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사칭으로 위임장 수집"…영풍·MBK 측 대행업체 경찰 고소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3-09 16: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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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증 착용·안내문 배포로 주주 혼동 유도 의혹
자본시장법·업무방해 혐의 제기
의결권 위임 절차 적법성 논란 확산…주총 앞두고 지배구조 갈등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 사이에서 의결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의결권 위임 권유 과정의 적법성과 투명성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주총에서의 표 대결이 예상되는 기업의 경우 의결권 대리행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과 정보 제공 방식이 자본시장 질서와 직결되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사진=고려아연]

 

이러한 가운데 고려아연이 자사를 사칭한 채 주주들에게 접근해 의결권 위임을 권유한 정황이 있다며 영풍·MBK파트너스 측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체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소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정기 주총을 앞두고 자사를 사칭하거나 주주들에게 혼동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의결권 위임장을 수집한 정황이 있는 업체 직원 일부를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해당 업체는 영풍과 MBK 측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무를 대행한 곳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측과 일부 주주들의 제보에 따르면 피고소인들은 고려아연 사원증을 목에 걸고 외형상 회사 직원으로 오인될 수 있는 상태에서 주주들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연락이 닿지 않는 주주의 경우에는 자택 앞에 고려아연 사명만 기재된 안내문을 부착해 연락을 유도한 뒤 의결권 위임 관련 상담을 진행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문제는 이후 전화 통화 과정에서 주주들이 수차례 소속을 확인하거나 추궁하기 전까지는 자신들이 영풍 측 의결권 위임 수집을 대행하는 업체 직원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일부 주주들은 상대방을 고려아연 측 관계자로 오인한 상태에서 의결권 위임 여부를 검토하거나 절차에 응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은 이 같은 행위가 주주들의 의사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유사한 시각이 제기된다. 

 

형법 제314조 제1항은 위계 또는 위력으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위계’란 상대방에게 오인이나 착각을 일으키게 한 뒤 이를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사법부 역시 실제 업무 방해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업무의 공정성과 적정성이 침해될 위험이 발생한 경우 업무방해죄 성립이 가능하다는 판례를 다수 제시해 왔다.

 

고려아연은 이번 사안이 단순한 오해 수준을 넘어 자본시장 질서를 훼손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제154조는 상장회사 주주총회와 관련해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할 경우 권유 주체와 신원, 의결권 위임과 관련된 중요 사항을 명확히 기재하거나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권유자의 신원이나 소속을 명확히 밝히지 않거나 주주가 권유 주체를 오인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의결권 위임을 유도할 경우 해당 규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자본시장법 제444조에 따르면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특히 고려아연은 이번 사건에서 피고소인들이 착용한 사원증이 실제 고려아연 사원증과 유사한 형태였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만약 이 같은 정황이 확인될 경우 이는 회사 명의를 이용한 문서 작성 또는 행사에 해당해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고소장에 포함됐다.

 

또 고려아연은 해당 업체 직원들뿐 아니라 대행업체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범행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이 대행업체를 특정할 경우 신속한 압수수색 등을 통해 의결권 위임 권유 과정이 조직적으로 진행됐는지 여부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유사한 논란은 과거에도 제기된 바 있다. 

 

2024년 정기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체 직원들이 주주들을 만나면서 ‘고려아연’ 사명과 ‘최대주주 주식회사 영풍’이 함께 적힌 명함을 배포해 혼동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명함에는 고려아연 사명이 최대주주인 영풍보다 더 크게 표기돼 있어 일부 주주들이 회사 측 안내로 오인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고려아연은 이러한 행위가 주주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동시에 영풍·MBK 측이 주장해 온 ‘거버넌스 개선’ 명분과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보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향후 수사 진행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는 한편 주주 피해가 확인될 경우 추가적인 법적 조치도 검토할 계획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MBK 측이 고용한 업체 직원들로 인해 주주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주주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로 판단된다”며 “수사기관의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가 규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가치를 훼손하려는 불법적 시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풍과 MBK 측을 둘러싼 시장 질서 논란은 이전에도 이어져 왔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말 미국 통합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 안건을 심의한 임시이사회와 관련해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을 영업비밀 누설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당시 이사회 종료 이후 외부 반출이 금지된 내부 자료가 무단으로 유출됐고, 해당 자료에 포함된 구체적인 수치와 사업 조건이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는 게 고려아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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