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선한 영향력 전파 '일등공신…사회적 약자 돕는 은행원
올해 출범 6주년 맞이…재단 세우기까지의 걸어온 인생 '재조명'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유명인사도 있지만, 묵묵히 현장에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이들도 있다. '메가경제'는 금융인들 중 숨은조력자들의 보석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첫 번째로 소개하고자 하는 주인공은 금융권에서 선한 영향력 전파를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노사 간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재단을 만든 일등공신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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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봉 KB국민은행 파주지점 부지점장이 29일 금융의 날 기념식에 포용금융 부문 표창을 수상한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
◆ 익숙한 친 은행원, 알고 보니 사회공헌재단 설립공헌 주역
주변에서 흔히 볼 법한 평범한 인상을 갖춘 한 은행원이 있다. 은행원이 된 지 올해로 37년차 된 정덕봉 KB국민은행 선임부지점장이 그 주인공이다. 정 부지점장은 앞서 지난 29일 금융위원회가 주관한 '제9회 금융의 날 기념식'에서 포용금융부문 '표창'을 받았다.
'금융의 날'은 금융에 대한 국민 관심을 높이고, 금융 부문 종사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법정기념일이다. 올해로 제 9회를 맞이한 이번 기념식은 여의도 FKI타워에서 개최됐다.
그동안 금융발전 유공 포상은 '혁신금융', '포용금융', '저축·투자' 부문으로 나뉘어 수여되는데, 정 부지점장의 경우 이번에 포용금융 은행원 부문에서 사회공헌에 기여한 은행원으로써 표창을 받게 됐다.
그는 KB국민은행에 1987년 2월 입행했다. 현재는 경기도 파주지역의 KB국민은행 운정종합금융센터에서 선임부지점장으로 근무 중이다. 그가 이번에 포용금융 표창을 받으면서 금융권 내 '포용금융'을 전파한 숨은 노력파 인물로 재평가 받고 있다.
그는 과거 2017년에서 2019년 금융산업노조 조합원 시절, 정책 부위원장을 역임한 시절, 금융권 노사가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금융산업공익재단을 설립할 수 있도록 공헌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노조측 운영위원을 맡았다.사측 운영위원은 조남홍 금융사용자협의회 사무총장이었다. 정 부지점장은 사회공헌재단을 만들고자 동분서주했던 당시 과거를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2017년 연말에 노사합의를 이뤄서 대통령실에 보고하고, 2017년 12월 말부터 1년 동안 금융위원회에 주무관청을 통해 허가를 받기 위해 뛰어다녔습니다. 2018년 2019년 동안 신사업 추진을 하던 시기가 초창기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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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봉 KB국민은행 직원이 과거 금융노조 조합원 간부 시절 금융산업공익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노력해온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
그는 노사합의 사회공헌 재단을 만들고자 했던 뜻은 노동조합 일원으로써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재단을 대표할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은행이 이자 장사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팽배하던 시절,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포용금융'을 내세우며 재단 설립을 설득했던 그의 뜻이 맞물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금융산업공익재단이 탄생할 수 있게 됐다.
금융산업공익재단은 올해로 출범 6년째를 맞았다. 2018년 10월 첫 설립 당시 금융산업노동조합 10만 조합원과 33개 금융기관이 힘을 합쳐 총 2000여억원의 공동기금을 조성해 만들었다.
정덕봉 부지점장이 당시 허권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몇몇 간부들과 힘을 합쳐 일궈낸 이 재단은 세계 유일한 노사파트너십 사회공헌재단으로 알려졌다. 금융노동자 임금 인상분 일부를 반납한 기금(약 1000억 원)과 반납한 액수만큼 금융사가 대응 출연해 설립됐다.
올해로 출범한 지 6년째를 만든 이 재단이 최근 사업보고회를 개최하면서 그간의 성과가 재조명되고 있다.
