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메가브랜드] 전쟁 식량서 국민 밥도둑으로…밥상 위 단짠 ‘스팸’의 100년 진화

심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6-02-04 13: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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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1차 세계대전 프랑스 장교 제이 호멜이 개발
1987년 CJ제일제당이 호멜과 기술 제휴 맺으며 인연
밥 반차 넘어서 인기 명절 대표선물 세트로 자리매김

[메가경제=심영범 기자] 메가 브랜드는 위기에 빠진 기업을 되살리는 '구원투수'이자 새로운 맛의 지평을 여는 존재다. 누구나 한 번쯤 기억하는 제품으로 남아 시대를 관통한다. 식품기업의 흥망성쇠 속에서 수많은 제품이 사라졌지만, 일부는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메가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시간이 지나도 선택받는 비결을 들여다본다.-편집자주-

 

▲ [사진=CJ제일제당]

 

◇ 배고픈 전쟁통에서 태어나다...1차 세계대전에서 개발된 스팸

 

단짠 매력을 알린 시초...CJ제일제당의 스팸을 생각하니 이 문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기자는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처음 스팸을 접했다. 평소에 어머니가 사오시던 햄 제품들과 비교해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스팸의 짠맛에 매료돼 밥 없이도 먹었던 기억도 난다. 물론 밥이랑 같이 먹으라는 어머니의 핀잔도 따라왔다.

 

갓 지은 쌀밥 위에 올린 구운 스팸은 이제 한국 식탁에서 가장 익숙한 풍경이라고 해도 과연이 아니다. 명절이면 빠지지 않는 인기 선물세트이자 부대찌개·라면· 등에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하지만 이 통조림 햄의 출발점은 ‘전쟁’이었다.

 

스팸(Spam)은 조미된 햄(Spiced Ham)의 약자로, 미국 육류 가공업체 호멜푸즈(Hormel Foods)가 개발한 통조림 햄 제품이다. 스팸을 만든 인물은 호멜푸즈 창업자의 아들인 제이 호멜(Jay Hormel)이다.

 

제이 호멜은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에 주둔한 미 육군 88사단에서 병참장교로 복무했다. 그는 신선육을 전선으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무게와 부패 문제로 반복적인 지연이 발생하는 현실을 경험했고, 이를 계기로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운송이 쉬운 가공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전쟁이 끝난 뒤 호멜은 1920년대 중반부터 통조림 육류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돼지고기 발골 과정에서 남는 어깨살과 지방이 많은 저급 부위를 갈아 조미한 뒤 통조림에 담는 방식이었다. 1926년 세계 최초의 통조림 햄이 탄생했고, 이것이 바로 스팸이다.

 

스팸은 저렴한 가격 대비 뛰어난 맛과 보관성으로 출시 4년 만에 판매량 1만8000톤을 기록하며 호멜푸즈의 주력 제품으로 급부상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상황은 더욱 급변했다. 미군은 가볍고 썩지 않으며 고열량 단백질을 제공할 수 있는 군용 식량을 대량 주문했고, 스팸은 해당 조건에 완벽히 부합했다. 전쟁 기간 동안 스팸은 1억 개 이상 판매되며 전 세계 전장에 공급됐다.

 

이 과정에서 스팸은 ‘군인들의 음식’, ‘저가 가공육’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지만, 동시에 글로벌 인지도를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6·25전쟁과 베트남전쟁 등 미군이 파병된 지역마다 스팸 소비가 확산됐고, 한국·필리핀·일본·하와이 등이 주요 소비국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 스팸의 역사는 6·25전쟁과 맞닿아 있다. 전후 극심한 식량난 속에서 미군 군수물자를 통해 유입된 스팸은 귀중한 단백질 공급원이었고, 이후 부대찌개라는 독특한 한식 메뉴로 정착했다. 국내 정식 생산은 1987년 CJ제일제당이 호멜과 기술 제휴를 맺으며 시작됐다. 첫해에만 500톤, 매출 70억 원을 기록하며 빠르게 대중화됐다.

