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분야 종사인력 1만명 양성…양자산업 점유율 10%까지 확대
2030년대 초 1000큐비트 양자 컴퓨터 개발 목표 핵심기술 확보
도시 간 양자 네트워크 초기 실증‧최고 수준 양자센서 개발
'2023은 한국 양자 대도약 원년'…'퀀텀코리아 2023' 성료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2035년 양자경제 전환을 목표로 민‧관 공동으로 3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양자핵심인력도 25명 수준으로 양성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7일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우리나라 양자과학기술‧산업의 ‘퀀텀점프’를 실현해 양자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는 이같은 내용의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을 발표했다.
![]() |
▲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아트홀에서 열린 양자과학기술 전략 보고회에서 양자과학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분자, 원자, 전자, 소립자 등 작은 크기를 갖는 미시적인 계의 현상을 연구하는 현대물리학의 분야인 양자역학에서 양자(量子‧quantum)는 원자의 에너지와 같은 물리적 특성의 불연속 단위를 가리킨다.
양자 세계에서 낮은 에너지 준위(level)에서 높은 준위로 이동할 때 연속적으로 조금씩 일어나는 게 아니라 계단을 뛰어오르듯이 짧은 순간에 도약하는 것을 가리켜 ‘퀀텀점프’라고 하고, 이를 경제학에서는 혁신을 통해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실적이 호전되는 경우에 사용한다. 우리나라 말로는 ‘대도약’ 정도로 번역된다.
양자과학기술‧산업의 ‘퀀텀점프’를 위해 발표된 이번 양자과학기술 전략의 주요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 |
▲ 양자과학기술 비전 및 정책 목표. [과기정통부 제공] |
우선, 선도국에 비해 뒤쳐진 양자기술 수준을 신속히 향상시키기 위해 기술 로드맵에 따라 임무와 기한을 명확히 하는 ‘임무지향적 연구개발’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양자핵심인력와 전자‧통신‧컴퓨터 공학 등 다양한 엔지니어를 융합한 ‘양자융합인재’ 양성과 양자 팹(fab‧제조시설) 구축 등을 통해 10년 후 열릴 양자 산업화 시대를 대비해 나가기로 했다.
양자 산업화를 위해서는 결국 양자시스템 구성품의 소자화, 소형칩화 및 양산 능력이 필요한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반도체 역량을 적극 활용하고, 궁극적으로 민간 주도 양자파운드리 시장을 열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큐비트(qubit)는 양자 정보의 최소단위로, 일반 컴퓨터가 0과 1의 비트단위로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것과 달리, 양자 컴퓨터는 정보를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갖는 큐비트 단위로 처리하고 저장한다.
큐비트 소자는 기본적으로 반도체 공정‧장비가 활용되지만 물질 오염과 대기시간 등을 감안해 별도의 양자 팹 구축이 필요하다.
![]() |
▲ 지난 6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DDP에서 열린 국내 최대 양자 기술 관련 국제행사 '퀀텀 코리아 2023'에서 내빈들이 초전도 기반 50큐비트 양자컴퓨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정부는 또 이번 전략에서 2035년 글로벌 양자경제 중심국가가 되기 위해 우리 기술로 양자컴퓨터를 개발‧활용하고, 인터넷 강국에 이어 양자 인터넷 강국으로 나아가며, 세계 최고 수준의 양자센서로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국방‧첨단산업과 융합해 양자경제 시대를 열어나간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35년까지 우리나라 양자과학기술 수준을 최선도국 대비 85%로 높이고, 양자핵심인력은 2500명까지 양성해 나가기로 했다.
산업적으로도 양자시장 점유율을 10%까지 확대하고, 양자과학기술 공급‧활용 기업도 1200개까지 육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과기부는 “이번 전략은 지난 1월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양자 석학과의 대화 내용을 반영해 양자과학기술에 대한 중장기 비전과 종합적인 발전전략을 담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전략이라는데 의의가 크다”고 강조했다.
![]() |
▲ 양자경제 실현을 위한 3단계 발전 전략. [과기정통부 제공] |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19일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를 방문해 발제자인 안드레아스 발라프 교수 등 6명의 석학들과 대화를 가졌다.
당시 대화 자리에서 석학들은 취리히 연방공대가 양자기술 분야 강자가 된 비결로 국가 양자연구 프로그램 등 스위스 정부의 전폭적 지원, 전세계로부터 오는 우수한 학생, 국제 협력망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석학들은 대한민국이 양자기술을 발전시키려면 인재양성과 국제협력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취리히 연방공대는 아인슈타인, 폰노이만 등 2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대학으로, 유럽 내 양자 연구를 선도하고 있으며 특히, 초전도 양자컴퓨터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곳이다.
