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연합, 미공개 정보 유출 의혹 제기...손병두 이사장 등 경찰 고발
상장폐지 기로에 선 신라젠의 명운이 달린 결정이 6개월 뒤로 미뤄졌다.
지난 1년 8개월간 주식 거래 정지로 발이 묶였던 약 17만 명의 소액주주들은 또 반년의 시간을 희망 고문에 시달릴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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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닥 상장사 신라젠의 거래 재개 여부를 심사할 기업심사위원회가 열린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신라젠 주주들이 거래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국거래소는 18일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와 관련한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따라 개선 기간 6개월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라젠은 개선 기간 종료일인 오는 8월 18일로부터 영업일 기준 15일 이내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개선계획 이행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확인서 등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거래소는 서류 제출일로부터 영업일 기준 20일 안에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개선 과제를 성실하게 이행해 거래 재개를 이뤄낼 것”이라며 “현재 펙사벡의 주요 연구 및 신규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 SJ-600 개발 등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기업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신라젠은 지난 2020년 5월 4일 문은상 전 대표 등 전·현직 경영진이 횡령·배임 혐의에 따른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거래소는 같은 해 11월 30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개선 기간 1년을 부여했고, 이듬해인 2021년 개선 기간을 마친 뒤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등을 제출했으나 지난달 18일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 출처=신라젠 홈페이지 |
신라젠 소액주주들은 당장 상장 폐지 위기를 넘겨 안도하면서도 주식 거래 정지 기간이 6개월 더 연장돼 피해가 계속 커지는 상황이다.
신라젠은 2016년 코스닥 상장 이후 간암 치료제 ‘펙사벡’이 기대를 모으며 한때 주가가 15만 원을 넘어서며 시가총액이 10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래정지일 기준 주가는 1만 2100원으로, 고점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 채 멈춘 상태다.
소액주주들은 이번 거래소의 개선 기간 부여 결정으로 2년 이상 투자금이 묶이는 처지에 내몰리게 됐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말 기준 신라젠 소액주주 수는 17만 4186명이며, 이들이 전체 주식의 92.6%(6625만 3111주)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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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주주연합은 기심위의 졸속심사에 따른 상장 폐지 결정과 더불어 이번 개선 기간 부여 결과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주주연합은 지난 9일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과 임직원들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혐의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기심위가 신라젠의 상장 폐지를 결정하는 회의를 열기 전에 관련 정보가 새어나갔다는 주장이다.
또 주주연합은 지난 15일부터 국민서명광장을 통해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재지정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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