 

▲ [사진=CJ제일제당 블로그]

당시 국내 캔햄 시장은 ‘런천미트’, ‘로스팜’ 등 기존 제품들이 주도하고 있었으나, 사각형 캔햄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두드러지며 새로운 성장 가능성이 포착됐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갖춘 스팸 도입을 통해 캔햄 시장의 판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출시 첫해 스팸은 500톤이 판매되며 기존 경쟁 제품을 제치고 단숨에 시장 1위에 올랐다. 가격대는 다소 높았지만 밥반찬으로의 활용성, 긴 보존기간, 간편한 조리 방식이 소비자 호응을 이끌었다. 특히 2002년 선보인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이라는 광고 카피는 스팸을 ‘밥반찬’으로 각인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 [사진=CJ제일제당]

 

◇ 밥반찬의 범주 넘어서다...대표 선물세트로 급부상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스팸’은 명절 선물 시장의 대표 상품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1990년대 대형마트가 급성장하며 실용적인 선물세트 구매가 보편화된 가운데, 스팸은 식용유·참기름과 함께 대표 가공식품 선물세트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실속형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며 스팸 선물세트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현재 스팸은 연 매출의 절반 이상이 명절 등 선물세트 성수기에 발생할 정도로 높은 수요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스팸은 2017년부터 시장점유율 50%를 넘기며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2025년 기준 약 3500억 원 규모의 국내 캔햄 오프라인 시장에서 점유율 63.5%를 기록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누적 판매량은 22억9000만 개를 돌파했다.  한국은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스팸 소비국으로, 1인당 소비량은 연간 약 40개에 달한다.

 

▲ [사진=CJ제일제당]

 

이 같은 성과는 CJ제일제당의 철저한 품질 관리 전략이 뒷받침했다는 평가다. CJ제일제당은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염도를 낮추고 신뢰할 수 있는 원료를 사용하는 등 제품 고급화에 집중해 왔다. 

 

CJ제일제당은 미국산 스팸과 달리 전분을 제외하고, 돈육 함량을 90% 이상으로 높였으며, 미세 분쇄와 숙성 공정을 도입해 한식에 어울리는 식감을 구현했다. 명절 선물세트 매출이 전체의 60%를 차지할 만큼 ‘프리미엄 통조림 햄’ 이미지를 구축했다.

 

스팸을 생산하는 CJ제일제당 진천공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육가공 설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되는 스팸은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았으며, 원료 선택부터 최종 출하까지 전 공정을 단계별로 검증해 위해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 [사진=CJ제일제당]

 

◇ MZ세대 입맛도 고려했다...트랜디함 입은 스팸 

 

CJ제일제당의 캔햄 브랜드 <스팸>이 지속적인 매출 성장과 함께 장수 브랜드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급변하는 식문화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이 있다.

 

2002년 ‘따끈한 밥에 <스팸> 한조각’이라는 광고 카피를 처음 선보인 이후 초기에는 제품의 특장점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이후 2000년대 후반부터는 문화·아웃도어·스타 마케팅 등으로 전략을 확장하며, 제품과 소비자가 접촉하는 장소와 시점, 매개체를 다각화하는 방식으로 브랜드 노출을 강화했다.

 

소비층 확대를 위한 시도도 이어졌다. 기존 30·40대 중심의 구매 구조에서 벗어나 10·20대까지 고객 저변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젊은 세대의 미각 트렌드를 반영한 ‘스팸 리치치즈’, ‘스팸 핫&스파이시’를 출시해 호응을 얻었다. 

 

아울러 10·20대 여성 소비자가 선호하는 도서 일러스트를 적용한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고, Z세대의 관심을 끄는 페이크 굿즈 콘텐츠를 SNS에 공개하는 등 디지털 소통을 강화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 니즈 역시 적극 반영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0년 저염 트렌드에 맞춰 나트륨 함량을 100g당 510mg으로 낮춘 <스팸 25% 라이트>를 출시했다. 이는 캔햄 시장 점유율 상위 3개 제품 평균 대비 25% 이상 낮은 수치다. 

 

최근에는 나트륨과 당 등 특정 성분을 줄인 ‘로우 푸드(Low Food)’ 트렌드에 맞춰 세분화된 소비자 입맛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2023년에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를 반영해 고단백·저칼로리 제품인 <스팸 닭가슴살>도 선보였다.

 

제품 다변화와 함께 브랜드 외연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밥 반찬을 넘어 요리 재료로서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에는 캔 형태를 벗어난 ‘아웃오브캔(Out-Of-Can)’ 제품군에 집중하고 있다. 2009년 파우치형 <스팸 싱글>을 시작으로 <동그란스팸>, <스팸 후랑크> 등 라인업을 확대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2024년 6월 출시된 <동그란스팸>은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소셜미디어에서 레시피 콘텐츠가 확산됐다. 해당 제품은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 개를 기록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아웃오브캔’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하며 <스팸>의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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