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 누구나 기억하는 '100년 브랜드' 자리매김 할 것"
[메가경제=정호 기자] 초콜릿 브랜드 가나가 50년이라는 시간 동안 부모와 자식, 연인, 친구들의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면서 이제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인터뷰에 참여한 최다혜 롯데중앙연구소 연구원이 강조한 '세계인 누구나 기억하는 브랜드'로 성장해가는 가나의 가치이기도 하다.
25일 방문한 서울시 강서구 마곡 롯데중앙연구소 건물과 주변 보도블록 모두 빗줄기에 젖은 상태였다. 연구소 안으로 들어가니 롯데 계열사의 연구 진척도와 결과가 다뤄지는 공간이기에 삼엄한 보안이 느껴졌다. 인터뷰 장소에 앞서 사전 등록 절차와 휴대전화에 봉인지를 붙여 겨우 입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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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에 참여한 최다혜 롯데 중앙연구소 연구원.[사진=메가경제] |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안내를 받아 등록 절차를 마치고 나서야 엘리베이터를 타고 인터뷰 장소인 4층 회의실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마주한 최다혜 연구원에게는 웃음에서 드러나는 유쾌함과 일에 대한 열정이 공존했다.
◆ 수입 초콜릿 대항마 '프리미엄 가나' 속 숨겨진, 실패와 도전의 연속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최 연구원에게 소개와 브랜드 50년 주년 맞은 현재 상황을 물어봤다. 최 연구원은 "롯데연구소 스위트 2팀에서 2008년부터 17년간 가나 시리즈의 연구 개발을 담당해왔다"며 "50년간 국내 선두를 달리는 브랜드를 만드는 데 전념해 왔던 만큼 바쁘긴 하지만 큰 보람과 자부심이 뒤따른다"고 소개했다.
최 연구원은 50년 중 17년, 사람으로 따지면 아기가 청소년이 될 때까지 시간을 가나와 함께해 온 셈이다. 그는 이 시간 동안 가나가 트랜드에 뒤처지지 않도록 실패와 도전을 거듭해 왔다. 축적된 경험만큼 가나에 대한 전문성이 대화에서 드러났다.
최 연구원은 "가나는 다양한 특징을 가졌지만, 특히 혀 위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풍미'를 중요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며 "이 부드러움에는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연구원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있다"고 강조했다.
가나는 오리지널과 밀크초콜릿이 처음 출시됐을 때부터 브랜드 토대를 다져왔던 만큼 기술 강점을 가졌다. 특히 최 연구원이 강조한 핵심 기술은 BTC와 마이크로 그라인딩이다.
그는 "롯데에서는 'BTC(Better Taste & Color Chocolate)' 공법을 활용해 세척, 선별, 분쇄, 로스팅, 살균의 전과정을 거쳐 원료인 '카카오매스'부터 완성품까지 전부 생산한다"며 "'특히 마이크로 그라인딩' 기술은 풍미와 혀에 닿는 부드러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원재료 입자를 밀가루와 같은 크기인 12마이크로 이하로 분쇄하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이 기술만큼 가나 초콜릿의 꾸준한 성장세에는 최 연구원의 고민 또한 자양분이 됐다.
최 연구원은 "많은 시제품들이 나오고 이 중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제품은 제한적이다"라며 "실패도 많이 겪는데 특히 2017년에 재출시된 가나에어라이트는 특유의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풍미를 가진 제품이기에 기대가 컸지만, 시장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해 끝내 단종되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이 실패들이 성공을 위한 초석이 됐고 흥행작인 '가나 앙상블'의 성공에 기여했다. 이 제품은 수입초콜릿들의 강세 속에서 가나의 경쟁력 위협을 받을 때 탄생했다. 1년간 수많은 배합 테스트를 거쳐 2021년 출시된 가나 앙상블은 50억 이상의 매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최 연구원은 "당시 가나 앙상블은 20~30대 고객을 대상으로 한 100명의 피드백을 받아 출시된 제품이며 3년간 꾸준히 성장해 왔다"며 "지난 발렌타인 시즌에 맞춰 리뉴얼된 '프리미엄 가나 시리즈' 레몬치즈타르트·베리무스케잌 맛 제품 또한 디저트 애호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밝혔다.
