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이슈토픽] 호황에서 부담으로…배터리업계 '2021~2022년 투자 후유증'의 그림자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1-16 11: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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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사이클에 베팅한 초대형 설비투자, 수요 둔화 속 재무 부담 '부메랑'
증설 경쟁 이후의 CAPEX(설비투자) 조정·선별 투자로 전략 수정 불가피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와 글로벌 경쟁 격화로 국내 배터리 산업의 부진이 장기화되자 정부와 배터리 업계가 산업 전반의 경쟁력과 향후 생존 전략을 둘러싼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혀 왔던 배터리 산업이 석유화학 산업과 유사한 ‘구조적 위기 국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의 최근 발언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각 사]

 

앞서 지난 14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빅3 기업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급변하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환경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전기차 수요 둔화, 글로벌 공급 과잉,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 확대 등 복합적인 악재를 언급하며 “현재 시장 환경과 생산 능력을 감안할 때 업계가 현 상황을 엄중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장관이 ‘배터리 3사 체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문제의식을 언급한 점을 두고 일부 참석자들 사이에서 파장이 일면서, 앞으로도 선택과 집중에 따른 고강도의 효율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 2021~2022년 호황기 시절 대규모 투자가 현재는 '과잉 투자 국면'

 

김 장관의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를 사실상 국내 배터리 산업이 과잉 투자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식한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3사는 호황기였던 2022년 한 해에만 3사 합산 약 2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LG에너지솔루션 약 6조3000억 원, SK온 6조5000억 원, 삼성SDI 역시 비슷한 규모로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을 전제로 대규모 선제 투자를 이어왔지만 중국발 공세와 유럽 전기차 수요 부진이 맞물리면서 전기차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생산 설비의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이들 배터리 3사의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능력은 500GWh(기가와트시)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4년 1~11월 기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전체 탑재량을 웃도는 규모다.

 

문제는 수요 대비 공급이 과도하게 늘어난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공장 가동률 하락과 수익성 악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적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주요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50% 안팎까지 떨어졌고, 삼성SDI 역시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라인의 가동률이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 업황 악화에 잇따른 공급 계약 취소로 '부진의 늪' 빠져… 중국발 공세도 심각

 

이러한 업황 악화는 실제 계약 취소와 축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2024년 12월 한 달 동안 국내 배터리 및 소재 업계에서 취소되거나 축소된 배터리 공급 계약 규모는 28조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략을 조정하면서 대형 공급 계약을 재검토한 영향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 및 합작법인과 체결했던 수조 원대 계약이 해지됐고, 엘앤에프는 테슬라와의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계약이 사실상 축소됐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GM과 체결한 양극재 공급 계약 규모를 대폭 줄여 나간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약진도 국내 기업들의 입지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가성비를 앞세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대량 생산하는 중국의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 등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중국 제외 글로벌 점유율은 2022년 50%를 넘었지만 이후 매년 하락해 지난해에는 40% 아래로 떨어졌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이 소듐이온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상용화에 나서면서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도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산업부 "배터리 산업, 석유화학처럼 구조조정 아직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장관의 배터리 업계 구조조정 필요성 발언이 전해지자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배터리 산업에 대해서도 석유화학처럼 구조적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민간 주도의 자발적 구조 개편 없이는 정부 지원도 명분을 얻기 어렵다는 메시지로 읽힌다”는 반응도 나왔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러한 해석에 대해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정부가 배터리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장관 발언의 취지는 현재 어려운 배터리 시장 환경 속에서 정부와 업계가 함께 해법을 고민하자는 것이며, 배터리 기업 수를 줄이거나 석유화학 산업처럼 구조조정을 전제로 지원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 정부 "체질 개선과 기술 경쟁력 강화로 돌파구 찾는다"

 

정부는 배터리 산업이 처한 위기를 단기적 수요 부진에 따른 일시적 충격으로 보고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과 기술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입장이다.

 

다만 연구개발(R&D) 지원 역시 ‘나눠주기식 정책’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기류가 업계 안팎에서 강해지고 있다.

 

김 장관이 간담회에서 “모든 기업이 동일한 차세대 기술을 중복 개발하는 방식의 지원은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수요 회복 시점과 글로벌 정책 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축소 가능성과 글로벌 친환경 정책 기조 변화 등 외부 변수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르면 가동률과 실적은 회복될 수 있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한 기업이나 사업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최근 메시지를 ‘구조조정 선언’보다는 ‘위기 관리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와 같은 과잉 투자 구조가 장기화되면 국가 차원의 첨단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정부는 기업이 스스로 효율화를 추진하도록 세제 혜택과 정책적 유인을 설계하고, 기업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냉정하게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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