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던 변화 잡았다”…클로자핀, 뇌 미세구조 영향 확인

김민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4-29 09: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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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MRI 한계 넘어 미시적 변화 포착…미상핵 미세구조 변화 유도
치료 반응 예측 가능성 제시…불필요한 약물 처방 최소화 기대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클로자핀이 뇌 미세구조에 유의한 변화를 유도한다는 MRI 기반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김의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공동 제1저자 정신건강의학과 문선영 교수,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조원익 석사)이 뇌 MRI 정밀 분석을 통해 1차 치료제가 듣지 않는 조현병 환자에 널리 쓰이는 클로자핀이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미시적 수준에서 뇌에 미치는 영향을 포착했다고 29일 밝혔다.

 

▲김의태·문선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조원익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석사. [사진=분당서울대병원]
 

조현병은 망상, 환각 등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중증 정신질환으로, 환자는 대인관계·학업·직업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한 번 걸리면 회복이 힘들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하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을 수 있다.

 

조현병의 정확한 발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뇌 기능 이상 유전적 요인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뇌 안에서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이 과도하거나 과소하게 분비되는 상태가 주된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조현병 환자는 뇌 속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조절하는 약물치료를 받는다. 이때 처방되는 치료제를 항정신병약물이라 하며, 대부분의 환자는 1차 항정신병약물 치료에 반응을 보이는 치료반응성 조현병에 해당한다.

 

그러나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환자 가운데 약 30%1차 항정신병약물을 두 가지 이상 투여 받았음에도 반응이 나타나지 않아 치료저항성 조현병으로 분류된다. 이 경우 마지막 선택지로 클로자핀이 사용된다.

 

클로자핀은 치료저항성 조현병에 대해 유일하게 국내외 승인을 받은 항정신병약물로, 1차 약물이 듣지 않는 환자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클로자핀을 투여 받은 환자 중 무려 40~70%가 충분한 치료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클로자핀이 뇌 안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효과를 내는지 규명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문제는 약물이 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파악하려면 뇌 안에서 일어나는 미세구조적 변화까지 살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기존의 뇌 MRI 분석은 부피나 두께처럼 큰 변화만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는 미세구조의 변화를 포착하기 어려웠다.

 

이에 연구팀은 뇌 미세구조 변화까지 측정 가능한 질감 분석(Texture Analysis)’에 기반, 클로자핀이 뇌 미세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했다. 질감 분석은 MRI를 구성하는 작은 점들의 밝기 패턴 변동을 통해 질병 초기 혹은 치료 이후 나타나는 초기 미세구조 변화를 찾아내는 기법이다.

 

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 33명과 치료반응성 조현병 환자 31명을 대상으로 각각 클로자핀과 1차 항정신병약물을 18주간 투여했으며, 치료 전후 18주 간격으로 뇌 MRI를 촬영해 질감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클로자핀을 투여 받은 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는 약물에 반응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치료 후 좌측 뇌 안쪽 영역(미상핵)의 질감이 유의하게 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해당 부위의 미세구조가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1차 약물을 투여 받은 치료반응성 환자는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 이는 반응 여부와 별개로 클로자핀 자체가 뇌 미세구조, 특히 조현병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미상핵의 미세구조에 변화를 유도했음을 나타낸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한, 클로자핀에 반응한 환자군(15)과 반응하지 않은 환자군(18)이 치료 후 뇌 구조가 변화하는 패턴은 같았으나, 치료 전 뇌 구조는 서로 달랐다. 치료 전 시점에서 클로자핀 반응군은 비반응군보다 좌측 미상핵의 미세구조가 덜 복잡했다.

 

반응군 내에서도 미세구조가 복잡할수록 망상, 환각 같은 증상이 더 많이 개선된 것으로 관찰됐다. 약물을 투여하기 전 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의 뇌 상태로 클로자핀 치료 결과를 가늠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김의태 교수(교신저자)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는 최소 2가지의 1차 치료제를 시도한 뒤에도 반응이 없을 때 최후의 보루로서 클로자핀을 투여하게 되므로 치료가 늦어지는 사례가 많다본 연구는 향후 클로자핀에 반응할 환자를 사전에 예측함으로써 불필요한 약물 처방을 줄이고 치료 시작 시기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및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정신의학 분야 권위지 중개정신의학(Translational Psychiatr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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