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젠, '대리점 밀어내기'로 9년간 매출 속여...'분식회계' 도마 위

이석호 / 기사승인 : 2021-02-09 09: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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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종윤 대표, "장기간 회계 조작 몰랐을까?"
코스닥 시총 5위권 기업 신뢰도에 '빨간불'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글로벌 진단키트 기업 씨젠이 지난 9년간 '대리점 밀어내기'로 매출액을 부풀려온 사실이 드러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대표이사가 장기간에 걸친 회계장부 조작을 모를 수 없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분식회계에 대한 천종윤 씨젠 대표의 책임론도 일고 있다.

 

▲ 천종윤 씨젠 대표 [서울=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임시 제2차 증권선물위원회를 열어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씨젠, 에스마크, 코썬바이오, 에이풀 등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했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증선위 조사에 따르면, 씨젠은 지난 2011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9년 간 이른바 '대리점 밀어내기' 수법을 통해 총 8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매출액을 과대 계상하는 방식으로 장부 조작을 일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증선위는 이번 조사에서 씨젠이 국내외 대리점에 납품처, 품목, 수량 등을 지정해 판매하도록 하고, 대리점이 실제로 주문한 수량보다 많은 물량을 임의로 밀어내 미판매분도 전부 매출로 인식하는 방식으로 매출액을 부풀린 사실을 적발했다.

이는 장부상 매출액, 매출원가, 자산 항목에서 수치가 과대 또는 과소 계상돼 회계정보 이용자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뿐만 아니다. 1년 이내 조기상환청구 가능 조건이 부여된 전환사채를 유동부채가 아닌 비유동부채로 분류하거나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기술적 실현가능성이 부족해 자산 인식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진단시약 개발비용 772억 원 가량을 개발비로 과대계상하는 등 기업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불투명한 회계처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 국내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주로 영업 담당 임원이나 대기업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이 실적을 부풀릴 목적으로 국내외 대리점이나 해외 법인을 통해 물량 밀어내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 씨젠 CI


하지만 일각에서는 씨젠의 경우처럼 오너 회사에서 오랜 기간 분식회계가 발생했다면 대표이사의 묵인 아래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아 안타깝다는 의견도 나온다.

씨젠이 글로벌 진단키트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게 대표이사가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도덕성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씨젠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전세계 진단키트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년 대비 매출액이 10배 가까이 늘어난 1조 1000억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해 1조 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란 전망도 나와 이번 증선위 조사 결과가 아쉽다는 평가다.

증선위는 이날 씨젠에 감사인 지정 3년, 담당임원 해임 권고 및 직무정지 6개월, 내부통제 개선권고 등 처분을 내리고, 향후 금융위 최종 결정을 통해 회사 및 회사관계자를 대상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또한 감사인에게 감사절차를 소홀한 책임을 물어 직무정지건의, 감사업무제한, 직무연수 등 조치를 내렸다.

이에 씨젠 측은 "과거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관리 부분의 시스템과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된 문제"라며 "지난해부터 회계 전문 인력 충원,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 등 관리 역량과 활동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씨젠은 코스닥 시가총액 5위 권 안에 드는 국내 진단키트 대장주다. 이날 오전 증시에서는 씨젠 주가가 한때 5% 이상 하락하는 등 내림세를 기록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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