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사각지대] "비용 아닌 생명"…포스코 포항제철소 가스 사고 사망 2명, 중대재해법 시험대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5-12-24 10: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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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근로자 잇단 사망에 원청 책임 공방 격화…사전 안전조치·관리체계 집중 수사
이 대통령 "같은 사고 반복은 사실상 죽음 용인"…정부, 강력 제재·현장 감독 강화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최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가스 중독 사고로 사망자가 2명으로 늘어나면서 국내 산업 현장의 안전관리 실태와 원청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산업재해는 비용 문제가 아니라 생명 문제"라며 이번 사고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이번 사고는 지난 11월 20일 경북 포항시 남구에 위치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STS(스테인리스) 4제강공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공장에서는 제강 공정 이후 발생한 슬러지(금속 찌꺼기)를 제거하는 청소 작업이 진행 중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유해가스가 갑작스럽게 누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현장에 투입된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 2명과 포스코 소속 직원 1명은 유해가스를 흡입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구조를 위해 출동한 소방대원들 역시 가스를 일부 흡입해 병원 치료를 받는 등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중독 증세를 보인 근로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상태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이후 중태로 치료를 받아오던 용역업체 소속 50대 근로자 B씨가 지난 12월 15일 숨진 데 이어, 또 다른 50대 근로자 A씨도 12월 22일 사망하면서 이번 사고로 사망자는 총 2명으로 늘어났다. 사망자 모두 포스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로 확인됐다.

 

◆ 속도보다는 방향…사각지대에 놓인 사전 안전조치와 촘촘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이번 사고의 핵심 쟁점은 밀폐 또는 반밀폐 공간에서의 유해가스 관리와 사전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다.

 

제강 공정에서 발생하는 슬러지에는 황화수소(H₂S), 일산화탄소(CO) 등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가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작업 전 가스 농도 측정과 환기, 보호장비 착용은 필수 안전조치로 꼽힌다.

 

현재 경찰 중대재해수사팀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유해가스 누출 원인 ▲작업 전 위험성 평가 실시 여부 ▲환기 설비 및 가스 감지기 정상 작동 여부 ▲작업자 보호구 지급·착용 여부 ▲원청의 안전관리·감독 체계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관계자는 "먼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큰 슬픔을 겪고 계실 유가족 분들께 위로와 필요한 지원을 책임 있게 이행해 나갈 예정"이라면서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는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향후 대책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여부와 함께 원청 경영책임자의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을지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했을 경우,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고 당시 포스코가 법에서 정한 안전관리 체계를 실질적으로 구축·운영했는지가 향후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이번 사고는 대형 사업장 내에서 위험도가 높은 작업이 하청·용역 근로자에게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철소는 고온·고압·유해가스 등 복합 위험 요소가 상존하는 대표적인 고위험 산업 현장이지만,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안전관리 사각지대는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원청이 작업 공정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도 위험 작업을 하청에 떠넘기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면서 "형식적인 안전 교육이 아니라 작업 중단권 보장과 실질적인 현장 통제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정부 최고위층의 메시지와도 맞물린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라며 "같은 유형의 치명적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사실상 죽음을 용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산업재해 예방 조치가 미흡한 기업에 대해 입찰 자격 제한, 영구 박탈, 과징금 부과 등 강력한 제재 수단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며 원청 책임 강화를 거듭 주문했다.

 

관계 정부 부처인 고용노동부 역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2030년까지 산업재해 사망률을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평균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작업 중지권 요건 완화, 기업 안전보건 공시제도 도입, 영업정지 및 입찰 제한 강화, 불시 점검 확대 등 현장 중심의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김 장관은 밝혔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포항제철소 사고가 향후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사고 원인 규명에 그치지 않고, 원청의 구조적 안전관리 책임과 하청 근로자 보호 체계가 어디까지 작동했는지가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 산업계의 지적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처벌 중심의 사후 대응을 넘어 위험 작업의 자동화·무인화와 원청의 직접 관리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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