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황성완 기자] 미국이 반도체 관세 2단계 조치를 예고하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향한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대만이 천문학적 규모의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관세 면제 카드를 확보한 가운데,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유사한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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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2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자국 내 공장을 짓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대해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마이크론 신규 공장 착공식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기업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관세를 전부 부담하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 이미 '투자 고점'…추가 여력은 제한적
문제는 투자 여력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설비투자는 지난해 약 34조원, 올해도 35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27조원에 이어 올해는 30조원 중반대까지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청주 P&T7 첨단 패키징 팹에만 약 19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양사 모두 이미 투자 사이클의 고점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추가 투자 요구는 재무 전략 전반을 다시 짜야 하는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내 기존 투자 자산을 메모리 생산으로 전환하는 방안 역시 현실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텍사스 테일러 공장은 파운드리 중심으로 라인 구축이 진행 중이며, 추가 부지를 메모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할 경우 현지 인력의 숙련도, 인건비, 수율 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사업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대만은 660조, 한국은 '기업 단위' 한계
대만 사례는 한국 기업에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만은 최근 TSMC 등을 중심으로 총 5000억달러(한화 약 739조150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미국과 합의하고, 그 대가로 반도체 관세 면제를 확보했다. 직접 투자뿐 아니라 금융 지원과 공급망 보증까지 포함된 ‘국가 단위 투자 모델’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약속한 투자액은 각각 370억 달러(54조7008억원), 39억 달러(5조7657억원) 수준으로, 대만 투자 규모의 약 16%에 불과하다. 현재 반도체 품목은 관세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앞서 한·미 양국이 3500억 달러 투자에 합의하며 상호 관세를 15%로 낮춘 상황에서 미국이 다시 ‘100%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며 반도체 공장 추가 건설을 요구하는 셈이다.
◆ "관세 범위·면제 조건이 관건"
업계에서는 결국 2단계 관세의 적용 범위와 관세 면제 조건이 어디까지 구체화되느냐가 최대 변수라고 보고 있다.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투자 확대와 비용 부담은 물론, 글로벌 생산 전략 전반을 재편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관세 카드는 단순한 통상 압박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구조와 투자 전략 자체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처럼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기업 단위에서 그대로 따라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한국은 국가 차원의 지원이나 외교·통상 협상 틀이 병행되지 않으면 기업 부담이 과도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정부 역시 지난 18일 반도체 품목에 대한 미국의 관세부과 범위가 확대되는 기류와 관련해 "(한미가 합의한) '불리하지 않은 대우' 원칙에 따라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하도록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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