정부는 글로벌 양자경제 중심국가 진입을 위해 우선 기술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양자센서‧양자암호통신의 산업화를 촉진하고, 2031년까지 양자컴퓨팅 시스템과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아울러 2030년대 중반 글로벌 양자 중심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과기정통부 이종호 장관은 “대한민국이 양자과학기술 개발에는 늦게 뛰어들었지만, 아직 본격적인 산업화는 되지 않아서 아직까지 골든타임의 기회는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2035년경 양자경제가 열리는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선도국의 위치에 서 있으려면 산‧학‧연‧관이 손을 맞잡고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며 “양자융합인재 양성, 임무지향형 연구개발, 양자산업기반 마련 등 핵심과제들을 꼼꼼히 챙겨 대한민국이 글로벌 양자경제 중심국가로 대도약하기 위해 기반을 튼튼히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의 7대 추진 방향
![]() |
▲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 주요 핵심지표. [과기정통부 제공] |
과기정통부는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 달성을 위한 7대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양자 인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인력 양성에 나서기로 했다.
양자과학기술 분야 학과 신‧증설 지원, 양자대학원, ITRC‧SRC‧ERC 등 대학 양자 교육‧연구 거점센터 등을 육성한다. 이를 통해 양자물리적 원리와 현상을 이해하는 양자핵심인력을 현재 384명에서 2035년까지 2500명 수준으로 양성할 계획이다.
또한 전자공학, 제어‧시스템 공학 등 양자시스템 구현 및 제어 등 양자 엔지니어의 교육훈련을 통해 조화로운 양자 융합인력(핵심인력+양자엔지니어) 생태계를 육성하기로 했다.
아울러, 학생과 연구자를 해외 선도 연구기관에 파견하고,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권역별 양자과학기술협력센터 설치를 통해 글로벌 인재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둘째로, 임무지향적 양자연구개발을 추진한다.
![]() |
▲ 양자과학기술 지원유형 (양자기술 전략로드맵) [과기정통부 제공] |
양자컴퓨팅은 여러 기술방식이 경쟁 중임을 감안해 다양한 혁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원하되, 기술 성숙도 및 비교 우위 등의 변화와 발전을 수시로 점검함으로써 선택과 집중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2030년대 초 1000큐비트급 초전도 기반 범용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자체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이온포획‧광자‧반도체 스핀‧고체점결함 등 다양한 양자컴퓨터 방식에 대한 도전적 연구개발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효율적 컴퓨팅 자원 구축을 위해 고전-양자 컴퓨터를 연계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에 대한 기술개발과 양자 알고리즘과 양자 소프트웨어 개발도 확대 지원하기로 했다.
양자 컴퓨터는 2027년엔 50큐비트급, 2031년엔 1000큐비트급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양자통신의 경우는 2030년대에 100㎞급 양자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도시 간 실증을 추진하는 한편, 민‧관 공동으로 전국망급 유선 양자암호통신 실증과 확산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관성, 시간, 전자기장, 광학 등 4개 양자센서 원천기술을 융합해 무(無)GPS항법, 첨단 산업센서, 양자 레이더 등 고전센서의 한계를 돌파하는 양자센서를 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세계최고 수준 양자센서 원천기술을 올해 1개에서 2031년엔 3개까지 확보할 작정이다.
셋째, 양자연구‧산업 인프라를 고도화한다.
![]() |
▲ 양자 연구‧산업용 소재‧부품‧장비 분류. [과기정통부 제공] |
양자 소자공정, 시험‧검증, 양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 확보를 통해 양자 연구 환경을 만들고 산업화 연계를 통해 양자과학기술의 도약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2027년까지는 연구자 중심 기방형 양자팹을, 2031년까지는 공공 양자 파운드리를, 2035년까지는 민간 양자 파운드리를 확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연구자가 직접 사용이 가능한 연구자 주도의 개방형 양자 팹을 확충하고, 양자 부품·장비의 개발‧상용화를 지원하는 시험‧검증 설비도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양자 소부장 기업 육성을 위해 양자과학기술 연구 및 산업화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품목 현황 등을 조사하고, 중요도와 시급성이 높은 우선품목은 정부 지원으로 먼저 개발하도록 할 예정이다.
넷째, 양자경제를 향한 산업 기반을 마련한다.
