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美 투자 약속, 올 임단협 핵심 쟁점 부각될까?

박종훈 / 기사승인 : 2021-05-24 14: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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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협의 없이 투자약속"···관건은 국내 현장 고용안정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일정 중 거론된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약속에 대해 노동조합이 본격적인 문제제기에 나섰다.

핵심은 해외 투자 때마다 불거졌던 노사간 신뢰부재.
 

▲사진 = 현대차지부 제공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지부장 이상수)는 성명을 내고, "8조4000억 미국시장 투자 발표는 조합원 무시하는 일방통행"이라고 규탄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미국에 전기차 생산과 생산 설비 확충, 수소·도심항공교통(UAM)·로보틱스·자율주행 등 미래성장 동력 확보에 총 74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단협 교섭을 앞두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요구안을 이미 전달했으며, 이달말 이상수 현대차지부장과 하언태 현대차 사장의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교섭에 들어갈 예정이다.

당초 예상은 MZ세대를 주축으로한 사무직노조 출범 등의 이슈와 관련해, 올 임단협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이 될 것이란 평이 지배적이었다.

생산직 중심의 기존 현대차지부의 요구안에도 성과급과 관련한 내용의 비중이 크다. 지부는 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임금 9만9000원 인상, 성과급 30% 지급, 최장 만 64세 정년연장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한 바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발표된 현대차의 대미 투자와 관련한 내용은 뒤늦게 불거진 셈이다.

노동조합은 올해 임단협에서 미래산업 특별협약을 별도로 요구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에 더해, 향후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 확산, 모빌리티, UAM, 로보틱스 등 산업이 격변하는 대전환시대에 조합원들의 미래 고용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복안이다.

노조는 "팬데믹 시대 부품수급 등 해외공장 문제를 감안하자면, 지금은 품질력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중심의 국내 공장을 강화하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신산업을 국내 공장에 집중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퐁당퐁당' 대명사 현대차노조, 올해는 과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대외적으론 마치 강성노조의 표본인 것처럼 비친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다.

일례로 현대차지부는 지난 2019년부터 내리 2년 임단협을 무분규로 결론지었다.

이는 한국 GM, 르노 삼성 등이 난항을 겪었던 것과는 사뭇 달랐던 모습.

특히, 완성차 업계·노사관계에서 맏형 노릇을 했던 현대차지부의 지금까지 모습과는 확연한 차이였다.

지난 2019년 노사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현대차 울산공장장이었던 현 하언태 사장이 승진한다. 하 사장은 1986년 현대차 울산공장 입사 이후, 생산과 노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

2019년 임금교섭은 지난 2011년 이후 8년 만에 무분규 합의다. 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11년 만에 임금을 동결했다.

현대차 노사가 임금을 동결한 건 1998년 IMF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 번째다.

하지만 올해의 양상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 이상수 지부장은 2020년 취임. 2년 임기다.

지난해는 전 세계적 예외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올해는 뭔가 보여줘야 할 부담이 크다.

현대차노조 집행부는 소위 '현장조직'으로 일컫는 의견그룹에서 주요 대권 주자들이 나서며 강성-실리 성향의 지도부가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이는 조합원들의 표심이 그만큼 시류에 민감하다는 의미. 냉탕과 온탕을 바꿔가면 단기간 내 성과가 필요한 노조 집행부가 그동안 조합원들의 구미를 잘 맞춰왔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최근 조합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고용안정과 관련한 부분이다. 이미 조합원 평균 연령과 근속이 높아졌고, 임금인상을 포함한 일시적인 금전적 실리에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현대차지부가 성명을 내고 사측의 대미 투자 계획에 대해 비판한 지점도 다름 아닌 고용안정 측면이다.

특히 노동조합은 "이번 사측의 발표는 2025 전략에도 없는 내용"이라며 "안 그래도 해외공장 투자로 인한 조합원의 불신이 큰 마당에 노동조합과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천문학적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은 5만 조합원과 노동조합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언급했다.

올해 임단협 교섭을 위해 노조가 사측에 전달한 '미래산업 특별협약'의 내용도 다름 아닌 고용안정이 핵심이다.

전기차 생산 증가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대비해 배터리, 전장 부품, 반도체, 신소재 등 주요 부품의 연구 및 생산을 현대차 국내 연구소와 공장에서 수행하라는 요구가 포함돼 있다.

▲자료 = 현대차지부 제공


완성차 패러다임 전환...기존 인력 감축은 불가피?

 

연구자나 단체, 각국의 실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향후 미래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기차 등으로 이동할 경우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완성차 고용에 타격이 올 거라는 예상은 동일하다.

독일 자동차연구센터 CAR는 현지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 약 1만5000명, 약 1.8%의 일자리가 2030년까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의 자동차 생산 70%를 차지하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슬로바키아 등 5개국 합산에서도 약 2만8000명, 9% 정도로 추정했다.

그에 반해 전기차와 관련한 배터리셀 생산시설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고용인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표현 그대로 낙관이라는 비판도 많다.

우선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UPG)는 기존 내연기관차가 약 500여개인 거에 비해 70% 수준이다.

기존 완성차기업에서 가장 비중이 큰 고용인 조립에만 공수가 덜 필요한 것이다.

완성차기업은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가히 '근대 산업의 꽃'이라 불려도 무리가 없다. 수만 명의 정규직 직원들의 고용은, 지역사회 경제는 물론, 나라 살림에도 영향을 미친다.

안그래도 이들 완성차기업의 정규직 직원들이 정년에 가까워오며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시점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미래차 산업으로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숙제도 주어졌다.

지난 2019년 현황으로 보면 현대차의 정년퇴직자는 지속적으로 늘어, 1961년이 정년을 맞는 2021년은 2300여명 수준이다. 2020년부터 5년 사이 대략 1만5000여명 수준일 것이란 예측이다.

그동안 현대차노조와 정규직 생산직원들을 '귀족'이라고 비난해 왔던 이들도, 이들 완성차기업의 주요 생산공장이 위치한 지역경제에서 현실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간과할 수 없다.

지역 주력·특화산업이 쇠퇴하거나, 일시적이 위기를 맞았을 때 지역사회가 함께 감내해야 했던 고통은 동서고금 무수한 사례가 증명한다.

노사간 갈등이나 대립의 사례를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양 당사자가 서로를 존중하고 '최소한의 예의'를 감안하는 소통문화에서 극단적 사례가 나타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부분의 경우, 상호간 신뢰부재로 인해 문제를 꼬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 노사관계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던 현대차 노사가 앞으로 닥친 이슈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메가경제=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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