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예방적 안전관리방식’ 항공안전과 공정문화 통해 제시
조종사, 관제사 등 실무자의 지속 가능한 항공안전해법 담아
[메가경제=문기환 기자] 항공분야에서는 지난 2007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총회를 통해 국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항공기 사고에 대한 처벌 중심의 항공규제와 정보 남용의 문제점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해왔다.
항공분야는 인적오류로 인해 대부분의 사고나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인식하고, ‘사전 예방적 안전관리방식’을 통해 위험의 발생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사고나 사건의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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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st Culture’ 항공안전과 공정문화 |
‘국제민간항공협약’ Annex19에서는 ‘사전 예방적 안전관리방식’의 초점은 자율적 안전보고를 활성화함으로써 수집된 안전정보를 활용 및 공유해 위험요인의 발생을 사전에 인지하고 억제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사전 예방적 안전관리방식’의 핵심 요소는 항공실무자들의 자율적 보고라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국제민간항공협약 부속서13(항공기 사고조사) 및 19(안전 관리)의 개정을 통해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실무자들의 자율적 보고가 활성화되지 않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고, 이러한 장애요소로는 사고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항공실무자들의 과실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관련 당사자를 처벌하는 문화와 항공실무자들의 자율적 안전보고 내용 및 사고조사의 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을 법원이나 규제기관에서 그들을 처벌하기 위한 증거로 남용하고 있는 문제점이 거론됐다.
국제 민간 항공 기구(ICAO: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는 국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처벌 중심의 항공규제와 정보남용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국제민간항공협약’ Annex19의 권고사항(SARPs)을 통해 자율적 안전보고를 활성화할 수 있는 안전보고제도의 구축과 안전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법 규정 및 정책을 국내법으로 마련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항공실무자들이 신뢰를 통해 자율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Just Culture(공정문화)이다.
공정문화를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항공분야의 안전정보 활용 및 공유를 통한 ‘사전 예방적 안전관리방식’ 정착을 위해선 공정문화가 뿌리를 내려야 하며, 공정문화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핵심인 자율적 안전보고 활성화는 , ‘비공개’, ‘비처벌’의 요소가 기반이 돼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항공분야에서는 아직 현재까지도 Just Culture(공정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정책 면에서도 소극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국내 항공분야의 척박한 공정문화 분위기 가운데 안주연 한국항공보안학회(이사) 박사가 조종사, 관제사 등 항공실무자와의 지속 가능한 항공안전해법을 제시하며 집필해 최근 발행한 ‘Just Culture’ 항공안전과 공정문화라는 한권의 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안주연 박사의 Just Culture(공정문화)에 대한 연구는 두 가지 문제 제기에서 시작된다. 첫째, 사람들은 왜 자신의 실수에 대해 정직하게 보고하는 것을 꺼리는가? 둘째, 인간의 실수를 처벌하는 것이 동일한 실수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안 박사는 한국항공대학교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법연구소 연구원 및 한국항공보안학회 재무이사 외 한국재난안전정책개발연구원 연구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내 및 국제 항공 관련 법, 항공안전 및 보안 관련 연구이며, “항공안전을 위한 공정문화(Just Culture)의 실효성 제고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논문), “1999년 몬트리올협약상 ‘사고’의 새로운 개념에 대한 고찰-GN v. ZU, CJEU, 2019.12.19., C-532/18”, “항공기내 경미한 불법방해행위에 대한 범칙금제도 도입방안 연구” 등 항공분야 관련 다수의 연구를 하고 있다.
안 박사가 내놓은 Just Culture 항공안전과 공정문화 책속에는 국내 항공분야의 공정문화 인식과 실효성 제고를 위해 경험과 연구를 통한 항공 분야의 현안과 실질적 문제점을 확인하고 항공안전을 위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책 서문(법문사)에는 공정문화의 핵심 요소인 비공개 및 비처벌 관련 쟁점을 검토하고 국내에 적용하기 위한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는 뚜렷한 목적이 나타나 있다. 이에 저자를 통해 내용을 직접 살펴보고 듣기 위해 안주연 박사와 지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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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연 박사 (한국재난안전정책개발연구원 연구이사 및 한국항공보안학회 이사) |
- 항공안전과 공정문화는 어떤 연관성이 있나
▲ 안전을 중요시하는 분야에서는 이전부터 인적오류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뤄져 왔다. 인적오류에 의해 대다수의 사고나 사건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인적오류의 사전 예방이 사고나 사건의 발생을 감소시키는 방안이라고 보는 것이다.