양자 과학기술의 경제‧사회적 활용성 탐색을 통한 양자 활용 산업 및 스타트업 육성, 기업 참여 민‧관 공동 프로젝트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한다.
특히,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 등 벤처 육성 프로그램, 정책금융 지원 등을 통해 양자 기업을 집중 육성해 나갈 작정이다.
이를 통해 양자 스타트업을 올해 10개에서 2035년에는 100개까지 육성할 계획이다.
또, 대학, 연구소 등 관련 생태계를 갖춘 지역을 중심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 지원하는 ‘양자집중육성권역’을 조성하고, 정부연구개발사업 참여 시 민간 의무 매칭비율 완화, 정부 연구개발(R&D) 참여 창출 특허에 대한 독점적 사용권한 등 기업참여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도 강화할 예정이다.
![]() |
▲ 지난 6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국내 최대 양자 기술 관련 국제행사 '퀀텀 코리아 2023' SK텔레콤 부스에서 참관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다섯째, 국방‧안보 분야에도 양자과학기술을 도입한다.
국방 분야에서는 이 기술을 적용한 신기술‧신개념 무기체계를 미래 전장에 도입하기 위한 도전적 연구를 추진하고, 장기 기술 개발 및 인력 양성을 위해 양자 특화연구 센터‧연구실 확대를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양자컴퓨터 발달에 따른 기존 암호체계 붕괴에 대비한 차세대 암호(양자내성암호)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한국형 표준 양자내성암호 알고리즘의 개발과 기술 고도화를 추진한다.
정부는 또 미국‧유럽연합(EU) 등 양자 선도국과 국가 차원의 기술 동맹을 강화하고 실질적 공동 연구 확대 및 양자 연구용 소부장에 대한 공급망 대응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양자 리더십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국제협력 투자 규모를 2019~2022년 130억원에서 2023~2035년엔 2100억원으로 크게 늘리고, 같은 기간 인력 파견도 53명에서 50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는 지속가능한 지원체계도 확립할 계획이다.
양자종합계획, 양자 연구‧산업 허브 구축, 전 주기 인력양성, 연구성과의 사업화, 국제협력 활성화 등 종합 지원을 위한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2035년 양자 경제로 전환을 목표로 민‧관 공동으로 3조원 이상(정부 2023~2025년 2조4천억원+민간 2023~2027년 6천억원)을 지원하고, 요소기술 중심의 소규모 연구에서 벗어나 전략 로드맵에 따른 산‧학‧연을 연계하는 ‘민‧관 협업 대규모 통합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 발표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우리 석‧박사 학생 및 산업 종사자들이 글로벌 양자기업의 전문화된 자원과, 경험에 기반한 교육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IBM 및 아이온큐와 양자 전문인력 양성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외에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메가존클라우드, 포스코홀딩스, 퀀텀머신즈, 파스칼 등의 공동 개술개발과 인력교류 등을 내용으로 하는 10여 건의 기관 간 협력양해각서도 맺었다.
![]() |
▲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존 클라우저 박사가 지난 6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국내 최대 양자 기술 관련 국제행사 '퀀텀 코리아 2023'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한편, 과기정통부는 국내 최대 양자 기술 관련 국제행사인 ‘퀀텀 코리아 2023’을 지난달 26일부터 나흘 간 DDP에서 개최했다.
‘미래를 향한 퀀텀 대도약’이라는 주제로 열린 올해 행사는 ‘2023년 대한민국 양자 대도약의 원년’을 기념해 양자과학기술을 집중 조명하고 글로벌 생태계 혁신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였다.
올해 행사는 양자얽힘 실험으로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존 클라우저(81) 박사 등 세계적인 양자석학과 국내외 유수 기업·기관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클라우저 박사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한 국제 콘퍼런스와 미국 IBM, 아이온큐 등 50여 개 기업과 기관 전시회 등이 진행됐다.
![]() |
▲ 지난 6월 27일 오후 2023 퀀텀 코리아 행사가 열리고 있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아트홀에서 양자과학기술 석학들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상 미국 듀크대 교수 겸 아이온큐 CTO, 존 마르티니스 미국 UC샌타바바라 대학 교수, 찰스 베넷 IBM연구소 연구위원, 김명식 영국 임페리얼대 교수. [서울=연합뉴스] |
특히 클라우저 박사 외에도 찰스 베넷 박사, 존 마르티나스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바버라대 교수, 김정상 듀크대 교수 등 양자 분야 석학들이 대거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등 양자기술을 이미 현실화한 기업들과 연구기관들은 각각 부스를 차리고 각자 기술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