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혜란 캘리그라피 작가 "대종상 로고에 겸허함 담아"

김형규 / 기사승인 : 2024-04-12 16: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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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출신 서예가…제59회 대종상영화제 캘리그라피 원작자
전북미술대전 대상 수상자…기존의 영화제와 차별성 부각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새로 거듭나는 대종상영화제를 위해 겸허함을 담았다"


지난 9일 서울 서초동 백작캘리그라피에서 만난 장혜란 작가는 최근 진행한 대종상영화제 작품에 대해 이같이 의미를 설명했다. 올해 전라북도미술대전 서예 부문 대상 수상자인 그는 오는 15일 개막하는 제59회 대종상영화제의 캘리그라피를 작업한 서예가다.
 

▲ 서초동 백작캘리그라피에서 만난 장혜란 작가 [사진=메가경제]

 

장 작가는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가르치다 붓을 잡게 된 독특한 이력에 관한 질문에 "나이에 비해 늦게 교수직에 올라 트렌디하고 동적인 학문을 가르쳐 왔다"며 "그래서 정반대 성격의 정적인 취미생활을 찾아 나만의 시간에도 투자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게 서예였다. 어느덧 글 쓴 지 15년 정도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회 측에서 지난 6월 전북미술대전에서 수상한 내 전서 작품을 보고 먼저 연락해왔다. 큰 영화제와의 협업은 내게 큰 도전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가 전북미술대전 출품작에 쓴 전서체는 한자의 대표적인 5개 서체 중 가장 먼저 생긴 방식이다. 아직 갑골문자의 형상이 남아있던 초기 한자의 모습으로 조형미가 뛰어나다고 알려졌다.

이에 장 작가는 대종상영화제의 한자 캘리그라피에 전서를 적용해보려 했으나 결국 가독성 등을 이유로 전서는 제외됐다.

장 작가는 이에 대해 "대종상의 의미와 역사 등에 대해 찾아보다 최근 해당 영화제가 겪은 불미스러운 논란에 대해 알게 됐다"며 "쇄신하고 다시 태어난다는 이번 대종상영화제의 취지를 떠올리니 서체에서 멋을 빼고 겸허함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떠올린 게 예서체다"라고 설명했다.

예서는 중국 진나라 때 관료들이 쓰기 위해 간결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진 서체다. '예속된 서체'라는 의미로 멋을 최대한 덜어내고 덤덤함이 느껴지는 형태가 특징이다.

이에 더해 그는 대종상영화제의 한글 캘리그라피에는 훈민정음을 적용했다. 훈민정음 특유의 간결한 조형미가 예서체 한자와도 어우러진다고 여겼다. 또한 한글의 근본이라는 의미에서 영화제의 새로운 시작에도 걸맞다는 생각에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번 대종상영화제의 디자인업체에서 대종상을 상징하는 ‘ㄷ’, ‘ㅈ’, ’ㅅ’의 초성을 조합한 캘리그라피 작업을 의뢰했고, 예상치 못하게 이 작품이 엠블럼 디자인에 채택되며 기존의 영화제와 차별성을 부각시키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 작가는 "처음에는 정방형의 'ㄷ'을 큰 틀로 삼아 내부에 대종상의 글자 요소를 모두 담는 작업을 했다"며 "한글의 뛰어난 과학적‧구조적 원리 덕에 가능했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서초동 백작캘리그라피에서 만난 장혜란 작가 [사진=메가경제]

 

그는 이번 대종상영화제의 캘리그라피 작업이 첫 상업적 도전이었던 만큼 과정에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이와 관련해 "샘플 작업을 평소 서예 하듯 종이에 직접 쓰고 그려서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주는 등 지금 떠올려보면 상당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일했다"며 웃음지었다.

특히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며 조율하다 보니 기존 서예 틀을 벗어나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중요하게 생각하던 정석을 어긴다는 게 처음에는 어색했으나 일반 대중 관점의 중요성도 깨닫게 돼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당시엔 실감하지 못했지만 큰 영화제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중요한 작업을 맡게 되면서 일이 많이 커졌더라"며 감흥을 전했다.

장 작가는 올해를 계기로 대종상영화제가 다시 만인의 영화제로 자리 잡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지난 몇 년간 대종상영화제의 화제성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 같다. 그만큼 인지도에 비해 국민의 관심에서 대종상이 다소 멀어져 있었다고 느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올해를 계기로 영화배우만이 아닌 여러 영화 관계자와 온 국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상식으로 거듭난다면 좋겠다"며 "더 나아가 대종상영화제가 한국 영화계의 단단한 중심축으로 자리 잡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장 작가는 "대종상영화제 이후 상업 작품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며 "여전히 서예를 공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에게 서예를 가르치고 젊은 사람들도 서예에 관심 가질 수 있도록 활발히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 작가는 김포미술협회와 한국미술협회의 회원이자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의 회원이기도 하다. 또한 경기서도‧대한민국현대서예문인화 초대작가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에 오른 바 있다.

장 작가의 호 '서운'은 '깃들 서(栖)', '구름 운(雲)'을 쓴다. 그의 스승인 서예가 우공(愚公) 신지훈 선생이 구름에 깃들어 구름처럼 자유롭게 생각하고 세상을 내려보며 살라는 의미로 지어줬다.

현재 그는 김포에 거주하며 자택과 문화센터 등에 서실을 열어 서예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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