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김민성 기자] 저금리 시대가 장기화, 고착화하면서 은행들이 어지간히도 사정이 팍팍해진 모양이다. 은행 탄력점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 하나만 봐도 그같은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은행 탄력점포 증가 현상은 은행들이 그동안 고객 편의보다는 자신들만의 편의를 고집해온 관행을 타파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근무시간을 금융 소비자의 편의와 수요에 맞춰 운영하는 은행 탄력점포의 증가는 오랜 관행에 비춰볼 때 파격적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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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어디라 할 것 없이 고객들이 점포 안에 있건 없건 오후 4시만 되면 가차 없이 셔터를 내렸다. 지금이야 ATM 기계라도 곳곳에 설치돼 있어 입출금과 계좌이체 송금 등 기본적인 금융 업무를 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없던 시절엔 은행 마감 시간에 한발 늦게 도착해 발을 동동 구르는게 다반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 탄력점포 운영은 언감생심 꿈도 못꿀 일이었다.
그래도 은행들은 오랜 세월 그같은 공급자 중심의 관행을 유지해왔다. 그렇게 뻣뼛하게 영업을 해도 과점 체제와 고금리에 따른 엄청난 예대마진으로 인해 은행들은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그처럼 태평성대를 누려온 은행들이 오후 4시 이후나 주말에 영업을 하는 은행 탄력점포 운영에 관심을 가질리 만무였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외국 자본이 들어와 은행 영업의 경쟁에 불을 붙이고, 저금리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데다, 제2 금융권이 영역을 침범해 들어오는 등 각종 장애가 나타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자 은행들이 비로소 은행 탄력점포 확대 등 가장 기본적인 니즈에 부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도 은행 탄력점포 운영은 초보적인 서비스 단계에 머물고 있다. 주중 영업시간을 한두시간 늘려 운영하는게 일반적인 은행 탄력점포 운영 서비스의 형태다.
현재 12개 은행이 운영중인 은행 탄력점포는 모두 536개로 알려져 있다. 이중 주중 영업시간만 살짝 늘려 운영하는 형태의 은행 탄력점포 수는 전체의 88.6%인 475개다. 나머지 61개가 주말에 운영하는 은행 탄력점포다.
전체 제1금융권 점포 수가 7천297개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은행 탄력점포 운영은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은행들이 탄력점포 운영을 대폭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가 15일 밝힌 바에 따르면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경남은행 등이 내년 사업계획 수립시 탄력점포를 확대운영키로 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오는 12월부터 총 24대의 '디지털 키오스크'를 수도권 중심으로 시험 배치하기로 했다. '디지털 키오스크'가 설치되면 통장 및 체크카드 발급, 인터넷 뱅킹 신청 등 대부분의 은행 창구 업무를 야간이나 공휴일에도 은행 직원 대면 없이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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