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의사결정 개입,취약계층 복지문제까지 떠넘겨
[메가경제=송현섭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오는 11일로 취임 1년을 맞는 가운데 금융시장을 안정시킨 공로에도 지나친 금융사 경영개입으로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취임한 김주현 위원장은 레고랜드 채무불이행으로 촉발된 채권시장 불안을 조기 진화하는 데 주력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가파른 국내금리 인상 기조에 제2의 금융위기까지 우려되자 50조원 넘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오는 11일로 취임 1년을 맞는 가운데 금융시장을 안정시킨 공로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금융사 경영개입으로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금융감독원과 함께 개최한 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
유관기관과 공조해 채권시장안정펀드에 20조원, 회사채·CP(신종기업어음) 매입을 위해 16조원, 유동성이 부족한 증권사 지원용으로 3조원의 유동성을 투입한 것이다. 또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화 우려를 막기 위해 ‘PF 대주단’을 출범시켜 자율 협약기류를 확대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흥국생명이 2017년 발행한 5억달러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 방침을 공시했다가 이를 철회하도록 지원한 바 있다. 이후 금융사들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가 연달아 이어지면서 위기상황으로 치닫던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찾았다.
이러한 금융위의 조치들이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라는 명분에서 이뤄졌지만 개별 금융사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과도한 개입을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금융사 본연의 기능과 역할, 무엇보다 수익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민간 기업에 무리하게 사회공헌 요구를 압박한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재정을 동원해 추진해야 할 취약계층 복지문제까지 금융사들의 책임으로 떠넘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으나 사회복지에 대한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금융사로 떠넘긴 셈이다"라며"시급한 정책과제라고는 하지만 자유시장 질서의 기본원칙을 훼손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시스템에 따른 금융사의 역할과 기능을 소위 ‘이자 장사’로 매도한 일부 여론과 이를 부추긴 정부와 금융당국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인 금융사 의사결정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내세운 취약층 보호를 명목으로 지난해 8월 125조원대 금융부문 민생 안정과제를 추진해 80조원의 소상공인 대상 저금리 대환대출을 강행했다. 또 채무 조정 등 개인 대출자를 대상으로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환승시켜주는 주택담보대출 안심전환 대출로 45조원을 지원토록 했다.
곧이어 코로나 피해를 이유로 금융사들에게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대출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를 요구하는 정책도 이어나갔다. 자율 협약이라고 하지만 만기 연장·상환 유예는 고스란히 금융사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데도 정부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금융사 경영에 개입한 셈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김주현 위원장이 그동안 금융시장 안정과 취약계층 금융지원을 위해 노력한 공로도 있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며 “현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것은 좋지만 공공재 성격을 거론하며 사기업인 금융사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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