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이슈토픽] 중국발 공급 과잉에 '생존 모드' 돌입한 석유화학업계…감산이 마지막 카드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1-08 10:36:19
LG화학·롯데케미칼·여천NCC, NCC 가동률 낮추며 구조적 불황 대응
정부·금융권·업계 ‘원팀’ 재편안 가동…범용 석화 줄이고 체질 전환 가속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사실상 '생존 모드'에 돌입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재의 국면을 ‘구조적 불황의 시점’으로 규정하며 감산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최후의 보루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NCC(나프타 크래킹 센터) 대규모 화학 정제 설비 시설을 갖춘 LG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 등은 기초 석유화학 원료의 글로벌 수요 감소에 따른 공급 확대가 버겁다는 고민을 해왔다. 

 

▲LG화학 여수공장 용성단지 [사진=LG화학]

 

NCC는 플라스틱 섬유 고무 등 고온에서 분해(크래킹)해 석유화학의 기본 원료인 에틸렌 등의 기초유분(베이직 올레핀) 생산하는 석유화학 기반의 핵심 설비 시설을 의미한다. 

 

석유화학 업황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NCC를 운영하는 이들 기업들의 부담은 임계치에 근접하고 있어 정부(산업부), 금융기관, 석유화학 업계가 원팀을 구성해 '석유화학 산업 구조 재편안'에 힘을 모으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NCC 및 다운스트림(원료를 실제로 만드는 단계) 설비의 감산은 이미 상당 부분 윤곽이 잡혔고, 현재도 단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일부 설비는 정기보수 기간을 대폭 늘리거나 가동률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이 같은 위기 인식 속에 이들 원팀은 지난해부터 ‘연착륙형 구조조정’에 사실상 공조 체제를 구축해왔다. 핵심은 과잉 설비를 줄이고 수급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자율적 에틸렌(플라스틱 핵심 원료) 등 감산에 초점을 맞춘 상태다. 

 

현재 재편안의 핵심 축 ▲NCC 중심의 에틸렌·프로필렌 생산량 감산·설비 축소 ▲정기보수 기간 확대 ▲일부 설비는 상시 저가동 ▲중복 설비 정리 ▲석유화학 지역·기업 간 중복 NCC 통합 논의가 유력히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노후 NCC 폐쇄, 합작 구조 재조정 등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롯데케미칼, LG화학, 여천NCC(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합작사) 등 주요 NCC 사업자들은 "중국의 대규모 증설 여파로 에틸렌·프로필렌 등 범용 기초유분 가격이 원가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을 견디고 있다"고 토로한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공세로 국내 석화업계 불경기가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굳어지고 있다"며 "과거처럼 물량으로 버틸 수 있는 환경은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역시 국내 석유화학 사업을 단순한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닌 산업 전반의 구조 이슈로 보고 있다. 산업부를 중심으로 관계 기관은 석유화학 업계와 수차례 실무 협의를 진행하며 감산 진행 상황과 재무 부담을 점검해왔다. 

 

정책 방향으로는 무리한 일괄 구조조정보다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점진적 감산 유도와 고부가·친환경 제품으로의 전환을 병행하는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금융권의 역할도 눈에 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 기관은 석유화학 기업들의 유동성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며 숨통을 틔워주는 데 방점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감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단기 실적 악화와 재무 부담을 고려해 대출 만기 연장, 금리 조정, 투자 계획 재조정 등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분위기를 취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산은 장기적으로 석유화학 산업을 살리기 위한 선택인 만큼 단기 재무 지표만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선에서 금융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혹하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 전반의 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어렵다"며 "특히 NCC 중심의 범용 석화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버티기 힘든 구간에 와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 전체가 감산 목표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정부와 금융기관도 이를 전제로 협력하고 있다는 점은 과거와 다른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감산이 단순한 경기 조정용이 아니라 산업 재편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범용 제품 위주의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스페셜티(첨단 소재), 배터리 소재, 친환경 플라스틱 등으로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중국발 공급 충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석화 기업들은 감산과 병행해 비주력 자산 매각, 투자 축소, 신사업 재배치 등 중장기 전략 수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감산 효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중국 내 신규 설비 증설이 완전히 멈춘 것이 아닌 데다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바닥을 다지는 과정"이라며 "감산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업계의 인내와 정책·금융의 일관된 지원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이 국제시장 가격보다 훨씬 싼 러시아산 원유를 도입해 석유화학 원료를 자체 생산으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UN의 경제 제재를 받아 원유 판로가 막혔다. 이를 호기로 삼아 중국과 인도가 국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업계의 평균 가동률은 70% 수준"이라며 "생산하면 할수록 더 손해가 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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