재단은 첫 출범 후 청년·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채용 박람회 지원, 청년·사회초년생을 위한 기숙사 건립, 창업지원 등을 펼쳤다. 금융소비자보호 및 금융취약계층지원 사업으로는 구조조정 지역 금융취약계층 지원,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예방, 서민 자산관리 교육 등도 꼽힌다.
재단은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장학사업에도 앞장섰다. 중·고등학생 성적우수 장학금, 취약계층 자녀 및 농어촌지역 스포츠 꿈나무 지원 장학금 등을 지원하고 북한 금융발전 지원(경제용어사전 발간 등), 새터민 금융 교육 및 컨설팅, 남북 스포츠 교류 확대 등 통일 남북교류 사업도 진행했다.
이밖에 저출산 해소, 일·가정 양립 사업으로 거점별 어린이집 설치, 경력단절여성 직장복귀 지원, 한부모 가정 주거 지원 등을 펼치고 폭염 피해 예방(무더위 쉼터 에어컨 설치 등), 소방관 복지증진(외상후 스트레스 치유 지원 등) 등 재난·재해 예방 및 피해지원 사업도 추진했다.
최근 2년 간 발굴했던 사업으로는 ▲서민금융 ▲사회책임금융 ▲지역사회·공익 ▲글로벌 ▲환경 ▲학술·교육 ▲문화예술·체육 등 35개 사업을 수행해 200억 원이 넘는 예산으로 517개 단체와 19만여 명을 지원했다. 기존 18개 지속사업을 넘어, 지난해 50억 원 규모 사업공모전을 개최해 17개 사업을 신규 발굴하며 역할을 확대한 것이다.
일례로 신용회복위원회의 경우 '채무조정 미취업청년 취업촉진·신용상승' 지원 사업을 수행하며 1만여 명 이상 채무조정 미취업청년에게 신용상승 및 취업 촉진을 지원하고 있다. 대한사회복지사회는 '한부모가정 취업촉진·자산형성' 지원사업을 수행하며 1000여 명 이상의 한부모가정에 취업지원, 자녀 상담 등을 지원 중이다.
◆ 해고에서 다시 은행원이 되기까지
"지난 7년은 저에게는 참으로 다사다난했습니다. 집행유예형의 실형 선고, 부당해고, 사면·복권, 원직복직, 금융위원장 표창까지 참 다이나믹한 인생이죠."
정덕봉 부지점장이 처음 메가경제를 통해 인사를 건넨 소감 한마디다. 노동조합에 있던 시절, 사회적 약자와 공익을 위해 애쓰던 그는 사실 특별한 사연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금융노조 산별교섭 복원과정서 해고를 당했던 이슈도 있어 종종 언론보도가 되면서 화제가 됐었다.
그는 지난 2017년 성과연봉제 도입건으로 사측(은행연합회)을 항의 방문하는 과정에서 직전해 교섭을 둘러싼 성과연봉제 반대 관련 물리적 충돌이 빚어져 법원으로 징역 및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이후 해고를 당한 바 있다.
이 때 국민은행은 그가 형사상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로 같은 해 7월 당연면직 처리했다. 그는 당시 은행장과 국민은행을 상대로 고소로 맞섰다.
2022년 12월에는 서울지방노동위원로부터 '부당해고'를 인정받기도 했다. 그는 이 사건 때문에 3년여간 공방을 벌였고 지난해 4월에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이후 같은 해 9월 은행 측과 복직 논의를 다시 재개한 후 복귀할 수 있었다. 그는 현재 파주지점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복귀했을 때에는 해고 전 근무했던 서울 성북구 종암동 대출실행센터에서 근무했다.
"제가 이번에 금융위 포용금융 표창을 받으면서 그간의 인생을 되돌아보니 아이러니한 건, 제가 사측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던 때가 2017년 9월이었는데, 은행연합회와 2019년 노사합의를 통해 복원된 시기와 겹치는 부분들이 재단으로 인해 드라마틱한 인생을 산 기분입니다"
그는 인터뷰를 끝내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특유의 편안한 인상을 풍기는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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