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풀어 집 팔라더니 규제도 푼다…정부, 토허제 실거주 유예 연장 검토

심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6-08-09 14:20:54
세제개편으로 다주택자 매물 출회 유도…토허제 규제와 정책 엇박자 해소
임대주택 실거주 유예 기준일도 손질 검토…세입자 낀 주택 거래 확대
‘거주 중심’ 세제개편에 전세시장 불안…서울 전세매물 올해 9.3% 감소

[메가경제=심영범 기자]정부가 주택 거래 활성화와 시장 매물 확대를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내 실거주 의무 유예를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규제와 세제 간 엇박자 해소에 나선다.

 

최근 세제개편을 통해 다주택자 등의 주택 매도를 유도하는 동시에 토허제로 인한 거래 제약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되는 세제정책이 임대인의 직접 거주를 늘려 서울 전월세 시장의 매물 부족과 가격 상승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매물 확대와 임차인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정부가 주택 거래 활성화와 시장 매물 확대를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내 실거주 의무 유예를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규제와 세제 간 엇박자 해소에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9일 관련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토허제 내 실거주 의무 유예 요건과 신청 기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도 지난 6일 청와대 정책 홍보 유튜브 프로그램 '팩트 방앗간'에 출연해 "토지거래허가제로 인한 주택 매도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실거주 의무 유예를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상 토허제 구역에서 주택을 매입하려면 허가를 받은 뒤 4개월 이내 입주하고 2년간 실제 거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임차인이 거주 중인 주택은 매수자가 즉시 입주하기 어려워 거래가 사실상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해왔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토허제 구역으로 지정한 이후 세입자가 있는 주택의 거래가 위축되자 올해 5월 보완책을 마련했다. 지난 5월 12일을 기준으로 임대 중인 주택을 무주택자가 매입할 경우 기존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실거주 의무를 미룰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특례의 신청 기한이 올해 12월 31일까지라는 점이 변수다.

 

정부가 최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와 임대사업자 관련 세제 혜택 축소 등을 통해 향후 2년간 시장에 주택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상황에서 토허제 실거주 유예가 연말 종료될 경우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세제상 매도 유인을 높이더라도 토허제 구역 내에서는 세입자가 있는 주택의 거래가 다시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세제와 거래 규제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실거주 유예 연장 카드를 꺼내든 배경이다.

 

당국은 단순히 신청 기한을 내년 이후로 연장하는 방안뿐 아니라 기존 '5월 12일'로 고정된 임대 기준일을 최신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일이 변경될 경우 현재 임대차계약이 체결돼 있는 주택까지 유예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져 세입자를 둔 주택의 매매가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다만 정부의 세제개편이 또 다른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공제 혜택을 기존 '보유' 중심에서 '거주' 중심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장기 보유에 따른 세제 혜택을 축소하고 실제 거주 기간에 따른 공제 혜택을 강화하면서 집주인이 임대 중인 주택에 직접 들어가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단순 보유에 따른 공제율은 사라지고 거주 기간에 따라 최대 80%의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장기간 주택을 임대하는 것보다 직접 거주하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 유리해지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따라 서울 전월세 시장에서는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거주 1주택자가 세제 혜택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고 직접 거주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전세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실제 서울 전세시장은 이미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937건으로 올해 1월 1일 2만3060건보다 9.3%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기 지역 전세 매물도 1만7745건에서 1만2344건으로 30.4% 줄었다.

 

전셋값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첫째 주(3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25% 상승했다.

 

전세의 월세 전환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 오피스텔 전월세 전환율은 평균 6.06%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8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한편으로는 세제개편을 통해 매물 확대를 유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전월세 시장의 공급 감소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정책 간 효과를 면밀하게 조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정부의 토허제 실거주 유예 확대가 매물 출회를 촉진하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동시에 실거주 중심의 세제개편으로 인한 전세시장 불안을 얼마나 완화할 수 있을지가 향후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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