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치는 건축사징계위...카르텔 만연

장준형 / 기사승인 : 2023-10-30 16: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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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위원이 자신 회사 징계 맡아
2년 연임 규정도 위반..해이 만연

[메가경제=장준형 기자] 최근 무량판 부실 문제 등으로 건축사의 설계, 감리 책임론이 커지는 가운데 건축사 징계위원회 위원들이 자신이 속한 사무실의 징계를 맡고, 연임 규정도 위반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국토부는 시·도 업무라며 별도 관리를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서울 강남병,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이 16개 시·도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6년간 건축사징계위원회 운영 현황' 자료를 전수 조사한 결과, 각 시·도에 설치된 건축사징계위원회 징계위원이 자기 사무실의 징계결과를 좌지우지하고, 법적 기준을 어긴 채 3차례 위원으로 연임되거나, 동시에 3개 지역에 위원으로 위촉되는 등 제 식구 감싸기 가능성과 위원 구성에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 인천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현장. 사진은 본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현행 건축사 징계는 '건축사법'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이 징계 관련 업무를 시·도지사에게 위임하고, 시·도지사는 구성, 운영에 관해 위 법령을 준용해 시·도에 건축사징계위원회를 두어 건축법을 위반한 건축사를 징계하고 있다.

시·도별로 구성된 징계위원회는 건축사 2명을 위원으로 두고 있는데, 대부분 지역의 징계위원회의 건축사 위원이 해당 지역 소속 건축사이며 일부 건축사는 지역 건축사회장을 맡고 있어 짜고 치는 판에 제 식구 감싸기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 결과, 최근 6년간 전국 시·도 건축사징계위원회의 징계 수위는 ▲ 불문 298건, ▲ 견책 728건, ▲ 주의 93건, ▲ 업무정지 589건으로, 65% 이상이 영업에 사실상 영향이 없는 불문, 견책, 주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정한 징계를 위해 시·도 건축사징계위원회 위원이 징계대상자의 건축사무소에서 최근 3년 이내 재직한 경우, 의결에서 제척해야 하는데 최근 6년간 징계위원이 속한 사무실을 자신이 직접 심의에 참여한 사례가 총 5건 발견됐고, 대구광역시만이 이를 막기 위해 해당 위원을 제척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임 규정 위반도 드러났다. 건축사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무원을 제외한 위원은 임기는 2년으로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나 경상북도 한 위원은 6년간 2차례 연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도에서 개별적으로 위원회가 구성되다 보니 경기도의 한 건축사는 동시에 3개 시·도(경기도, 성남시, 수원시) 위원회에 소속된 경우도 있었다.

유경준 의원은 "LH 아파트 붕괴 사태로 건축사 자질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징계 또한 짬짜미로 이뤄지는 것은 건설 카르텔이 얼마나 강력한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시·도 건축사징계위 구성에 있어 지역 건축사들을 임명하면, 봐주기 심사가 될 가능성이 커 각 지역 위원회에 해당 지역 건축사는 위원회에서 제외하는 등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현행 건축사 징계 제도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도 빗발치고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교수)는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선 위원회 구성 시 동종 업계 사람들을 배제하고, 학계 중심으로 구성 된 전문가들과 공무원이 맡아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위 연구위원은 의결 제척에 대해 "이해상충을 막는 것이 목적인데 실무에서 원칙대로 적용되도록 처벌 등 관련 규정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심도 있게 파악 중이다"라며 "현재로선 대책 마련 등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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