성과 외에도 주목 받는 점은 '가나'의 브랜드 가치를 보존한 제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최 연구원은 "두바이 초콜릿 등이 인기를 끌며 미투 제품들이 범람할 때 같은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가나'라는 정체성을 내세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며 "타르트와 베리무스케잌 등은 가나가 판초콜릿 외에도 소비자들에게 신개념 디저트로 인식되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가나 시리즈가 기존 사각 모양의 판 초콜릿으로 출시된 제품이 아니기에 시설을 비롯한 다른 팀과 마찰은 없었는지도 물었다. 최 연구원은 "롯데에서는 제품을 개발하기 이전에 연구소 개발조직들이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며 "협의 대상에는 개발팀과 마케팅 등 다양한 팀과 의견을 조율하며 '몰드(틀)' 개발부터 생산까지 문제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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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에 대한 자료를 살펴 보는 최다혜 롯데중앙연구소 연구원.[사진=메가경제] |
◆ 친근함의 대명사 '가나' 해외 각지로 산 넘고 물 건넌다
가나는 초콜릿 의외도 고유의 브랜드 가치가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한국팀의 16강 진출이 우루과이와 가나전 결과에 달려 있었다. 가나의 분전으로 한국팀의 본선 진출이 확정됐고, 해당 국가와 같은 이름을 가진 가나 초콜릿 매출 또한 껑충 뛰었다.
최연구원은 "당시 우리 개발팀에서도 많은 문의를 받았다"며 "한국팀의 본선 진출 소식과 매출 신장 소식에 팀 전체가 분위기 또한 축제였다"고 말했다.
반면 가나는 국내 초콜릿을 대표하는 주요 제품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트랜드를 확립해야 한다는 문제도 남아있다.
최 연구원은 "가나는 제품 외에도 브랜드로도 오랜 사랑을 받고 있으며 서울 성수동과 부산에서 '아뜰리에 가나: since 1975 - 행복은 초콜릿으로부터'라는 미술 전시회도 흥행하고 있다"며 "이런 팝업 외에도 카페와 편의점을 비롯한 다양한 식품 영역에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소비자 경험 확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가나는 기술력과 품질력이라는 고유의 브랜드 파워를 토대로 해외 시장 공략에도 힘쓴다는 계획이다. 그보다 먼저 최 연구원에게 주요 문제로 대두되는 기후 위기로 인해 코코아 수급 문제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최 연구원은 "물론 기후 위기에 따라 원재료 수급 불안은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기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금도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원두와 유지 모두 새로운 원산지 발굴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산지마다 들어온 코코아는 풍미와 산미, 쓴맛의 정도가 다르기에 배합 비율을 고려하면서 원본의 맛을 해치지 않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재료의 조합 비율 외에도 중요시되는 것은 각 기후에 맞춘 개선된 제품들이다. 예로 한국 제품들을 그대로 수출하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아열대 기후에서는 흐물흐물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연구원은 "물론 각 기후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연구원들의 노력이 기반이 된다"며 "각 현지마다 선호되는 맛은 다르지만 가나의 부드러우면서 혀에 녹는 맛을 재현하면서도 모양의 변형이 생기지 않도록 많은 고민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 연구원에게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 1등 초콜릿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물었다. 최 연구원은 "나도 자녀가 있다 보니 내가 개발한 초콜릿의 시제품이 나오면 '엄마가 만들었다'고 하면서 가장 먼저 아이에게 가져다주는 일이 많았다"며 "이 아이는 지금도 세상 초콜릿은 가나만 있는 줄 알고 다 내가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아이처럼 '가나'는 여러 세대를 거치며 브랜드를 확립해 온 고유한 가치를 가진 제품이기에 계속 전해질 브랜드로 생각된다"며 "현재는 국내 1위 브랜드이지만 해외에서도 '아이가 아이에게, 부모가 된 아이가 또 자기 자녀'에게 브랜드 가치가 되물림되며 100년 뒤에는 글로벌 1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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