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개인 변호사비 계열사 부담… "업무상 횡령 소지"

심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6-07-22 09:35:07
국정농단·경영권 분쟁 변호사비 논란…법인세 63억 물어
행정소송 1심 대부분 패소…경제개혁연대 "이사회 보전 조치 필요"

[메가경제=심영범 기자]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신동빈 회장의 개인 형사사건과 관련한 변호사비를 대신 지급한 뒤 이를 손금으로 처리했다가 법원의 제동이 걸렸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3월 31일 롯데그룹 15개 계열사가 제기한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13개 계열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1개 계열사에 대해서만 일부 쟁점을 제한적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과세당국이 부과한 약 63억원의 법인세도 상당 부분 유지됐다.


신 회장은 앞서 경영비리 및 국정농단 관련 수사를 받았고,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도 장기간 법적 다툼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개인 변호사비를 일부 계열사가 대신 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해당 법률비용이 회사의 정상적인 영업활동과 직접 관련된 지출이라기보다 신 회장 개인의 형사책임 방어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 롯데 계열사들이 신동빈 회장 변호사비를 대납한 뒤 손금 처리했다가 법원의 제동이 걸렸다. [사진=챗GPT]

법인세법상 손금은 원칙적으로 법인의 사업과 직접 관련해 발생하거나 지출된 비용으로 한정된다. 총수 개인의 형사사건 변호 비용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그동안에도 여러 대기업에서 반복적으로 쟁점이 돼 왔는데, 이번 1심 판결은 그 경계를 다시 한번 좁힌 사례로 평가된다.

과세당국은 이 비용을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고 법인세를 추징했으며, 롯데 측은 소송 과정에서 변호사 선임료와 수사 대응 자문이 경영활동의 연장선에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3개 계열사의 청구가 기각되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관련 비용 처리가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셈이 됐고, 1개 계열사에 대해서만 일부 쟁점이 제한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경제개혁연대는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롯데지주에 계열사별 변호사비 부담 내역과 보전 계획을 질의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번 사안이 회사 재산의 사적 유출과 다르지 않다며 경우에 따라 업무상횡령 성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만큼 이사회 차원의 보전 조치와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신속한 손해 확정과 계열사별 구상권 행사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총수 개인의 사법 리스크 비용을 그룹이 떠안는 관행에 법원이 분명한 선을 그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영과 무관한 개인 방어비용까지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통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세무 이슈를 넘어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차원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며 "상장 계열사일수록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책임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세무 분쟁을 넘어 총수 개인 리스크를 그룹 비용으로 처리한 회계 관행에 대한 경고로도 읽힌다. 그동안 오너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계열사가 방어 비용을 사실상 분담해 온 관행이 여러 대기업에서 관찰돼 온 만큼,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대기업들의 법률비용 처리 관행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상장 계열사의 경우 이사회와 감사위원회가 이런 비용 지출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는 내부통제 책임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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