항공 분야를 소재로 한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은 US AIRWAYS 1549편의 실제 사고를 영화로 재구성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영화에서 NTSB 조사관들은 인적오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위험을 시뮬레이션에 포함시키지 않아 기장의 판단이 잘못된 것으로 공청회에서 주장한 것을 볼 수 있다. 만약, 규제기관이 인적오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위험을 간과하거나 처벌 위주의 행정제재를 취한다면 동일한 사고의 발생을 막는 것이 어려워짐으로써 항공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공정문화는 인적오류를 관리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볼 수 있다. 항공 분야에서 근무하는 항공실무자들은 안전과 관련된 문제를 보고할 수 있는 핵심 보고자들이므로 이들이 정직하게 보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로 안전문화의 기본이 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이 처벌받을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 정직하게 보고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항공과 관련한 여러 사건, 사고는 정직한 보고를 통해서 사고를 예방하고 발생 원인을 파악할 수가 있다. 하지만 보고의 부재는 사건 및 사고의 발생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항공안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공정문화는 항공실무자들이 처벌의 두려움 없이 정직하게 보고할 수 있는 환경을 통해서 안전을 확보하도록 하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Just Culture가 무엇인지 설명을 보충해준다면
▲ Just Culture는 항공, 의료 분야 등 안전과 관련된 분야에서 다뤄지는 개념이다. James Reason이라는 학자가 정의한 개념을 안전 관련 분야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를 ‘Just’의 사전적 의미에 따라 ‘공정문화’라고 정의하고는 있지만, 단어의 의미대로 해석되지는 않는다.
EU의 개념적 정의에 따르면 “일선 실무자 등은 그들의 경험과 훈련에 상응한 작위(action), 부작위(omission) 또는 결정(decision)에 대하여 처벌받지 않지만, 중대한 과실(gross negligence), 고의로 추정되는 위반(wilful violation), 파괴적인 행위(destructive acts)는 용인되지(tolerated) 아니한다.” 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정의를 보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아닌 경미한 과실이 항공실무자의 경험과 훈련에 상응한 작위 부작위 또는 결정에 의한 것이라면 그러한 사실에 규정 위반이 있더라도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이것은 공정이라기보다는 안전을 위한 합의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공정문화는 인적오류로 인해 발생하는 항공사건이나 사고의 발생을 감소시키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항공실무자들이 보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공정문화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보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 했는데, 주요 내용에서 다루고 있는 비공개, 비처벌은 어떤 의미인지
▲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사건에 대해 보고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처벌의 두려움으로 정직하게 보고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공정문화는 고의 또는 중과실이 아닌 경미한 실수로 발생한 사건의 경우 처벌을 면제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동일한 사건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러한 실수의 발생 원인과 조치에 집중하도록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비처벌’이라고 해서 모든 사건이나 사고에 대한 비처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의나 중과실은 제외해 처벌해야하는 범위와 용인해야하는 범위를 구분하는 것이 바로 비처벌의 핵심이다.
또한, 항공 분야는 다양한 영역에서 데이터와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항공안전데이터와 정보는 안전의 증진을 위한 용도로 사용되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데이터는 관련 지침을 통하여 보호되도록 하고 있다. 항공실무자들에 의한 안전보고와 사고조사보고서도 항공안전데이터에 포함되어 보호되도록 하고 있으나, 현행법에서는 그 보호가 미미하여 사법기관에서 소송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문제가 발생해 왔다.
특히 사고조사보고서는 사고의 예방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돼야 함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에서 사고조사보고서의 남용을 제한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공정문화의 비공개는 항공실무자들의 정직하고 활발한 보고문화를 위해 안전데이터와 정보가 원래의 목적인 안전을 위한 용도로 사용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해당 데이터가 안전이 아닌 실무자들의 처벌을 위한 증거로 남용된다면 안전보고를 위축시킴으로써 항공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 법을 집행하는 기관에서 사고조사보고서를 처벌의 증거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는데, 전문가의 의견인 사고조사보고서를 사용하면 안 되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 사고조사보고서는 항공안전의 예방을 위해 사고관련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고조사 전문가들이 작성하는 보고서이다. 해당 보고서의 내용은 전문가들이 사실적인 내용을 토대로 작성하기는 하나 사고의 발생은 한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기 보다는 다수의 원인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추론적인 부분과 전문가의 의견도 포함된다.
실제로 해외의 여러 판례를 보면 소송에서 판사가 사고조사보고서의 결론에 의존하여 판결한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적인 부분이 아닌 전문가들의 추론에 의한 부분이 증거로 채택되는 것은 진실이 왜곡될 수 있으므로 타당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사고조사보고서는 안전을 위한 목적으로 사고관련자들이 진술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는데 형사사건의 경우, 자신의 죄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당사자가 직접 진술하게 되는 것이므로 ‘자기부죄’의 원칙에도 어긋나게 된다. 더욱이, 사고조사 기관과 규제기관의 조사는 분리해서 진행하도록 국제민간항공협약(ICAO) 부속서 13(항공기 사고조사)에서도 명시하고 있다. 사고조사 보고서를 증거로 채택하기 보다는 규제기관이 관련 사고에 대한 사실 조사를 통해서 책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해당 책임을 묻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필독 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 이 책은 항공 분야에서 발생한 사건과 사고, 판례 등을 통해 항공실무자들이 공정문화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조종사, 관제사와 관련된 사례 및 판례를 다루고 있어 유사한 사고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법원과 규제기관에서 어떤 판결과 결정을 내렸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규제기관에서는 공정문화를 선진화된 항공정책에 적용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항공안전과 관련해 법을 집행하는 기관에서도 안전정보의 남용으로 인해 항공안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인식하는 데 필요할 것이다. 공정문화를 정의하고 관련법과 정책을 마련하더라도 법을 집행하는 기관과 항공분야의 관련 조직, 그리고 실무자의 공정문화 인식이 부족하다면 구현되기 어려우므로 이 책을 통해 항공 분야의 모든 관련자가 공정문화를 인식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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