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 아픈 손가락 '11번가'...알리·큐텐에 '절반 몸값' 매각 재추진

김형규 / 기사승인 : 2024-02-07 08:4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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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홀딩스컨소시엄, 5000억원 수준에 매각가 제안
2018년 2조 7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원 내외 평가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SK의 '아픈 손가락' 11번가가 기존 제시된 기업가치 절반의 몸값으로 매각될 조짐이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현재 재무적 투자자(FI)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의 주도 아래 자사 기업가치를 기존 1조원에서 절반인 5000억원으로 낮춰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인수후보자로는 중국계 이커머스 자본인 알리바바와 큐텐 등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SK스퀘어 사옥 [사진=SK스퀘어]

 

11번가의 대주주 SK스퀘어(80%)는 앞서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에이치앤큐 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나일홀딩스의 투자금 5000억원을 유치했다. 당시 규모를 키우고 있던 경쟁자 쿠팡에 대적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투자 조건으로 11번가가 기업공개(IPO)에 실패할 경우 나일홀딩스가 보유한 지분 18.18%를 SK스퀘어가 다시 5500억원에 되사는 '콜옵션'을 부여했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SK스퀘어의 지분 80%는 나일홀딩스가 동반매도요구 권리를 갖게 되는 조건(드래그얼롱)이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콜옵션과 드래그얼롱을 함께 포함한 조항이 암묵적으로 나일홀딩스의 지분을 되사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특히 모기업 SK그룹이 재계 순위 2위의 대기업이라는 점과, SK스퀘어의 지분이 80%에 달하는 점, 또한 FI에 국민연금이 참여했다는 이유 등에서 SK스퀘어의 콜옵션 행사는 당연하다고 예측됐었다.

하지만 SK스퀘어가 다수의 예상을 깨고 콜옵션을 포기함에 따라 나일홀딩스는 SK스퀘어가 가진 지분 80%에 대한 강제매각 권리까지 갖게 됐다. 이번 나일홀딩스 주도의 매각 작업은 투자금 회수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11번가는 SK스퀘어 주도로 한 차례 매각 작업을 진행했었다. 알리바바‧큐텐은 이때도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거론됐으나 매각 가격 조건 차이를 겪어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11번가의 몸값은 지난 2018년 FI 유치 당시 기업가치 2조 7000억원으로 평가받았으나 지난해 매각 협상 시기에는 1조원 내외로 책정됐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SK스퀘어의 콜옵션 포기가 11번가의 기업가치를 스스로 낮춘 격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6000억원에만 매각하더라도 500억 차익을 얻을 수 있을 터인데, 굳이 콜옵션을 포기했다는 건 11번가의 실제 가치를 5500억 이하로 보이게 만드는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11번가 매각 가격으로 5000억원이 책정된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주효했다는 해석도 있다.


이번 매각과 관련해 SK스퀘어 관계자는 "당사가 매각을 주도하고 있지 않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매각이 타결될 경우 나일홀딩스 측은 즉시 투자금 5000억원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FI 주도 매각 시 투자자의 원금 회수를 우선하는 '워터폴'(waterfall) 조항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SK스퀘어는 매각대금을 전혀 건질 수 없게 된다.

다만 SK스퀘어는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하더라도 나일홀딩스가 이끄는 이번 매각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가 연간 1000억원을 웃도는 적자를 내고 있어, 매각이 장기화할 경우 SK스퀘어 입장에서도 손해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1번가는 지난해 영업손실 151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도의 694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두 배 이상 확대됐다.

11번가 관계자는 이번 매각과 관련해 "SK스퀘어의 콜옵션 포기 선언으로 매각 주도권이 FI 측에 넘어갔으므로 당사가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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