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현장]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발달장애 청년들 '업사이클링 아트'에 주목하다

김병숙 기자 / 기사승인 : 2020-12-08 17: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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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글·사진 김병숙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사회적 소통이 사실상 막힌 발장장애 청년들의 심신을 치유하고 잠재적인 예술 본능을 일깨울 방안은 없을까? 

 

이같은 질문에 해답을 줄 만한 의미있는 예술 체험 프로젝트가 열려 비록 첫걸음이지만 큰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경기도 김포시 김포문화재단이 다양한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해 ‘발달장애 지원 네트워크 파파스윌 사회적기업’(이하 파파스 윌 사회적기업)과 협력해 마련한 예술 체험 기회 '발달장애 청년들과 함께하는 업사이클링 아트(부제: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가 바로 그 프로젝트다. 

 

발달장애 청년에게 예술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으로 지난 10월 24일부터 11월 27일까지 5주간 주 2회에 걸쳐 경기도 김포시 양곡동에 위치한 파파스 윌 사회적기업 운영 카페 달꿈이에서 열렸다. 
 

▲ 캔버스를 앞에 두고 그림을 준비고 있는 청년. 

   

▲ '함께하는 작업은 즐거워!' 청년들이 공동 작품을 시작하는 모습. 

 

이 프로젝트에는 김포와 인근 지역 내 10여 명의 발달장애 청년들이 참가했으며, 5주 동안 예술 활동의 결과로 나온 이들의 공동 작품과 개인 작품들은 예쁘게 단장돼 지난달 29일부터 2주 간 김포아트센터에서 전시중이다. 


대부분 미술을 처음 접해본 청년들이지만 현재 기독교 미술협회와 한국기독교 미술선교회 작가로 활동 중인 이한나 작가(경기도 김포에 거주)의 열정적인 지도 아래 청년들은 빠르게 미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간단한 자기소개로 시작한 첫 시간에는 미술은 싫은데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신청했다거나, 물감을 접해보지 않아서 어렵게 느껴진다거나 할 정도로 미술에 낯을 가리는 청년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막 시작했을 때는 참가한 청년들 대부분이 아무 것도 채워지지 않은 하얀 캔버스를 처음 봤다면서 그 앞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곧 180도 바뀌었다. 캔버스에 물감이 뿌려지고 붓과 나이프로 물감의 질감이 변하는 걸 본 청년들은 이내 그 위에서 물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 지적 뇌병변중복장애 청년 김영진 씨의 완성된 작품.

특히, 지적 뇌병변중복장애 청년 김영진(22세) 씨의 그림은 주목을 받았다. 지도 교수의 권유로 물감을 부어가며 캔버스를 채워간 그의 붓 터치는 마치 새로운 그림작가의 탄생을 예고할 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캔버스를 즐길 줄 알게 되면서 청년들의 표정은 점차 행복한 미소로 가득해졌다.
 

발달장애 청년 김병욱(26세) 씨는 "미술을 어렵게만 느꼈었는데 막상 작업을 하다보니 그림에 빠지게 되었고 요즘에 코로나로 인해 재미있는 일이 없어서 따분했는데 지난 작업시간이 무척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자유로운 일상생활이 극도로 제약 받으며 모두 지쳐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련된 예술 체험의 기회는 작은 변화임에도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숨겨져 있던 놀라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귀중한 시간이 됐다.

 

▲ 발달장애 청년 김병욱 씨가 진지하게 작업하는 모습.

이한나 작가의 집중 지도 아래 청년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주 2회 4시부터 7시까지 3시간 동안 미술에 흠뻑 빠졌다.

 

특히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부제를 실천에 옮긴 '업사이클링 아트'의 매력은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다양한 호기심과 흥밋거리를 제공하며 잠재적 예술본능을 일깨워줬다.   

 

청년들은 매일 버려지는 알류미늄 캔, 플라스틱 용기와 빨대, 택배 완충제, 우유갑, 먹고 버려지는 조개껍데기 등을 붙여보고 찍어 보면서 재료들이 변형하는 과정에서 평소에 버려지는 물건들이 아주 멋진 그림의 재료가 된다는 것에 놀라워 했다.

 

▲ 발달장애 청년들이 폐품으로 재활용 작업하는 모습.

 

▲ 함께사는 마을을 꿈꾸며 공동작업하고 있는 모습.

일상생활에서 버려지는 재료들을 이번 예술 체험 프로젝트에서 재조명하게 된 이유가 특별히 있을까?


파파스윌 사회적 기업의 엄선덕 대표는 "과거에 비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생산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며,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직접 쓸모없다고 버려진 재료들을 이용해 완성한 작품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좀 더 더불어 사는 삶에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미술이 발달장애인들에게 자신감을 찾고 행복을 느끼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작업에 참여했다는 이한나 작가는 "이번 작업과정에서 기대 이상으로 청년들의 참여도가 높았고 청년들이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예술 프로젝트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며 이같은 기회가 계속 마련되기를 고대했다.  

 

발달장애인들은 스스로 취미활동을 찾고 발굴해나가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학령기를 지나 성년으로 갈수록 사회 활동영역이 더욱 더 좁혀져 가고 있는 게 냉엄한 현실이다.  

많은 사회학자가 우리 삶의 패턴이 코로나 이전 시대로는 완전히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장애인들도 대응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발달장애인의 삶을 위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작품명 '재활용의 탄생'

 

▲ 작품명 '제주여행'.


예술 활동을 통해서 그들에게 정신적·심리적 치유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이번 프로젝트는 그같은 불확실한 미래에 소중한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감염병으로 인해 끝이 보이지 않는 외부환경에 가장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이같은 예술 체험은 그들의 잠재능력을 일깨우고 정신적·심리적 치유도 함께 줄 수 있는 능동적인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한 엄선덕 대표는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예술 경험의 기회가 많아지고 예술 활동을 맘껏 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제도적 지원이 주어지길 바란다"며 "앞으로 발달장애인들이 예술을 접하고 나아가 재능을 펼칠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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