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보다 비용’…인플레 구조 변화 속 한은 선택지 제한
반도체 호황에도 내수 부진 지속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고환율이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으면서 주요 금융·경제 연구기관들이 연내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 잇따라 무게를 싣고 있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에도 내수 회복은 더딘 가운데, 환율발(發) 수입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본격 반영되는 구간에 진입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신 폭도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이하, 연구소)는 8일 ‘5월 금융시장 브리프’를 발표하고 2013년 이후 국내 인플레이션 구조가 수요 견인형에서 비용 추동형(cost-push) 중심으로 전환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현재의 고환율이 물가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핵심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
| ▲ [사진=챗GPT4] |
연구소가 인플레이션 결정요인 회귀모형(Newey-West HAC 추정법)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100원 상승할 경우 근원 소비자물가(CPI)는 단기적으로 0.07%p 오르고, 장기 누적 효과는 0.37%p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소는 “환율 상승이 수입 소비재와 원자재 가격을 통해 소비자물가의 기저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경로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제유가는 단기적으로는 물가에 즉각 반영되지만, 장기적인 CPI 전가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와 공공요금 동결 정책 등이 유가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국제유가가 전쟁 이후 30~80% 급등하는 동안 국내 휘발유 소매가격 상승률은 약 12% 수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연평균 헤드라인 CPI 상승률을 2.4%, 근원 CPI 상승률은 2.3%로 전망했다. 특히 5~7월에는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상승분이 소비자물가에 본격 전가되면서 헤드라인 CPI가 2.5~2.8%까지 오를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만 연간 물가 상승률이 2.5% 이하에서 관리될 경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2.50%를 연내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은 다른 주요 연구기관들의 시각과도 궤를 같이한다. 하나증권은 최근 채권시장 보고서를 통해 한국 기준금리가 당분간 동결 기조를 이어가다가 내년 초 인상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올해 6월과 12월 말 한국 10년물 국채금리는 각각 3.9%, 3.8% 수준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일부 위원이 “일단은 지켜보는(wait-and-see) 자세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물가와 금융안정 리스크를 강조하는 조건부 대응 기조가 강화되면서 시장 내에서는 ‘매파적 동결’ 전망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지난 2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2%)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KDI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1%로 전망하면서도 반도체 수출 호조와 달리 내수 회복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경계감은 커지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 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 영향으로 향후 수개월간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물가 안정 우선 원칙을 강조했다.
금융시장 전망과 관련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물가 경계감을 반영한 ‘매파적 동결’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4~3.7% 수준의 높은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환율은 중동 지정학 리스크 완화와 외국인 자금 유입 확대에 힘입어 점진적 안정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은 4월 말 1486원 수준에서 5월 말 1450원 안팎까지 내려올 가능성이 제시됐다.
증시에 대해서는 중동 리스크 완화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 등을 배경으로 상승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소는 코스피가 4월 말 6610선에서 5월 말 7500선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연구소는 “환율의 근원물가 전가 효과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되거나 기대인플레이션이 지속 상승할 경우, 향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