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 “복수 단체 난립·상시 협상 우려”…점주 “협상권 보장 위해 등록 문턱 낮춰야”
협의 대상·재협의 주기·외부 대리인 범위도 쟁점…12월 시행 전 최종안 조율
[메가경제=심영범 기자]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 시행을 앞두고 가맹점주와 가맹본부 간 신경전이 격화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소규모 가맹 브랜드의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최소 가입인원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다.
당초 공정위는 소규모 가맹본부의 부담을 고려해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 요건에 최소 가입인원 기준을 뒀다. 하지만 가맹점 수 자체가 적은 브랜드에서는 이 기준이 가맹점주의 단체 결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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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 시행을 앞두고 가맹점주와 가맹본부 간 신경전이 격화하고 있다. [사진=챗GPT] |
특히 등록된 가맹점사업자단체가 가맹본부에 거래조건 등에 대한 협의를 요구할 경우 본부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한 ‘성실한 협의 의무’가 함께 시행된다는 점에서 등록 문턱을 둘러싼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 가맹본부 측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 요건과 성실한 협의 의무 등에 대한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주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소규모 가맹본부에 속한 가맹점주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등록요건을 부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를 인지하고 있다며 최소 가입인원 하한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가 검토하는 핵심 쟁점은 지난 8월 입법·행정예고한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담긴 ‘최소 30명 가입’ 기준이다.
◆ 가맹점 100개 브랜드, 10% 가입해도 등록 못해
개정 가맹사업법에 따라 오는 12월 31일부터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가 시행되면 일정 요건을 충족한 가맹점주 단체는 등록을 통해 가맹본부와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공정위가 입법·행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은 전체 가맹점사업자의 10% 이상이 가입하면서 가입자가 최소 30명 이상이거나 1000명 이상인 단체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가맹점 수가 적은 브랜드다.
예를 들어 가맹점이 100개인 브랜드의 경우 10%에 해당하는 10명의 가맹점주가 단체를 구성하더라도 최소 30명이라는 별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결국 가맹점 수가 적을수록 10%라는 비율 기준보다 30명이라는 절대 인원 기준이 훨씬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공정위가 최소 가입인원 기준을 마련한 배경에는 소규모 가맹본부의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가 있었다.
가맹점 수가 적은 브랜드에서 소수의 가맹점주만으로 여러 단체가 만들어지고 가맹본부에 반복적인 협의를 요구할 경우 인력과 비용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본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 기준이 결과적으로 소규모 가맹본부를 보호하는 동시에 해당 브랜드 가맹점주의 조직 결성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제도 설계의 취지와 실제 효과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가맹점주 측에서는 가맹본부의 규모와 관계없이 가맹점주가 자신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단체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규모가 작은 브랜드일수록 본부와 점주 사이의 정보·교섭력 격차가 클 수 있는 만큼 절대 인원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 ‘성실 협의 의무’ 두고 본부·점주 시각차
등록 요건 논란은 성실한 협의 의무와 맞물리면서 더욱 민감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등록된 가맹점사업자단체가 가맹계약 변경이나 거래조건 등에 대한 협의를 요구하면 가맹본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가맹점주 측에서는 그동안 가맹본부 중심으로 이뤄졌던 의사결정 구조를 보완하고 가맹점주의 협상력을 제도적으로 높일 수 있는 장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가맹본부 측은 대표성이 충분하지 않은 단체가 다수 등록될 경우 본부가 여러 단체와 각각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가맹점주의 10%가 가입한 단체가 복수로 만들어질 경우 각 단체가 서로 다른 요구사항을 제시하면서 가맹본부의 협의 업무가 사실상 상시화될 수 있다는 것이 프랜차이즈업계의 주장이다.
협의 대상의 범위도 핵심 쟁점이다.
가맹금이나 영업지역 등 계약조건뿐 아니라 필수품목, 공급가격, 광고·판촉, 매장 운영, 브랜드 관리 등 경영 전반으로 협의 범위가 확대될 경우 가맹본부의 경영 판단이 제약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레시피와 매장 디자인, 광고·프로모션, 브랜드 콘셉트, 운영 매뉴얼 등은 가맹본부가 장기간 구축한 브랜드 정체성과 직결되는 만큼 일반적인 거래조건과 동일한 선상에서 협의 대상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필수품목 역시 품질과 브랜드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본부가 특정 상품이나 공급처를 지정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가맹점주의 협의 요구를 일률적으로 인정할 경우 브랜드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시행령뿐 아니라 향후 고시나 가이드라인을 통해 협의 대상과 협의 거부가 가능한 정당한 사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 재협의 기간·외부 대리인 범위도 쟁점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갈등은 협의 절차의 세부 기준으로도 번지고 있다.
