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슬'· '상록수' 김민기, 향년 73세 명예로운 삶 마감

장익창 / 기사승인 : 2024-07-22 16: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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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장익창 대기자] '아침이슬', '상록수' 등 숱한 포크송 명곡을 남기고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운영해 온 김민기 씨가 지병인 위암 증세 악화로 향년 73세로 지난 21일 명예로운 삶을 마감했다. 

 

▲ 김민기 학전 대표가 7월 21일 별세했다. [사진=연합뉴스]

 

김 씨는 1951년 3월 31일 전라북도 익산군(현 익산시)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의사였던 아버지는 6.25 전쟁 중 북으로 퇴각하던 인민군에 살해당해 그는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그의 가족은 휴전 후 서울로 이주했고 그는 서울재동국민학교와 경기중학교, 경기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에 입학했다. 

 

그는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미술학도로서 보다는 고등학교 동창인 김영세 씨와 포크송 듀오 '도비두'로 활동하며 음악계에 발들 들였다. 1970년 명동 '청개구리의 집'에서 공연을 열었고 그를 대표하는 바로 그 곡인 '아침이슬'을 작곡했다. '가을편지', '늙은 군인의 노래', '상록수' , '친구' 등 그의 작품들은 50여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까지 끊임 없이 애청되고 누군가에 의해 애창되고 있다. 

 

고인의 청춘시절은 군사 정권의 퍼런 서슬 아래 순탄치 않았다. 1972년 서울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때 자작곡을 포함한 민중가요를 가르치다가 경찰에 연행된 것을 시작으로 정권의 탄압을 받아 왔다.

 

그의 노래들은 예외 없이 방송규제곡(금지곡)이 됐고 앨범들도 판매 금지 조치를 당했다. 이러한 상황은 1987년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목놓아 외친 국민들의 촉구에 군사 정권이 굴복한 6.29선언 때까지 이어졌다. 

 

1974년 10월에는 카투사로 입대했으나 이듬해인 1975년 유신 반대 시위에서 그가 작곡한 노래들이 불려졌다는 이유로 혹독한 보안대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최전방 부대에 재배치 돼 1977년 5월에 군 복무를 마쳤다. 

 

우여곡절 끌에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공개적인 음악 활동은 물론 미술 활동이나 교편을 잡지 못해 막노동이나 공장 직공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려야 했다. 이러한 생활 속에서도 가명을 사용해 작곡하는 등 음악과 창작에 대한 열정을 꺾지 않았다. 

 

연극에도 활발히 참여했던 고인은 1973년 김지하의 희곡 '금관의 예수'와 이듬해 마당극 '아구' 제작에 참여했다. 1978년 노래극 '공장의 불빛'을 시작으로 연출에도 나섰다. 

 

1991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개관한 후 그는 숱한 공연을 올렸고 국내 대중문화계에 내로라하는 기라성같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이른 바 '학전 독수리 오형제'로 널리 알려진 김윤석, 황정민, 설경구, 조승우, 장현성 등이 모두 학전을 거쳐 갔다. 

 

학전 출신 가수는 고인이 된 김광석, 유재하가 유명하다. 윤도현도 학전 출신으로 성장했다. 

 

그의 이러한 대중문화예술에 대한 공로는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고인은 윤이상, 백남준과 더불어 국내의 3번째 괴테 메달 수상자이다. 수상 작품은 1994년 초연한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 고인은 독일 원작을 한국 정서에 맞게 번안해 2023년까지 무려 8000회 이상 공연하며 연 인원 70만명이 넘는 관객을 무대로 모았다.

 

고인의 음악과 예술흔이 커다란 울림통을 형성해 대중들에게 각인된 것과 달리 정작 고인은 공식석상에서 정치적 의견을 따로 피력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이미영 씨와 2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24일 발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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