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해소·고부가 전환 본격화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개편이 첫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어온 석유화학 업계에서 주요 기업 간 설비 통합과 생산 축소를 골자로 한 사업 재편안이 정부 승인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체질 개선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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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HD현대케미칼] |
특히 대규모 설비 가동 중단과 1조원대 자본 확충, 2조원대 정책 지원이 맞물리며 ‘선 자구노력-후 지원’ 방식의 구조개편 모델이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향후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3일 사업재편심의위원회를 열고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케미칼, 롯데케미칼이 공동 제출한 사업 재편안을 승인했다.
이어 산업경제장관회의에서도 이른바 ‘대산 1호 프로젝트’ 추진 경과와 정부의 맞춤형 지원 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승인안은 정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 로드맵 이후 처음으로 통과된 사례로, 민간 주도의 설비 효율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첫 실증 모델로 평가받는다.
재편의 핵심은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의 일부 사업을 분리해 HD현대케미칼과 통합 운영하는 것이다.
양사는 신설 법인의 지분을 절반씩 보유해 공동 경영 체제를 구축한다. 동시에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각 6000억원씩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대규모 자본 확충을 통해 통합 법인의 재무 부담을 낮추고 향후 고부가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을 위한 투자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한 생산 조정도 병행된다. 이번 재편으로 연간 110만톤 규모의 롯데케미칼 대산 나프타분해시설(NCC)이 가동을 중단한다.
범용 석유화학 제품 중심의 중복 생산을 줄여 시장 내 과잉 공급을 완화하고, 장기간 이어진 업황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수익성 저하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설비 통합과 가동 중단이 동시에 이뤄지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구조조정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도 기업의 자구 노력에 맞춰 대규모 금융·세제 지원에 나선다. 총 2조1000억원 규모의 맞춤형 패키지를 통해 최대 1조원의 신규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기존 대출은 최대 1조원 한도 내에서 영구채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기업 분할과 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취득세와 등록면허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하고 법인세 부담도 완화해 구조개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업 간 합작을 넘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공급 조정-재무 개선-고부가 전환’으로 이어지는 구조개편의 시험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국발 증설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범용 제품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설비 효율화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 인식이 기업과 정부 간 공감대로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산 프로젝트는 설비 통합과 생산 축소를 통해 시장 구조를 바꾸는 첫 사례로, 향후 다른 기업들의 구조개편에도 기준점이 될 것”이라며 “정부 지원이 금융·세제 전반에 걸쳐 제공되는 만큼 사업 재편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재편이 단기적인 재무 개선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스페셜티(첨단) 소재와 친환경 화학 중심으로 산업 체질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급 과잉 시대에 맞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본격적인 생존 경쟁 국면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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