다. 기존 물질특허에 이어 의약품 생산 과정에서 중요한 결정형과 제조방법까지 특허 포트폴리오에 포함하면서 향후 미국 임상과 허가, 상업생산을 겨냥한 권리 방어 기반을 강화했다.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온코닉테라퓨틱스는 네수파립(Nesup

HEADLINE

더보기

트렌드경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