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재판에 식품업계 ‘백기’…설탕·밀가루 인하 러시

심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6-02-06 10: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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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삼양사·사조동아·대한제분 가격 설탕 및 밀가루 가격 내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근 ' 설탕부담금법' 발의
이은희 인하대 교수 "설탕 등 과점 구조 띤 시장서는 가격 감시 기능 강화해야"

[메가경제=심영범 기자]밀가루·설탕 가격 담합 혐의로 주요 식품기업과 전·현직 임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관련 업체들이 잇따라 제품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와 최근 국제 원당·원맥 시세 하락이 맞물리면서 소비자용(B2C)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이날 소비자용 설탕·밀가루 전 제품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백설 하얀설탕·갈색설탕 등 설탕 제품 15종은 평균 5%(최대 6%), 백설 찰밀가루와 박력·중력·강력 1등 밀가루 16종은 평균 5.5%(최대 6%) 인하된다. 

 

▲ 밀가루·설탕 가격 담합 혐의로 주요 식품기업과 전·현직 임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관련 업체들이 잇따라 제품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초 업소용(B2B)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각각 평균 6%, 4% 인하한 데 이어 소비자용 제품까지 가격 조정에 나섰다. 회사 측은 “국제 원자재 시세를 반영하고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적극 동참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명절을 앞두고 소비자 부담 완화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삼양사도 B2C 및 B2B 설탕·밀가루 가격을 평균 4~6% 인하한다. 삼양사 관계자는  “최근 국제 원당·원맥 시세를 반영하고,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하고자 인하를 결정했다”며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 완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조동아원도 밀가루 가격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중식용 고급분과 중력분, 제과·제빵용 박력1등·강력1등 제품을 대상으로 20㎏ 대포장부터 1㎏·3㎏ 가정용 소포장까지 전반에 걸쳐 평균 5.9%(최대 6%)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 사조동아원 측은 안정세를 보이는 원맥대 시세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대한제분은 이미 이달부터 일부 밀가루 제품 가격을 평균 4.6% 인하해 적용 중이다. 곰표 고급제면용, 중력·강력 1등 등 업소용 대포장 제품과 유통업체 납품용 소포장 제품이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 인하가 최근 검찰의 설탕·밀가루 담합 수사 결과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물가 상승을 초래한 혐의로 밀가루 제조사 6곳과 설탕 제조사 2곳, 관련 임직원 등 52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독과점을 이용해 국민에게 고물가를 강요하는 행위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가당 음료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가당 음료를 제조·가공·수입하는 경우 ‘가당음료 부담금’을 신설해 첨가당 함량에 따라 100리터당 1000원에서 최대 2만8000원까지 부과·징수하도록 했다.

 

첨가당 함량이 100리터당 1㎏ 이하인 경우 1000원, 1㎏ 초과 3㎏ 이하는 2000원, 3㎏ 초과 5㎏ 이하는 3500원이 부과된다. 첨가당이 20㎏을 초과할 경우에는 최대 2만8000원의 부담금이 적용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프랑스, 영국, 미국, 핀란드, 말레이시아,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 여러 국가가 이른바 ‘설탕세’를 도입해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예방적 조치를 시행 중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가격을 내릴 만해서 내린 것인지, 아니면 외부 압박으로 내린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이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은 최근 수년간의 영업이익률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뚜렷한 원가 상승 요인이 없는데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다면 그동안 가격을 과도하게 책정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반대로 영업이익이 완만하게 증가한 수준이라면 일정 부분 정당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구조 점검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교수는 “설탕이나 밀가루처럼 과점 구조를 띤 시장에서는 가격 감시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며 “신규 사업자 진입이나 수입 확대 등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가격이 부당하게 오르지 않는다”고 전했다.

 

식품업계 전반으로 가격 인하 압박이 확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먹거리 물가는 체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안정적이라 하더라도 식품 가격이 높으면 국민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유통 구조 개선 논의도 나오고 있지만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은 가격 인하 압박이라는 방식이 반복될 수 있다”며 “다만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만큼 보다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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