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벤처창업학회, 눈 뜨고 기술 뺏겨도...산업기술법 이대로 좋은가

이동훈 / 기사승인 : 2025-04-14 14: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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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 개정안 내 외국계 자본의 실질 지배력 기준 부재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한국벤처창업학회(회장 이우진)는 4월 11일 서울 중구에서 “외국인 ‘우회 기술유출’ 무방비 논란, 산업기술보호법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외국계 자본에 의한 기술유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실질 지배 기준 도입 등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입법예고한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외국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누락된 것을 두고, 기술 안보 체계의 근본적 허점을 짚기 위해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해당 공백이 결국 고려아연과 같은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의 기술유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발제를 맡은 강원 세종대 교수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 ‘외국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빠진 점을 가장 큰 문제로 뽑았다. 그는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종합계획에서 ‘타법 사례를 참고해 외국인의 범위를 확대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실제 입법예고안에서는 해당 내용이 빠져있다”며, “이는 외국계 자본이 우리나라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주요 산업기술을 빼갈 수 있는 백도어(backdoor)로 작용할 수 있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독일은 외국무역규제법, 중국은 형사처벌까지 동원한 기술유출 차단 정책을 이미 실행하고 있다며, “실질 지배력을 기준으로 외국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산업기술보호법의 본질적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우진 한국벤처창업학회 회장(국민대 교수)은 기술 기반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짚었다. 그는 “기술 창업 기업들은 자금 유치를 위해 외부 투자자에 열려 있어야 하지만, 외국계 자본의 실질 지배가 현실화되면 기술 통제권을 잃을 수 있다”며 “미국의 경우 외국인 자본 유입 시 정부계약에서 제외되는 사례도 있는 만큼, 창업 정책과 기술안보 전략 간의 정교한 균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글로벌 흐름과의 비교를 통해 제도 공백을 짚었다. 그는 “기술을 가진 기업을 인수하려는 경우, 그 목적은 대부분 기술의 확보에 있다”며, “해외에서는 사모펀드를 통한 간접 인수까지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제도는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 유출 리스크가 명확한 상황에서 실질 지배력에 대한 규제가 빠져 있는 것은 정책적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고려아연처럼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보호에도 한계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기술 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국제 환경 속에서, 우리도 주요국과 상응하는 수준의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지금이야말로 보다 적극적인 정책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재열 경희대 교수는 외국계 자본 규제의 타법 사례를 언급하며 산업기술보호법과의 차이를 지적했다. 그는 “외국계 자본이 국내 법인을 통해 전략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며, “항공사업법 제54조에는 ‘외국인이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이거나 ‘외국인이 대표 등기임원인 법인’의 경우 국토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만 사업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고, 실제로 MBK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를 추진하다 해당 조항에 저촉돼 철회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같은 기술 보호를 취지로 하는 법인데, 항공사업법에는 엄격한 규제가 존재하고 산업기술보호법에는 그와 같은 장치가 전혀 없다는 건 정책적으로도 아이러니한 일”이라며, “이대로라면 MBK와 같은 외국계 사모펀드가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인 고려아연을 인수하려 해도 이를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김윤경 인천대 교수는 외국인 투자를 둘러싼 국제적 규제 강화 흐름을 소개했다. 그는 “기술보호 제도는 투자자의 단순 참여 여부보다, 실제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인지가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은 최근 외국환 및 외국무역법(FEFTA)을 개정해, 타국정부에 정보제공 의무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외국인 투자자, 이들이 지배하는 기업은 투자 지분율과 관계없이 사전 심사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며, “오는 5월부터 시행될 이번 개정안은 핵심 업종에 대한 투자 심사를 강화해 경제안보의 중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고 설명했다.

토론회를 마치며 참석자들은, 단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만으로는 기술 유출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범부처 차원의 조직 개설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데 깊이 공감했다. 이들은 “국가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은 단일 부처의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며, 외국인 투자 심사, 공급망 안전, 기술 접근 통제 등 다양한 기능을 종합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체계적 대응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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