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일병 구하기에 노조비 2000만원…초기업노조 '조합비 논란'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9-16 15:32:21
'블랙리스트 혐의' 위원장 선처 탄원에 노조비 투입…절차·동의 여부 쟁점
동행노조 1.5만명 엄벌 탄원 맞불…삼성전자 노노갈등 격화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가 ‘노조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최승호 위원장 등의 선처 탄원에 약 2000만원의 노조비를 쓰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합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개인정보 침해 혐의를 받는 노조 지도부의 형사 사건 대응에 전체 조합원의 돈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 [사진=챗GPT4]

 

아직 법원에서 유죄 판단은 나오지 않았지만 노조 가입 여부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문건을 작성·유통한 혐의까지 정당한 노조 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논란의 핵심은 조합원 권익 보호를 위해 모은 노조비를 개인정보 침해 혐의를 받는 최 위원장 등 지도부의 선처 운동에 사용할 수 있는지에 여부다. 

 

아울러 결정 과정에서 조합원 동의와 내부 통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쟁점이다.

 

초기업노조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임직원을 대상으로 최 위원장 등에 대한 선처 탄원서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목표 인원은 약 3만명이며 온라인 전자서명 대행업체 이용료 등으로 노조 자금 약 2000만원을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위원장 등은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부서명과 성명, 사번, 노조 가입 여부 등이 담긴 문건을 작성하고 유통한 혐의로 최근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경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기소 여부와 구체적인 책임을 판단할 예정이다.


◆ 규약상 '정당한 노조활동' 적용 논란…노조비 2000만원 의결 과정도 침묵

 

이에 대해 초기업노조는 노조 규약 제14조의 신분 보장 조항을 근거로 탄원 운동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조항은 조합원이 정당한 노조 활동을 수행하다 불이익을 받을 경우 신분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피해를 주장하는 구성원들이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보호하기보다 혐의자의 선처를 위해 노조비를 사용하는 것은 ‘제 식구 감싸기’로 비칠 가능성도 크다.

 

노조비 집행 절차 역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초기업노조가 2000만원의 지출을 어떤 기구에서 의결했는지, 조합원에게 사전에 알리고 동의를 구했는지, 비용을 어떻게 산정했는지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형사사건 당사자의 방어 비용과 조합 전체의 권익을 위한 비용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지는 초기업노조 측에 개인정보 침해 혐의를 받는 지도부의 선처 운동을 추진하는 이유와 노조비 집행 근거를 확인하려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이번 탄원 운동은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중심의 삼성전자 동행노동조합(동행노조)이 최승호 위원장 등을 상대로 약 1만5000명의 엄벌 탄원서를 모은 데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도 풀이된다. 

 

동행노조는 명단 유포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동행노조는 오는 1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에서 규탄 집회를 열 예정이다. 

 

노조 간 대립이 성과급 갈등을 넘어 엄벌과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전으로 번지면서 삼성전자 내부의 노노 갈등도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원 보호는 노조의 중요한 책무지만 그 보호가 위법 혐의를 받는 행위까지 무조건 감싸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업노조가 이번 탄원 운동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규약 적용 근거와 노조비 의결 절차를 공개하고 개인정보 침해를 주장하는 구성원을 위한 보호·재발 방지책도 함께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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