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임대사업자 민원에 종전 신용등급 적용…보증료 28억원 과소 수취

정태현 기자 / 기사승인 : 2026-07-31 18:31:25
BB+ 확정 뒤 AA 등급 예외 적용…감사원, 관련 간부 2명 징계 요구
PF 심사자료 검증 소홀…거절 대상 3곳에 3820억원 보증

[메가경제=정태현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심사와 보증료 산정 과정에서 내부 통제 부실이 드러났다. 주요 임대사업자의 요구를 받아 내부 규정과 다른 신용등급을 적용한 데 이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현금흐름 자료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보증 거절 대상 사업장에 대규모 보증을 승인했다.


감사원이 지난 30일 공개한 ‘주택도시보증공사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HUG의 보증 심사와 채권 회수 등 업무에서 위법·부당사항 20건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문책 1건과 주의 6건, 통보 13건의 조치를 요구했다. 

 

▲ [사진=연합뉴스]



대표적인 사례는 법인 임대보증료 산정 과정에서 발생했다. HUG는 지난해 5월 한 임대사업자의 최신 신용등급을 BB+로 확정했다. 해당 업체가 최근 3년 연속 10% 이상의 당기순손실률을 기록한 데 따른 것으로, 종전 AA에서 5단계 낮아졌다.

HUG 내부 규정은 보증서 발급일 현재의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보증료율을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보증을 신청할 당시 적용되던 AA 등급을 기준으로 보증료를 다시 계산해 달라고 요구했다.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신용등급이 낮아진 만큼 인상된 보증료를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었다.

해당 지사는 신용등급의 소급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했지만 업체가 재차 민원을 제기하면서 본사 보고가 이뤄졌다. 본사 간부들은 규정 위반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임차인의 집단 민원과 언론·국회의 비판 가능성을 우려해 예외 적용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실무자의 반대에도 지사와 본사는 질의·회신 방식으로 종전 등급의 예외 적용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전산시스템까지 변경해 이미 발급했거나 심사 중이던 보증에 AA 등급을 적용했다.

그 결과 HUG는 해당 업체로부터 받아야 할 보증료 약 36억 3100만원 가운데 8억 6000만원만 수취했다. 감사원은 최신 등급을 적용했을 때보다 27억 7100만원가량을 적게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HUG는 심사 지연으로 임대사업자와 임차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부담을 막기 위한 조치였으며, 해당 업체에 특혜를 제공하려는 목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감사원의 판단은 달랐다. 신용등급 변경에 따라 개별 임차인이 추가로 부담할 보증료는 연평균 3만 7943원으로 조사됐다. 최소 23원, 최대 15만 1853원 수준이었다. 보증 심사 기간도 평균 84.4일로 해당 업체의 최근 3년 평균인 72.9일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길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관련 본부장과 처장이 규정을 위반해 보증 발급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고 보고 HUG에 두 사람을 경징계 이상 처분하도록 요구했다.

PF 보증 심사에서도 허점이 확인됐다. HUG는 사업장의 현금흐름과 누적 부채상환비율(DSCR), 분양가 적정성 등을 평가해 보증 승인 여부와 보증료율을 결정한다. 사업기간 중 현금 유입으로 원리금과 공사비 등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따져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보증을 거절해야 한다.

그러나 담당자들은 시행사가 DSCR을 높이기 위해 일부 공사비 지급 시기를 준공 이후로 미룬 현금흐름 분석표를 별도 검증 없이 인정했다. 실제 DSCR이 0.92~0.97에 불과한 5개 사업장의 수치를 1.00~1.07로 높여 입력했다.

이로 인해 정상적으로 심사했다면 거절해야 했던 사업장 3곳에 총 3820억원의 PF 보증이 승인됐다. 나머지 2곳도 심사등급이 상향돼 보증료 약 16억 5000만원이 과소 산정됐다. 한 사업장에서는 담당자가 엑셀의 다른 셀을 선택해 분양가 적정성 수치를 잘못 입력한 사실도 드러났다.

임차인과 주택사업자를 상대로 한 보증료 처리에서도 문제가 확인됐다. HUG는 임대보증과 전세보증에 중복 가입한 임차인이 환불을 직접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2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1699건, 1억 7000만원 상당의 보증료를 돌려주지 않았다.

반대로 분양보증에서는 우수 고객에게 적용해야 할 할인을 누락해 보증료를 더 받은 사례가 적발됐다. 전산상 기여고객 선정과 할인 적용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35건에서 28억 8000만원을 과다 수취했다.

채권관리 부실도 확인됐다. HUG는 채무자의 근로소득과 부동산 등을 조사할 권한이 있는데도 2024년 대위변제한 채무관계자의 32.4%에 대해 재산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채권 회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법무대리인 포괄위임 제도는 직접 처리한 사건보다 회수 기간이 평균 136일 더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HUG에 PF 보증료 추가 징수와 보증 심사 절차 개선, 중복 가입 보증료 환불 방안 등을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자체 신용평가모형의 변별력과 안정성을 매년 검증하고 채권 회수와 임대보증 관리 체계도 정비하도록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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