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시대, 지속적인 지구 위한 흐름은 전동화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미국 정부가 전 세계적인 친환경차 전환 흐름과는 다르게 내연기관차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의지를 강조하면서 기후 위기 시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임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큰 후폭풍을 예고했다.
비록 전기차 구매 보조금(세액공제) 등을 규정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즉각적인 폐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 등을 통해 전기차로 대표되는 친환경차 우대 정책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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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가 올해 상반기에 선보일 수소전기차 '이니시움'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색깔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에서 뚜렷히 나타난다. 라이트 장관은 리버티에너지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로 석유가스 개발을 옹호하는가 하면 기후 위기에는 회의적 견해를 자주 피력한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취임사를 통해 친환경 산업정책 종식을 선언했다. 전기차 의무화로 인해 내연기관이 차량 판매가 금지될 경우 자동차 제조업 분야의 20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차 생산에 특화되어 있으며, 전동화 전환에 따른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아직까지 많은 미국 소비자들이 큰 차체와 강력한 성능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며, 전기차의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거리와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내연기관차를 고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 중 하나로, 강력한 화석연료 산업 로비가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연기관차 규제 강화는 곧 화석연료 소비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관련 산업의 반발이 거세다”고 전했다.
미국은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중심의 시장 구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유럽 중국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환경 규제 강화와 함께 전기차 보급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는 가장 대표적인 친환경차로, 배터리 기술 발전과 함께 주행거리와 성능이 급격히 향상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탄소 배출 규제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사실 지난해 프랑스와 독일의 전년 대비 판매량은 각각 24.4%, 21.8% 하락했다. 단 미국과 마찬가지로 하이브리드차는 12.7%, 휘발유차는 9% 늘었다. 신규 등록 차량 가운데 휘발유차는 35.2%로 가장 많았고 전기차 점유율은 13.5%에 그쳤다.
독일은 연방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한 영향이 컸다. 이와 대조적으로 영국은 전년 대비 21% 급증한 38만1970대가 판매됐다.
업계는 올해 강화되는 탄소 규제 강화가 독일 전기차 보조금 부활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U에 가입된 독일은 유럽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모여 있는 국가로, 전기차 보조금이 부활된다면 유럽 전기차 시장의 부흥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배터리 불안전에 따른 화재 위험에서도 불구,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전기차 생산 및 판매량 세계 1위를 기록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인도도 14억명이 넘는 인구를 앞세워 전기차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에 맞춰 현대차는 올해부터 현지 생산 전기 SUV ’크레타 EV‘ 출시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인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또한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은 현대ㆍ기아 주도로 전기차 뿐만 아니라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 시장 확대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국토교통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누적 대수는 60만6천610대로 집계됐다.
2017년 당시 전기차 등록 대수는 2만5천108대 대비 24배가량 성장한 셈이다. 제작사별 전기차 등록 현황을 보면 현대차가 39.8%(24만1천691대)로 가장 높았고, 기아가 27.4%(16만6천274대)로 그 뒤를 이었다.
수소차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업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1월 22일 환경부, 원더모빌리티, 현대자동차, 삼성물산(에버랜드), 효성하이드로젠과 통근용 수소버스 도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는 고상 수소버스인 유니버스 2000대를 적기 생산하고, 주요부품에 대한 품질보증 등 서비스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넥쏘에 이어 올해 상반기 새로운 개념의 수소전기차 콘셉트 카인 ’이니시움‘도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가경제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전 세계적인 환경 규제 강화와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로 전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며 “결국 미국도 내연기관차 중심의 생산 체계를 전동화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투자와 기술 개발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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