가맹본부 측은 가맹점사업자단체가 외부 전문가나 제3자를 통해 협상에 참여할 수 있는 범위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행령에 포함된 ‘적법하게 대리하는 자’ 등의 표현이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해석될 경우 외부 제3자가 가맹본부의 경영정보나 영업상 민감한 자료에 접근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재협의 요청 주기도 양측의 입장이 엇갈린다.
예고안은 동일 안건의 경우 협의가 종료된 이후 180일이 지나면 재협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안건은 60일이 지나면 다시 협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중소 가맹본부의 인력과 비용 부담을 고려해 동일 안건은 1년, 다른 안건은 90일 정도로 재협의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맹본부 입장에서는 하나의 협의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내용의 협의를 다시 요청받을 경우 사실상 상시적인 협상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가맹점주 측에서는 재협의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시장 상황이나 원가, 소비환경 등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거래조건을 다시 논의할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고 본다.
◆ 다비치안경 제재 놓고도 ‘판매목표 강제’ 공방
가맹사업 규제를 둘러싼 현장의 갈등은 최근 다비치안경체인 사례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전국 다비치안경체인 가맹점주 대표단은 공정위의 가맹사업법 위반 제재 이후 공동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 제재 발표를 바탕으로 한 보도가 확산하면서 가맹점들이 2차 피해를 입고 있다며 사실관계 설명에 나섰다.
공정위는 앞서 다비치안경체인이 2022년 10월부터 ‘종합 스코어’ 지표를 활용해 PB 및 전략상품의 목표 판매비율을 설정하고 목표에 미달한 가맹점에 워크숍 참석, 회생계획서 제출, 가맹종료위원회 참석 등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판단했다.
가맹점의 상품 선택 자유를 제한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가맹점주 대표단은 종합 스코어가 특정 상품 판매를 강제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고객에게 정확한 처방을 제공하기 위한 품질관리 지표라고 반박했다. 본사가 모든 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지역 지부 대표와 전체 가맹점 대표 등이 참여하는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정책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점포환경개선 비용을 둘러싼 판단도 엇갈린다.
공정위는 다비치안경체인이 15개 가맹점의 조닝 환경 개선 과정에서 감리비를 분담 대상에서 제외하고, 193개 가맹점의 파사드 공사 비용 가운데 20%를 부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점주 대표단은 장기계약 가맹점에 해당하는 15개 점포와 파사드 공사를 자율적으로 진행한 193개 점포 모두 법정 지원금에 해당하는 공사비 20%를 지원받았다고 주장했다.
광고·판촉행사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이 맞선다.
공정위는 2022년 7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광고 652건과 판촉행사 87건을 진행하면서 전체 가맹점사업자의 법정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점주 대표단은 광고·판촉 비용을 본사 30%, 가맹점 70%가 분담하고 있으며 관련 정책 역시 기존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다비치안경체인은 판매목표 강제, 점포환경개선 비용 미부담, 광고·판촉행사 사전동의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억7700만원을 부과받았다.
점주 대표단이 공정위 판단을 직접 반박하고 나서면서 판매목표의 성격과 점포환경개선의 자율성, 대표기구의 동의 권한 등을 둘러싼 추가적인 법적·행정적 논란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 12월 시행 앞두고 최종안 조율…핵심은 ‘균형’
공정위는 현재 가맹사업법 하위 규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입법·행정예고 의견수렴은 14일 마무리됐으며 향후 규제심사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개정 법률 시행일이 12월 31일로 정해진 만큼 공정위가 최소 가입인원 기준을 비롯해 협의 대상과 절차를 어느 수준으로 확정할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공정위로서는 가맹점주의 협상력을 강화한다는 법 개정 취지를 살리면서도 가맹본부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과도하게 제약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최소 가입인원 기준을 낮추면 소규모 브랜드 가맹점주의 조직권을 보장할 수 있지만, 복수 단체 등록 가능성이 커지면서 가맹본부의 협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현재의 30명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면 가맹점 수가 적은 브랜드에서는 10% 이상이 가입하더라도 단체 등록 자체가 어려워져 법 개정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
결국 등록요건을 단순히 낮추거나 유지하는 것보다 가맹점 수와 본부 규모 등을 고려해 비율 기준을 중심으로 차등화하고, 복수 단체가 등록됐을 때 협의 창구를 어떻게 정리할지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협의 대상 역시 모든 경영사항을 포괄하기보다 가맹점주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직접 연결되는 거래조건을 중심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가맹점주단체의 대표성 기준이 지나치게 낮을 경우 점주 간 갈등과 본사와의 분쟁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종백 프랜차이즈협회 팀장은 “점주단체의 대표성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점주가 본사와 협의에 나설 경우 전체 점주의 의견과 다른 요구가 반영될 수 있다”며 “결국 점주들끼리 의견이 갈리고 본사와의 갈등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맹점주들이 수백명에서 많게는 1000명 이상인 브랜드에서 10% 정도의 대표성만으로 서로 다른 요구가 쏟아지면 현장에서 이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어느 정도 대표성을 확보한 뒤 본사와 협의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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