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경 후 에스트로겐 감소 영향…60대 여성 절반이 고LDL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중년 이후 콜레스테롤 관리가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여성은 50대 전후 완경을 거치면서 혈중 LDL콜레스테롤이 빠르게 상승해 오히려 같은 연령대 남성보다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한국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국민건강영양조사 2016~2022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LDL콜레스테롤이 160mg/dL 이상이거나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복용하는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20~40대까지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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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대부터 여성 콜레스테롤 ‘역전’ [사진=힘찬병원] |
그러나 50대부터 상황이 역전됐다. 50대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남성 29.1%, 여성 33.6%로 여성이 4.5%포인트 높았다. 60대에서는 남성 33.2%, 여성 50.0%로 격차가 16.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의료계에서는 완경에 따른 여성호르몬 감소가 이 같은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김민식 인천힘찬종합병원 순환기내과 과장은 “완경 이후 여성의 콜레스테롤 변화는 혈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대사적 변화”라며 “기존에 별다른 이상이 없던 여성도 완경 전후에는 지질 수치와 전체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에스트로겐 감소에 LDL 제거 능력 ‘뚝’
콜레스테롤은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저밀도지단백)콜레스테롤과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HDL(고밀도지단백)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으로 구분된다.
이상지질혈증은 총콜레스테롤과 LDL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증가하거나 HDL콜레스테롤이 감소한 상태다. 통상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고 할 때는 LDL콜레스테롤 증가가 주요 원인인 경우가 많다.
완경기 여성의 LDL콜레스테롤 상승에는 에스트로겐 감소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에스트로겐은 간세포의 LDL 수용체 발현과 활성을 높여 혈액 속 LDL을 간으로 회수하고 처리하는 역할을 돕는다. 복부 내장지방의 축적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완경 이후 에스트로겐 분비가 크게 감소하면 간의 LDL 제거 능력이 떨어지고 혈중 LDL콜레스테롤이 상승하기 쉬워진다.
근육량 감소와 내장지방 증가도 영향을 미친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 간에서 중성지방과 이를 운반하는 초저밀도지단백(VLDL) 생성이 증가한다. 중성지방이 많은 환경에서는 혈관 벽에 침투하거나 산화되기 쉬운 작고 조밀한 LDL 비중도 늘어 죽상동맥경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혈중 LDL이 과도하게 높으면 일부가 혈관 내벽에 쌓여 염증세포에 흡수되고 죽상경화반을 형성한다. 이 과정은 별다른 증상 없이 수년에 걸쳐 진행될 수 있다.
죽상경화반이 커지면서 관상동맥이 좁아지면 협심증으로 이어질 수 있고, 관상동맥이나 뇌혈관의 경화반이 파열돼 혈전이 혈류를 차단할 경우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LDL콜레스테롤은 단순히 현재 수치뿐만 아니라 높은 상태로 유지된 기간도 중요하다. 고LDL 상태가 오래 지속될수록 혈관에 가해지는 누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 고혈압·당뇨까지 겹치면 심혈관 위험 상승
고LDL콜레스테롤혈증에 고혈압과 당뇨병까지 동반되면 심혈관질환 위험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고혈압은 혈관 벽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고 고혈당은 혈관 내피 기능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염증을 촉진해 죽상동맥경화 진행 속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체형만 보고 심혈관질환 위험을 판단해서도 안 된다. 마른 체형이거나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가진 여성이라도 유전적 요인과 호르몬 변화, 당류·정제 탄수화물 섭취량 등에 따라 이상지질혈증이 나타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완경기 여성의 경우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지질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과거 건강검진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더라도 완경 전후로 지질 수치가 달라질 수 있어 총콜레스테롤과 HDL·LDL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더라도 LDL콜레스테롤 증가에 따른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혈압과 공복혈당, 당화혈색소, 허리둘레를 함께 확인하고 흡연 여부와 만성콩팥병, 심혈관질환 가족력, 조기 완경 여부 등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 포화지방 줄이고 유산소·근력운동 병행
콜레스테롤 관리는 지질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LDL콜레스테롤이 높다면 기름진 육류와 가공육, 버터, 크림 등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고 생선과 견과류, 콩류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귀리와 보리, 콩, 채소 등에 풍부한 수용성 식이섬유 섭취도 LDL 관리에 효과적이다.
중성지방 수치가 높다면 단 음료와 과자, 흰 빵이나 면 등 정제 탄수화물과 음주를 우선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빠르게 걷기 등 중강도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주 2~3회 병행하면 완경 이후 증가하기 쉬운 내장지방과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목표 수치에 도달하기 어렵거나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다면 약물 치료도 필요하다.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는 현재 수치뿐 아니라 기존 심혈관질환 여부와 당뇨병, 고혈압 등 환자의 전체 위험도를 고려해 결정한다. 약물 복용 이후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화됐다고 하더라도 치료 효과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는 만큼 임의로 약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김 과장은 “완경기 여성은 갱년기 증상이나 골다공증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콜레스테롤 변화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중성지방 증가와 HDL콜레스테롤 감소 등 이상지질혈증과 함께 각종 성인병을 동반하는 대사증후군 유병률도 높아질 수 있어 식습관과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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